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또다시 거리로 뛰쳐나가겠다고 한다. 황교안 대표는 오는 24일 광화문에서 ‘대한민국 살리기 집회’를 열겠다고 선포했다. “문재인 정권의 국정 농단과 대한민국 파괴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강행에 반발해 장외로 나섰다 복귀한 지 3개월 만이다. 당시엔 여야 4당이 제1야당과 합의 없이 선거제 개혁을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그나마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장외투쟁은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상상력 빈곤’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명분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한국당 보좌진조차도 “돈 허튼 데 쓰지 말고 제발 정책연구와 대안을 만드는 데 쓰자”며 장외투쟁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역시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대권놀음’이라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그중에서도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의 논평이 날카롭다. “상습 가출 제1야당의 무책임에 국민들의 피로감과 불쾌감이 극에 달해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지금은 일본의 도발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초당적 협력을 통해 여러 문제를 풀어가야 할 때다. 국정감사도 곧 있게 되는 만큼 각종 현안들도 논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제1야당의 책무를 포기한 것은 당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장외투쟁을 통해 지지층을 다시 결집, 당 지지율을 끌어올림으로써 9월 정기국회에서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지금이 독재 시대도 아닌데 뜬금없이 장외투쟁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 아니 동의는커녕 국민 대다수의 등을 돌리게 할 것이 틀림없다. 한국당은 명분 없는 장외투쟁으로 제1야당의 책임과 역할을 방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