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이 맑은데/ 아랫물이 맑지 않다니/ 이건 아니지/ 이건 절대 아니라고/ 거꾸로 뒤집어 보기도 하며/ 마구 흔들어 마시는/ 서민의 술/ 막걸리.”

함민복 시인의 시 ‘막걸리’다.

쌀과 누룩으로 빚는 막걸리는 농주(農酒) 혹은 탁주(濁酒)로도 불린다. 재료 못지않게 사용되는 물과 빚는 이의 정성이 술맛을 좌우한다. 그래서 와인처럼 막걸리는 지역 차가 있다. 요즘엔 지역 농·특산물을 첨가한 이색 막걸리도 출시돼 애주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대나무(담양)와 쑥(여수), 꾸지뽕(곡성), 고로쇠(장성), 울금(해남), 단호박(함평) 등 다채롭다.

지난 2017년 10월, 담양 읍내 옛 해동주조장에서 ‘예술로 해동하다’라는 주제로 문화 축제가 열렸다. 이때 행사장 한쪽에 전남 22개 시·군에서 생산된 막걸리를 시음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다. 이곳에서 마주친 한 60대 미국인은 22종류의 막걸리를 모두 맛보려고 시도했다. 그는 “막걸리는 땅에서 나온(쌀로 빚은) 거라 (취해서)땅에 넘어져도 괜찮다”며 웃었다.

담양읍 지침리 138-5번지에 자리한 해동주조장은 1950년대 말부터 막걸리를 빚어 온 술도가 즉 양조장(釀造場)이었다. 그러나 맥주와 소주의 소비 증가로 경영난을 겪으며 지난 2010년 끝내 문을 닫았다. 수년간 방치됐던 이곳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는 ‘폐산업시설 문화 재생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았다.

그렇게 해서 담양 해동 주조장은 복합 문화 공간인 ‘해동 문화예술촌’으로 변모했다. 지난 주말 찾은 예술촌은 쇠락한 양조장의 모습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이고 멋들어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이곳에서는 8월 4일까지 기획전인 ‘도시 리듬과 예술적 행동전’이 열린다.

관방제림과 죽녹원, 메타세쿼이아 길 등 생태관광 이미지에서 나아가 담빛예술창고와 같은 문화 예술로 ‘옷’을 갈아입히려는 담양군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앞으로 ‘해동 문화예술촌’이 맥주공장에서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뀐 독일 ‘쿨투어 브라우어라이’(Kultur Brauerei)와 같은 ‘문화 양조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