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5·18 민주화운동 제39주년 기념식. 전날부터 내리던 비는 잦아들었지만 식이 시작되면서 금세 빗물을 대신한 것은 눈물이었다. 특히 39년 전 고등학생 아들을 잃은 노모의 사연이 소개되자 행사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에도 눈시울을 적시는 시민들이 많았다. 문 대통령은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한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안하다”며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 폭력과 학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의 말 중 특히 깊은 여운을 남긴 대목이 있다.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 없다.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라고 강조한 부분이다.

과연 누가 독재자의 후예들인가? 나경원 원내대표는 “5·18 민주화운동을 최초로 인정한 것은 자유한국당 출신 김영삼 대통령”이라며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 대표의 말이 맞다면 자유한국당은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한국당은 전두환의 후예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여야 합의로 지난해 2월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조사위원 추천 지연, 무자격 위원 추천 등으로 조사위 출범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5·18 망언자 징계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5·18은 불의와 독재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 내고자 한 숭고한 시민운동이다. 법정에서까지 이미 결론이 난,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에 큰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이다. 따라서 한국당은 조사위 출범 협조 및 망언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 신속 처리 등 5·18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들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