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영선수권 대회 개막 당일 남자 스프링보드 1ｍ 예선전이 열린 남부대학교 주경기장 3층 관람석에는 ‘GO JAMES’라고 적힌 영국 국기를 들고 응원하는 영국인이 눈길을 끌었다.

로버트 히틀리(60)씨. 그는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스프링보드(1ｍ, 3ｍ)에 참가한 영국 다이빙 국가대표 제임스 히틀리(22)의 아버지다.

그는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틀에 걸쳐 한국에 도착했다. 전날 한국에 도착했지만 아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잠도 못자고 경기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모두 6차례 연기를 펼치는 스프링보드 경기는 점수를 모두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44명의 참가선수 중 12위 이내에 안착해야만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눈 깜짝할 새 이뤄지는 다이빙 연기지만 로버트씨에게 그 시간은 매우 길어 보였다.

아들의 연기 결과를 수첩에 하나하나 기록한 로버트씨는 “지난 대회에서 3위를 했기 때문에, 결선 진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오늘은 한국인 선수(우하람)의 기량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6차 연기를 앞두고 로버트씨는 그 누구보다 긴장돼 보였다. 제임스가 연기를 순조롭게 마치자 로버트씨는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제임스는 이날 44명의 선수 중 10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로버트씨는 환호하며 “아들이 자랑스럽다. 이제 아들을 만나러 가야겠다”며 경기장을 떠났다.

이날 로버트씨는 영국 다이빙 국가대표 이든 챙(16)의 아버지 사이먼 챙(53)씨와 언니 아비 챙(21)씨와 응원을 함께했다.

세 사람은 플랫폼 10ｍ 혼성 싱크로나이즈드에 출전하는 이든 챙의 선전도 기원했다.

결선에 진출한 제임스는 경기가 끝난 뒤 “아버지가 먼 길을 오셨다. 아버지 응원에 더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웃었다.

한편, 지난 14일 대한민국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이 4위를 기록한 스프링보드 1ｍ 결선경기에 출전한 제임스 히틀리는 9위를 기록했다.

제임스는 “오늘 경기 결과에 실망하지 않는다. 남은 스피링보드 3ｍ경기에 집중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씨는 “내 아들은 아직 어리다.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한 아들을 깊게 끌어안았다.

/특별취재단=김민석 기자 m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