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어쩌다보니 광화문… ‘감성 충전’ 미술관 여행
서울 종로구 문화벨트
수십여개 미술관·갤러리 ‘세종로 벨트’
문화관광의 1번지 ‘서울시립미술관’
일상이 예술이 되는 곳 ‘대림미술관’
색깔있는 대형기획전으로 관람객 유치
‘해설사와 함께 박물관…’투어 운영도
수십여개 미술관·갤러리 ‘세종로 벨트’
문화관광의 1번지 ‘서울시립미술관’
일상이 예술이 되는 곳 ‘대림미술관’
색깔있는 대형기획전으로 관람객 유치
‘해설사와 함께 박물관…’투어 운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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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살아봐야지/너도 나도 공이 되어/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정현종의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中에서)
며칠 전 들른 서울 광화문 광장 부근 교보생명 사옥 앞. 건물 외벽에 내걸린 큼지막한 시 한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가로 20m, 세로 8m의 대형 글판에 새겨진 글귀가 잠시 마음의 위로를 준다. 지난 1991년부터 일년에 4번씩 새로운 글귀로 바뀌는 ‘광화문 글판’은 거리를 오가는 이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올해로 28년째 광장을 지켜온 광화문 글판은 문화서울의 얼굴이다. (편집자 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는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갤러리 등이 밀집한 거대한 문화벨트다. 세종문화회관과 가까운 경복궁을 기점으로 경희궁~덕수궁~남대문~보신각~인사동으로 이어지는 세종로 벨트는 수십 여 개의 공연장과 미술관, 갤러리들이 늘어서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필두로 국립민속박물관, 금호미술관, 세종미술관,서울역사박물관, 성곡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대림미술관, 일민미술관, 종로구립 박노수 미술관, 갤러리 현대, 국제갤러리 등 미술공간이 20여 개 달한다. 조나단 브롭스키 ‘해머링’(Hammering·흥국생명 빌딩)과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청계천 주변) 등 세계적인 조각가의 조형물도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과 마주하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문화관광의 1번지로 불린다. 지하철 시청역과 인접한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서울시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앞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조각공원에 자리한 설치작가 최정화의 ‘장밋빛 인생’이 방문객을 맞는다. 싸구려 플라스틱을 이용한 붉은 색 꽃다발 모양의 대형 설치작품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미술관을 찾는 이라면 누구나 인증샷을 찍는 포토존이다.
근래 서울시립미술관은 몰려드는 방문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3월22일 부터 5개월간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호크니전’ 덕분이다. 지난 5월 28일 기준으로 17만 5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하니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현존작가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명성이 말해주듯 작품이 내걸린 3개의 전시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호크니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영국 테이트 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대표작인 ‘더 큰 첨벙’을 비롯해 ‘아카틀란 호텔’ 시리즈, ‘나의 부모님’ ‘클라크 부부와 퍼시’ 등 1950년대 초부터 2017년까지 회화, 드로잉, 판화 133점이 출품됐다.
또한 관람객들이 놓치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는데, ‘천경자 상설전시실’이다. 시립미술관 2층에 꾸며진 이 곳은 지난 1998년 천경자 화백이 서울시에 기증한 93점의 컬렉션이 전시돼 있다. 고흥 출신인 천 화백이 고향도 아닌 서울에 자신의 ‘분신’들을 내놓은 이유는 ‘귀하게 잘 돌봐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녀의 ‘믿음’대로 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지난 2002년 작가의 이름을 딴 70평 규모의 ‘천경자 상설전시실’을 꾸미고 전담 학예연구원과 자원봉사자를 배치하는 등 ‘VIP예우’를 하고 있다. ‘천경자의 혼’이라는 명패를 단 이곳에는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77년 작), ‘이탈리아 기행’(1973) 등 1940년대∼90년대 후반의 대표작과 드로잉, 화구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보랏빛 정한’, ‘영원한 초상’, ‘끝없는 여정’ 등 5개의 방으로 구성된 전시실은 국민화가로 불리는 그녀의 독창적인 채색화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귀중한 공간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립미술관의 대표주자라고 한다면 경복궁 근처의 대림미술관(D 뮤지엄)은 사립미술관의 힘을 보여주는 곳이다. 대림산업이 지난 2002년 통의동 주택가 골목에 개관한 대림미술관은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을 모토로 사진 뿐만 아니라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의 전시를 다루고 있다. 옛 주택을 리모델링한 전시장에 들어서면 스페인 출신 하이메 아욘의 독특한 오브제들이 판타지를 자극한다. 디자인, 가구, 회화, 조각, 스케치 등 7가지의 스토리로 구성된 전시는 관람객의 감정과 상상을 건드리며 뜻밖의 재미를 선사한다. 1만원의 관람료에도 전시장은 20~30대 젊은이들의 열기로 뜨겁다.
