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서른 살이 된 그의 관심사는 온통 아파트다. 그에게 수천만 원을 손쉽게 벌어들일 수 있는 이 ‘돈놀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무는 그저 시간을 때우는 수준이고, 분양 정보를 건네주는 공인중개사들의 문자나 건설사 모델하우스 개소 뉴스만 바라본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상품 개발, 기술 혁신, 설비 투자 등은 뒤로 하고 땅에 눈독을 들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0대 기업이 보유한 토지는 2007년 4억1000만 평에서 2017년 12억3000만 평으로, 가치는 213조 원에서 635조 원으로 불었다.

부동산 소득은 대표적인 불로소득(不勞所得)이다.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오르고, 개발 가능성이 더해지면 가치는 천정부지가 된다. 1964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나라 땅값은 6702조 원 상승했다. 이중 상위 1%가 가치의 38.1%(2551조원), 상위 10%가 82.8%(5546조원)를 독점했다고 한다. 부동산을 갖는 자가 상위층이고, 투기는 그들의 습관이라는 의미다.

아파트나 토지에 자본이 매여 있고 온 국민이 이를 통해 돈 벌 궁리를 하다 보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최근 경제 성장세의 주춤거림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지난 10년간 계속된 불로소득 장려 정책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동산 투입 자금의 절반만이라도 제조업·첨단산업 등에 투자한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노력 없는 소득에 대한 과세는 경제에 아무 해도 끼치지 않으며, 가장 좋은 세금이라고도 했다. 불경기를 우려해 불로소득에 대한 정당한 과세를 주저하고 각종 개발로 얻어지는 이익이 극소수에게 집중되는 구조적인 문제에 과감히 메스를 대야한다는 것을, 229년 전 타계한 경제학의 아버지 역시 이미 강조한 것이다.

양파·마늘 가격이 폭락했다. 땀 흘려 키운 농작물을 헐값에 넘겨야 하는 농민들은 피눈물이 난다. 존중받아야 할 노동의 가치를 외면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방관하는 국가에서 ‘공정 경제’는 공염불일 뿐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