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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은 시장에 포섭된 가족의 민낯”
전남대서 극예술학회 전국학술대회
조아름씨 ‘SKY캐슬 통해 본…’ 발표
‘응답하라 1988’ 등 가족 재조명도
2019년 07월 22일(월) 04:50
IMF이후 가족 드라마는 신자유주의에 포섭돼 해체되거나 유사 가족의 모습으로 복원되는 양상을 그렸다. 지난 2월에 종영한 jtbc의 ‘SKY 캐슬’ 장면.
TV드라마 ‘SKY캐슬’은 IMF 이후 시장에 포섭된 가족의 모습과 아울러 관계가 제거된 실상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조아름 연구자(전남대 국문과 박사과정)가 발표한 한국극예술학회 전국학술대회에서 나왔다.

조 연구자는 최근 전남대 이을호기념 강의실에서 전남대 한국어문학연구소(소장 백현미 국문과 교수)가 한국극예술학회, 전남대 인문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주최한 전국학술대회 ‘한국 극예술과 가족담론- IMF 이후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IMF 이후 우리 사회의 근간인 ‘가족’은 적잖은 부침을 겪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듯 드라마나,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매체는 변화된 가족의 양상과 의미, 우리시대의 가족상 등을 모색해왔다.

근래 인기리에 방영됐던 TV드라마를 통해 가족 문제를 조명해보는 것은 가족의 양상을 진단하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특히 종영된 지 얼마 안 된 ‘SKY캐슬’부터 복고 열풍을 일으켰던 ‘응답하라’ 시리즈 등 대중들의 인기가 높았던 드라마를 토대로 한 가족 담론은 가족관계와 인식의 변화를 조망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조 연구자는 ‘‘SKY캐슬’을 통해 본 한국 사회의 가족, 그리고 개인’이라는 발표문에서 IMF 이후 하나의 자본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가족의 의미를 살펴보면서 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는 가족이 ‘위험사회의 도피처가 아니라 위험사회의 진원지’임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배선애 성균관대 박사는 토론문에서 “시청자들은 정의를 욕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의라고 그려진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면서 최종회의 해피엔딩에서 시청자들이 착해진 한서진에 배신감을 느낀 것은 “정의를 욕망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기가 막히게 현실적이라고 믿었던 드라마가 결국 허구의 이야기였다는 것을 발견한 실망과 분노”라고 덧붙였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대한 조명도 있었다. 백소연 가톨릭대 교수는 발표문 ‘가족이라는 레트로토리파-텔레비전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중심으로’에서 “해체된 가족과 결핍된 개인을 유사 가족의 구조 안에서 복원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속적으로 환기해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첫 사랑과 그 성취의 서사를 통해 유사 가족이 현실 가족으로 공고화 되는 공통점을 보여주기도 했다”며 “IMF라는 경제적 위기가 본격화 되는 시기를 비껴나 있는 ‘응답하라 1988’에 이르러서는 보수적 의미에서의 가족에 대한 환상이 더 강화되어 간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선영 한국산업기술대 박사는 “‘응답하라 1988’은 복고 서사물의 신드롬을 일으킨 ‘응답하라’ 시리즈의 절정을 이루며 ‘복고 감수성’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남긴 드라마였다”고 공감했다.

여성 3대를 토대로 그린 가족드라마 ‘착하지 않는 여자들’에 대한 조명도 있었다. 이 드라마는 지난 2015년 김인영 작가에게 한국방송작가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텔레비전드라마 가족 서사의 여성 담론-‘착하지 않는 여성들’을 대상으로’에서 “남성 가장이 부재하는 현실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정서적 유대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가족 서사의 새로운 여성 담론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토론문에서 김민영 중앙대 박사는 “‘착하지 않는 여자들’이 남성 가장이 부재하는 위기 상황 속에서 여성으로 구성된 3대가 각기 다른 삶을 형상화하고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도 “이전의 가족 서사 속 여성 담론을 다룬 작품들과 다른 지점을 위치하는 것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가족 해체의 징후와 재구성의 가능성-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를 중심으로’’(김강원 중앙대), ‘2010년대 일상툰의 가족 재현’(구자준 연세대), ‘‘이후’의 가족, 연극적 치유와 정치적 주체화’(양근애 서울대) 등의 발표도 진행됐다.

한편 백현미 전남대 한국어문학연구소 소장은 “경제위기 이후 안정성 담보가 어려워지면서 가족을 통해 상황을 돌파하려는 가족주의가 나타났다”며 “한편으로 가족이 똘똘 뭉쳐 꼭대기까지 올라가려는 욕망 탓에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양상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