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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된 DLF…투자자들 4500억원대 손실
금감원, 오늘부터 파생금융상품 설계·판매 은행 검사 착수
금융소비자원, 수익에 눈 멀어 무분별 판매 은행장 고발도
2019년 08월 23일(금) 04:50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파생결합펀드(DLF)는 독일·영국·미국의 채권 금리 등을 기초 자산으로 삼은 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한 펀드들이다.

이들 상품은 해당국 금리를 기준지표로 삼는데, 금리 전망이 예상을 크게 빗나가자 수천억원대의 원금 전액 손실 위기에 처하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23일부터 금리연계 DLF·DLS 등 파생금융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한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에 나선다. 일각에서는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빚은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금융 감독당국 역시 부실한 감독으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해외금리 하락에 눈덩이 손실=금융감독원은 앞서 19일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현황과 함께 이들 상품의 구조 예시를 공개했다.

이달 7일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판매 잔액은 총 8224억원 수준이다. 이중 손실예상액은 4558억원(55%)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DLF는 미국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와 영국 CMS 금리, 독일 국채 10년물 채권의 만기 수익률을 기초 자산으로 삼는다.

이 가운데 미국과 영국 CMS 금리 연계 DLF는 장단기 금리차(스와프 레이트)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조기 상환되거나 만기 상환되는 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3개월마다 두 기초 자산의 종가가 모두 최초 기준 가격의 95%(3개월), 85%(6개월), 75%(9개월) 이상이면 연 3.5% 수익을 지급한다.

만기 평가 시 두 기초 자산 중 하나라도 0%를 찍으면 원금은 전액 손실(만기 쿠폰 감안 시 최종 수익률 -96.5%)된다.

만기 내에 장단기 금리차가 급격히 좁혀지거나, 극단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원금 대부분을 잃을 수 있는 상품 구조인 셈이다.

이들 상품이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은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제 전망이 나빠지면서 중장기 채권 금리가 올해 들어 급격히 하락한 탓이다.

◇감독부재·도덕적 해이 ‘예고된 인재’=DLF 상품의 판매가 상당수 이뤄진 3∼4월 이전부터 선진국 경제에 대한 하강 우려가 커지고 채권금리가 이미 하락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판매사들이 상품의 위험을 과소평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지식이 없는 금융소비자도 유의사항 관련 확인서류 등에 자필 서명 몇 차례만 하면 ‘옵션 매도’ 거래를 한 것과 마찬가지인 파생결합상품을 쉽게 가입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옵션이란 사전에 정한 계약조건에 따라 일정 기간 내에 상품이나 유가증권 등의 특정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금융당국의 적절한 규제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일부 금융회사에서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설명하고 적절한 판매 권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하나은행 노동조합은 전날 성명을 내고 “경영진은 자본시장법 위배 가능성, 중도 환매수수료를 우대했을 때 다른 고객 수익에 미치는 영향, 배임 우려 등을 내세우며 안일한 대응으로 현재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하나은행은 2016년 10월부터 영국과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에 연계한 DLF를 판매해 누적 2조원 가량이 판매됐고, 현재 잔액은 3800억원에 이른다. 하나은행 PB 약 180명이 고객에게 이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단법인 금융소비자원(금소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DLF·DLS를 판매한 행위에 대해 두 은행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이와 관련해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다”며 “금융회사가 수익 창출을 위해서 고객에게 위험을 전가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백희준 기자 bhj@·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