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18대 왕 현종의 실록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예송’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상복을 입는 기간에 대한 논쟁이었던 예송은 현종 재위 기간 내내 지속되었는데 그로부터 약 350년이 흐른 지금, 예송을 바라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백성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잘난 양반끼리 대단한 기 싸움을 벌였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러 논쟁거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게 그만큼의 에너지를 쏟을 정도로 우선순위에 있는 일인지 말이죠.”(본문 중에서)



역사란 무엇일까? E.H. 카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다.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의 반복”이라고 했다. 고전적인 역사의 정의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은 사람살이의 본질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고 정의하는 이가 있다. 그는 “길을 잃고 방황할 때마다 역사에서 답을 찾았다”고 했다. 역사 강사이자 KBS ‘역사적 그날’, MBC ‘무한도전’ 등에 출연하며 일반인에게 역사 공부의 재미를 전했던 최태성 작가가 ‘역사의 쓸모’를 펴냈다.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저자는 단편적인 사실에 그치지 않고 역사의 본질과 이면을 파고든다. 누적 수강생 500만 명, 온라인 무료 강의 시대를 연 대표적인 역사 강사답게 각각의 이야기를 편안한 에세이로 풀어낸다.

저자는 선택의 기로에 직면할 때마다 역사에서 답을 찾았다고 한다. 수백 년 전 이야기로 오늘의 고민을 해결하는 단초를 얻었다는 얘기다.

“역사란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입니다. 수 천 년 동안의 사람 이야기가 역사 속에 녹아 있어요. 그중에 가슴 뛰는 삶을 살았던 사람을 만나 그들의 고민, 선택, 행동의 의미를 짚다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게 바로 역사의 힘입니다.”

역사가 당대의 논쟁과 사실만의 기록이 아닌 ‘쓸모’가 있는 실용적인 얘기라는 의미다. 죄인으로 기억되지 않기 위해 500여 권의 책을 집필한 정약용에서부터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생을 바쳐 독립운동을 했던 이회영 등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출신의 한계를 비관하며 절망하는 대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판을 짠 정도전, 기득권 반대에도 백성을 위해 대동법 확대를 주창했던 김육 등의 삶도 만날 수 있다.

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역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이다. ‘혁신’, ‘성찰’, ‘창조’, ‘협상’, ‘공감’, ‘합리’, ‘소통’을 키워드로 역사 속 절체절명의 순간을 ‘쓸모 있는’ 계기로 만들었던 인물들의 행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약소국인 신라가 삼국통일의 주인공이 된 데는 비주류인 김춘추와 김유신을 등용한 선덕여왕의 선택 때문이었다. 고려가 압록강 동쪽의 강동 6주를 거란으로부터 얻은 것은 협상의 달인 서희의 지략에서 비롯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종일관 저자는 역사를 공부하면 무엇이 좋은가에 초점을 맞춘다. 일테면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을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아이폰과 엮어 세상을 바꾸는 생각의 조건을 알아보고, 몽골제국에 항복하면서도 고려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협상한 고려 원종의 사례도 들려준다.

책을 읽고 나면 다른 무엇보다 역사를 대면하는 자세를 어떻게 견지해야 하는지 숙고하게 된다. 오늘의 우리에게 ‘실용적인 역사 사용법’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는 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은 상대가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헤아려보는 일입니다.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서로의 시대를, 상황을, 입장을 알게 된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도 달라질 것입니다.” <다산북스·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