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국제예술제로 꼽히는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강제로 중단됐다. 일본 정부 및 정치권의 압박과 극우 단체의 협박으로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함께 지키던 소녀상은 전시 사흘 만에 강제 철거되고, 해당 전시도 중지됐다.

이번 전시회는 ‘표현의 자유, 그 후’라는 주제로 소녀상 등 일본 정부의 외압과 제재로 그동안 제대로 전시되지 못한 작품을 한데 모은 기획전이었다. 그런데 이를 일본 정부가 압박하고 협박해 중지시킨 것이다. 소녀상을 비롯해 이번 전시를 강제로 중단시킨 것은 그야말로 일본 정부와 정치권 스스로가 ‘표현의 부자유’를 증명해 보인 꼴이 됐다.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지난 2010년 시작해 올해 4회째로, 세계 미술계에서 위상을 급속히 키워 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전후 일본의 최대 검열’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정부의 압박과 우익 세력의 항의를 견디지 못하고 기획전을 중단하면서 국제예술제로서 위상도 잃게 됐다. 이번 전시는 개막과 동시에 일본 정부와 정치권의 노골적인 중단 압력과 일부 우익 세력의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일본 정부는 예술제 보조금 중단과 보조금 내역 조사로 주최 측을 압박했고,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위안부 비난 망언을 일삼으며 전시 중단을 요구했다. 여기에 일부 우익 세력들은 “철거하지 않으면 가솔린 통을 들고 가겠다”며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한, 그리고 역사적 비극의 재발을 막자는 의미를 지닌 소녀 동상이다. 반일(反日)의 상징이 아닌 평화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이번 소녀상 전시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설치된 소녀상에 대한 철거에 혈안이 돼 있다.

여기에는 일본 정부가 끔찍한 전범 국가의 역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 이번 소녀상 전시 중단은 일본 사회에 여전히 ‘표현의 부자유’가 있다는 사실과 일본 정치인들이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것 자체를 불편해 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 또 하나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