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자신의 삶에 대해 한번쯤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찌보면 소설가 안정효의 말처럼 ‘사방이 인생극장’이다. 그래서 인지 최근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공공 기관 등에서도 ‘어르신 자서전 쓰기’ 등 자신의 삶을 글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는데, 참여자가 꽤 많다.

‘안정효의 자서전을 씁시다-글쓰기로 우리 인생을 되돌아보는 법’은 자서전 쓰기의 방법론과 그에 관한 철학을 세심히 풀어낸 책이다.

‘하얀전쟁’ 등 베스트 셀러를 쓴 소설가이자, 수많은 외국문학 작품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이자,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글을 쓴 저자는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주며 다양한 사례를 들어 자서전 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이철용의 ‘어둠의 자식들’ 등 국내외 문학작품을 비롯해 ‘애수’, ‘사운드 오브 뮤직’, ‘아라비아의 로렌스’, ‘브릿지 존스의 다이어리’ 등 수백편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도서와 영화 등을 통해 전하는 실질적인 사례는 생생함을 준다. 그 덕에 책은 자서전 쓰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를 통해 또 다른 지적 탐험도 가능하다.

책은 자서전 쓰기의 ‘첫 걸음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주는 조언에서 부터 시작해 인물 구성의 변주, 영감으로 열어주기, 이동하는 인생의 여로, 어휘와 문장과 표현력 등 모두 22개 장으로 나눠 들려준다.

저자는 “ ‘나’를 기록하고 싶어하는 충동은 지극히 인간적”이라며 “아주 가끔씩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두렵고도 불가피한 질문을 마주할 때 일종의 해독제 역할을 하는 게 ‘자서전 쓰기’”라고 강조하고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인생이라 한들 작품이 될 수 있고, 자서전이 되기에 부족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또 책에서 효과적인 주제 설정, 이야기 구성방법과 적절한 문장 활용, 출판 과정에서 요구되는 제반 사항까지도 꼼꼼히 살핀다.

특히 그는 자서전을 쓰기 위해 자서전이 도대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따위의 기본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초보 작가들은 전기나 회고록 대신 ‘정통 문학작품’을 길라잡이로 삼아보라고 강조한다. 자서전 집필을 공부하기 위해 스승으로 삼을 만한 사람을 딱 한 사람만 고르라고 한다면 서슴지 않고 ‘윌리엄 사로얀’을 대겠다며 그의 자전적 소설로 열 네살 소년과 네살 짜리 어린 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인간 희극’을 권한다.

<민음사·1만98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