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설가 댄 브라운이 지난 2003년에 쓴 ‘다빈치 코드’는 시작과 끝이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는데, 바로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다. 기호학 교수인 랭던은 우연하게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사건 현장에 남겨진 기호를 단서 삼아 누명을 벗기 위한 여정을 이어 간다. 그리고 그 뒤를 경찰이 뒤쫓는다. 이 소설은 2006년에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소설 속에는 ‘예수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결혼해 아이를 가졌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했다는 성배(聖盃) 역시 ‘예수의 혈통을 품은 여자의 자궁’ 즉 마리아 막달레나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소설이 번역되고 영화가 상영되자 개신교의 거센 반발이 일기도 했다.

소설은 루브르 박물관 내 ‘유리 피라미드’에서 끝을 맺는다. 수년 전 파리에 갔을 때 ‘유리 피라미드’를 보며 감회가 남달랐던 것도 그 때문이다. 소설이나 영화를 읽거나 본 여행자들에게는 이게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품은 상징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여행자들이 너도나도 ‘유리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를 설계한 중국계 미국 건축가 이오 밍 페이(具聿銘)가 최근 향년 102세로 타계했다. 이번에 부고 기사를 접하고서야 ‘유리 피라미드’ 설계자의 이름을 알게 됐다. 그는 ‘유리 피라미드’를 비롯해 워싱턴 국립미술관 동관, 일본 시가현 미호박물관, 중국 쑤저우 박물관 등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설계했다. 1983년에는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유리 피라미드’는 1989년 프랑스혁명 200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핵심인 루브르 박물관 재정비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했다. 유리와 강철 등 첨단 소재로 만든 ‘유리 피라미드’는 설계 당시 프랑스인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지만 현재는 박물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건축가의 철학을 담은 건축물은 도시를 아름답게 하고, 공간의 품격을 높인다.

광주 건축물가운데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만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광주의 정체성을 담은 좋은 건축물이 들어서길 기대한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