광주 고려고등학교의 시험문제 유출 및 성적 조작 사건을 경찰에 고발 조치한 광주시교육청이 처음부터 ‘봐주기’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력 대응 의지를 밝혔던 시교육청이 사법 당국에는 소수의 교사만을 한정해 고발장을 접수시킨 데다, 자체 감사에서 각종 성적 조작 행위를 적발해 놓고도 학교 책임자 등에 대한 추가 고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시교육청에 지난 7월 한 달간 성적 오류 사례 1500건이 적시된 고려고 감사 결과 보고서를 재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앞서 경찰은 교육·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고려고 교장·교감의 업무방해 혐의 등을 입증하기 위해 시교육청에 특별감사 결과 자료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학생들의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해당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물론 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보호해야 하는 시교육청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고려고의 학사 운영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해 놓고도, 정작 감사 자료를 경찰에 제출하지 않는 이유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특히 감사 결과 발표 후 학교 관리자에 대한 추가 고발이나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고려고의 부정행위는 광주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고교 내신 성적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대입을 앞둔 선량한 학생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뒤늦게나마 광주시교육청이 경찰에 특별감사 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이제 남은 것은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다. 성적 조작 개입과 함께 불법 찬조금이나 부정 청탁 등의 의혹도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