이처럼 종로구 일대 미술관벨트가 문화관광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데에는 서울시의 공이 크다. 지난해 서울 7개 지역의 167개 미술관, 박물관과 어린이 전문미술관·박물관 정보를 담은 ‘서울의 박물관·미술관’을 출간한 데 이어 올해 ‘해설사와 함께 하는 박물관·미술관 나들이’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세계 박물관의 날(5월18일)을 기념해 올해 처음으로 기획한 ‘해설사와 함께 하는 박물관·미술관 나들이’는 ‘박물관 속 독립운동’, ‘한옥으로 들어간 박물관’, ‘근대건축에 들어간 박물관’, ‘박물관에서 만나는 사람들’ 등 4개의 테마로 나눈 투어코스다. 또한 시민들이 스스로 도보로 미술관을 둘러보는 ‘걸어서 찾아가는 박물관·미술관’과 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박물관으로 떠나는 버스-순환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 3월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1465㎡)도 근래 관광객들의 발길을 불러 들이는 인기코스다. 잠실나루역 인근에 비어 있던 대형 창고를 헌책 보물창고로 리모델링한 이 곳에서는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옛 동화책이나 유명 문학작품의 초판본,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희귀한 책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홍대주변의 ‘경의선 책거리’, 각양각색의 동네책방들과 묶어 차별화된 책방 탐방코스도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며칠 전 들른 서울 광화문 광장 부근 교보생명 사옥 앞. 건물 외벽에 내걸린 큼지막한 시 한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가로 20m, 세로 8m의 대형 글판에 새겨진 글귀가 잠시 마음의 위로를 준다. 지난 1991년부터 일년에 4번씩 새로운 글귀로 바뀌는 ‘광화문 글판’은 거리를 오가는 이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올해로 28년째 광장을 지켜온 광화문 글판은 문화서울의 얼굴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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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는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갤러리 등이 밀집한 거대한 문화벨트다. 세종문화회관과 가까운 경복궁을 기점으로 경희궁~덕수궁~남대문~보신각~인사동으로 이어지는 세종로 벨트는 수십 여 개의 공연장과 미술관, 갤러리들이 늘어서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필두로 국립민속박물관, 금호미술관, 세종미술관,서울역사박물관, 성곡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대림미술관, 일민미술관, 종로구립 박노수 미술관, 갤러리 현대, 국제갤러리 등 미술공간이 20여 개 달한다. 조나단 브롭스키 ‘해머링’(Hammering·흥국생명 빌딩)과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청계천 주변) 등 세계적인 조각가의 조형물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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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과 마주하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문화관광의 1번지로 불린다. 지하철 시청역과 인접한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서울시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앞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조각공원에 자리한 설치작가 최정화의 ‘장밋빛 인생’이 방문객을 맞는다. 싸구려 플라스틱을 이용한 붉은 색 꽃다발 모양의 대형 설치작품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미술관을 찾는 이라면 누구나 인증샷을 찍는 포토존이다.
근래 서울시립미술관은 몰려드는 방문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3월22일 부터 5개월간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호크니전’ 덕분이다. 지난 5월 28일 기준으로 17만 5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하니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현존작가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명성이 말해주듯 작품이 내걸린 3개의 전시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호크니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영국 테이트 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대표작인 ‘더 큰 첨벙’을 비롯해 ‘아카틀란 호텔’ 시리즈, ‘나의 부모님’ ‘클라크 부부와 퍼시’ 등 1950년대 초부터 2017년까지 회화, 드로잉, 판화 133점이 출품됐다.
또한 관람객들이 놓치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는데, ‘천경자 상설전시실’이다. 시립미술관 2층에 꾸며진 이 곳은 지난 1998년 천경자 화백이 서울시에 기증한 93점의 컬렉션이 전시돼 있다. 고흥 출신인 천 화백이 고향도 아닌 서울에 자신의 ‘분신’들을 내놓은 이유는 ‘귀하게 잘 돌봐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녀의 ‘믿음’대로 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지난 2002년 작가의 이름을 딴 70평 규모의 ‘천경자 상설전시실’을 꾸미고 전담 학예연구원과 자원봉사자를 배치하는 등 ‘VIP예우’를 하고 있다. ‘천경자의 혼’이라는 명패를 단 이곳에는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77년 작), ‘이탈리아 기행’(1973) 등 1940년대∼90년대 후반의 대표작과 드로잉, 화구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보랏빛 정한’, ‘영원한 초상’, ‘끝없는 여정’ 등 5개의 방으로 구성된 전시실은 국민화가로 불리는 그녀의 독창적인 채색화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귀중한 공간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립미술관의 대표주자라고 한다면 경복궁 근처의 대림미술관(D 뮤지엄)은 사립미술관의 힘을 보여주는 곳이다. 대림산업이 지난 2002년 통의동 주택가 골목에 개관한 대림미술관은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을 모토로 사진 뿐만 아니라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의 전시를 다루고 있다. 옛 주택을 리모델링한 전시장에 들어서면 스페인 출신 하이메 아욘의 독특한 오브제들이 판타지를 자극한다. 디자인, 가구, 회화, 조각, 스케치 등 7가지의 스토리로 구성된 전시는 관람객의 감정과 상상을 건드리며 뜻밖의 재미를 선사한다. 1만원의 관람료에도 전시장은 20~30대 젊은이들의 열기로 뜨겁다.
이처럼 종로구 일대 미술관벨트가 문화관광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데에는 서울시의 공이 크다. 지난해 서울 7개 지역의 167개 미술관, 박물관과 어린이 전문미술관·박물관 정보를 담은 ‘서울의 박물관·미술관’을 출간한 데 이어 올해 ‘해설사와 함께 하는 박물관·미술관 나들이’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세계 박물관의 날(5월18일)을 기념해 올해 처음으로 기획한 ‘해설사와 함께 하는 박물관·미술관 나들이’는 ‘박물관 속 독립운동’, ‘한옥으로 들어간 박물관’, ‘근대건축에 들어간 박물관’, ‘박물관에서 만나는 사람들’ 등 4개의 테마로 나눈 투어코스다. 또한 시민들이 스스로 도보로 미술관을 둘러보는 ‘걸어서 찾아가는 박물관·미술관’과 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박물관으로 떠나는 버스-순환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 3월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1465㎡)도 근래 관광객들의 발길을 불러 들이는 인기코스다. 잠실나루역 인근에 비어 있던 대형 창고를 헌책 보물창고로 리모델링한 이 곳에서는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옛 동화책이나 유명 문학작품의 초판본,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희귀한 책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홍대주변의 ‘경의선 책거리’, 각양각색의 동네책방들과 묶어 차별화된 책방 탐방코스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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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