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출마 준비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에 도전한다는 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들의 출마 러시는 규모 면에서 좀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석 비서관에서 말단 행정관까지 적게는 30여 명, 많게는 40여 명에 육박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총선 도전 규모에 있어 최대로 기록될 것 같다.

이 같은 ‘출마 러시’의 주요 요인으로는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민심 및 당원들의 지지율이 높다는 점이 꼽힌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당내 공천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민심의 눈길은 곱지만은 않다. 당장 촛불 정부의 의미를 망각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헌신의 자리가 되어야 할 청와대가 ‘정치적 정거장’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늘어나는 빈자리는 청와대 업무 연속성 차원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야권에서는 ‘소는 누가 키우냐’며 비아냥거린다.

청와대가 민주당의 총선 캠프이자 총선 출마 희망자들의 경력 세탁소가 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민생 경제는 좀처럼 길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은 점차 복잡하고 장기화되는 흐름이다. 정쟁 구도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사회 전반의 갈등은 확산되면서 여권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총선에서 여권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과 함께 차기 정권 창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보수 진영에 정권을 넘겨준 후, 당시 친노(친 노무현) 세력은 스스로를 폐족(廢族·조상이 큰 죄를 지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족속)이라 자처했다. 올 여름이 지나면 내년 총선은 성큼 다가온다. 여권 지도부가 폐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절박함으로 무장할 시기다. ‘각성과 헌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 요구되는 단어다. 문재인 정부는 수많은 촛불들의 여망이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임동욱 서울취재본부장 tu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