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관지(一以貫之)는 하나로써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는 뜻이다. 일관(一貫)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이는 공자가 제자 삼(參), 즉 증자(曾子)에게 한 말로써 ‘논어’(論語) ‘이인’(里仁)편에 나온다. 공자가 “삼아, 내 도는 하나로써 꿰뚫었다”라고 말하자 증자가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공자가 나가자 문인들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증자는 “선생님의 도는 충(忠)과 서(恕)일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시대의 마지막 선비 중 한 분이었던 이재호 선생은 이 구절에 대해 “중심(속마음)이 ‘충’(忠)이 되고 여심(如心:내 마음과 같이 함)이 ‘서’(恕)가 되니 중심으로 남을 섬기는 것을 ‘충’이라 일컫고, 다른 사람의 마음과 같이 하는 것을 ‘서’라 일컫는다”(이재호, ‘논어정의’)라고 풀이했다. 공자의 일이관지가 증자의 해설대로 ‘충’과 ‘서’를 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는 공자의 답이 아니라 증자의 풀이이기 때문이다.

공자의 일이관지를 요즘 말로 하면 한 가지 자로 사물을 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기준이 무너져, 극도로 분열된 이유는 두 개의 잣대로 사물을 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같은 행위를 놓고도 상대방 진영의 경우는 밀리미터(㎜) 자로 비난하고, 자신 진영의 경우는 미터(m) 기준의 자로 옹호한다. 그러니 과거 같으면 사과했을 객관적 잘못도 자기 진영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합리화한다.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한 잇단 망언 등이 이런 경우이다.

그중에서도 심각한 것은 역사 인식이다. 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을 귀감(龜鑑)이라고 하는데, 이는 역사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고대 동이족 국가였던 은(殷)나라에서 거북 껍데기를 불에 쪼여 갈라지는 금을 보고 하늘의 뜻을 헤아렸던 데서 나온 말이다. 하늘의 뜻이 둘이 아니듯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하나여야 한다.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고대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두 개, 혹은 세 개의 잣대를 가지고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 역사학자들이 그러니 일반 국민들을 탓할 수도 없다.

조선총독부가 한국인의 역사 인식을 왜곡시키기 위해서 만든 것이 식민 사학, 곧 조선총독부 사학이다.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의 아들인 국어학자 홍기문은 북한에서 발행하던 ‘력사제문제’(歷史諸問題)에 ‘조선고고학에 대한 일제 어용학설의 검토’(1949)라는 글을 실었다. 이 글에서 홍기문은 일제 식민 사학의 핵심이 두 가지인데, 그 하나가 한사군 ‘낙랑군=평양설’이고 다른 하나가 임나가 곧 가야라는 ‘임나=가야설’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1962년도에 리지린의 북경대 박사학위 논문인 ‘고조선 연구’를 출간하면서 ‘낙랑군=평양설’을 폐기시키고 ‘낙랑군=요동설’을 채택했다. 또한 1963년 김석형이 ‘삼한·삼국의 일본렬도 분국설’을 발표하면서 ‘임나=가야설’은 폐기되고, 임나는 가야계가 지금의 일본 오카야마(岡山)현에 세운 옛 키비국(吉備國)이라고 정리했다.

그런데 남한의 강단 사학계는 광복 7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낙랑군=평양설’과 ‘임나=가야설’을 이른바 정설이라며 고수하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남한은 여전히 조선총독부 치하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입만 열면 친일 청산을 부르짖는 일부 정객들과 역사학자들이 이 문제에 다다르면 조선총독부 학설을 옹호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인다. 두 개의 자를 가지고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지만 그 핵심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소리(小利)를 위해 대의(大義)를 저버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조용한 곳에 혼자 앉아 가슴에 손을 얹고 지금 자신의 모순된 행태가 백암 박은식 선생, 석주 이상룡 선생, 단재 신채호 선생 등의 역사관과 삶에 부끄럽지 않은가 반문하면 답은 자명할 것이다. 역사학계에서 이 사회에 귀감을 제시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은 요원하다.

<신한대 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