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무는 삶의 수수께끼 같은 소설, 과연 이 어려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까.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의 작가 편혜영이 소설집 ‘소년이로’를 펴냈다. 저자는 장편 ‘홀’로 지난 2017년 셜리 잭슨상을 수상하며 미국문학 시장에서 한국 문학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번 작품집은 지난 2013년 ‘밤이 지나간다’ 이후 6년 만에 발간한 저자의 열 번째 책이자 다섯 번째 소설집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뉴요커’에 게재되면서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이끌어낸 ‘식물애호’, 현대문학상 수상작 ‘소년이로’ 등이 실렸다.

편혜영의 소설은 뿌연 안개가 앞을 가로막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은 “삶의 곳곳에 감춰진 고통스러운 함정에 발 하나쯤 빠진 채 우두커니 서 있는 건 그리 큰일도 아니다. 편혜영의 단편들은 함정 옆에 세워진 작은 경고판이다. 이 경고를 읽고 당신만은 무사히 함정을 피해 가시길”이라고 평한다.

이 같은 평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삶의 어둠을 지워내려 발버둥친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특유의 긴장감에 휩싸이며 추리극에 빠져드는 듯한 경험을 한다.

표제작 ‘소년이로’는 주자의 문집에 수록된 시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의 앞부분을 따왔다. ‘소년은 늙기 쉽지만 학문을 익히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다. 소설은 나이 들어버린 소년, 소설 속에서 어른의 모습을 상정한다. 작가는 묻는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인데, 과연 어떠한 상황에 처해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