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종교인들의 신앙을 배운다고 우리 신앙이 없어진다면 그 정도의 신앙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자기 신앙이 있다고 한다면 그 신앙의 그릇에 다른 사람의 신앙을 담아내야 한다.” 강원용 목사(1917~2006)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종교 간 대화 운동이다. 1963년 ‘크리스천 아카데미’를 설립한 고인은 교단 내 벽을 허물고, 종교 간 화합의 시대를 연 선각자였다.

강원용 목사 외에 김수환 추기경(1922~2009)과 법정 스님(1932~2010)도 종교에 대한 열린 시각뿐만 아니라 신앙인의 귀감을 보여 준 정신적 지도자들이다. 서울 길상사 개원 법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던 김수환 추기경과 명동성당의 가톨릭 신자들을 상대로 무소유의 정신을 설파했던 법정 스님의 일화는 익히 알려진 얘기다. 이들 세 종교 지도자들은 저마다 나이와 믿음은 달랐지만 함께 종교 화합을 위해 진력했다.

부처님 오신 날 모 사찰 법요식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합장(合掌)을 하지 않아 적잖은 논란을 낳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는 전도사 자격증이 있는 특이한 이력의 정치인이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오로지 나만의 신앙을 가장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정당 대표에게 자연인으로 돌아가라는 것은 표를 가지고 정당 대표마저 좌지우지하려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말을 했다가 타 종교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이후 불교 행사에서는 합장을 거르지 않을 만큼 성난 불심 달래기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도 ‘남이 믿는 종교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고 한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이념적·종교적·정치적인 분열은 물론 세대 및 지역 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내 생각만 옳다는 주장은 독선과 편협을 넘어 극단주의로 치달을 수 있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사랑과 자비다. 합장 논란보다 사랑과 자비가 있느냐 없느냐가 더 본질적인 부분이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