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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 의도·연주자 해석따라 악기도 달라져야”
20일·27일 월요콘서트 ‘원더풀 바로크 20’ 해설 서상종씨
50여점 원전피아노 소장 고악기 전문가
고악기 알면 피아노 발달사 조망 가능
시대별 변천사 담긴 피아노 박물관 건립 꿈
2019년 05월 16일(목) 00:00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리는 ‘바로크 고음악 시리즈’가 인기를 얻는 가운데 바로크 시대 당시 사용됐던 악기로 직접 연주하는 고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지난 13일에 이어 20일, 27일 3번에 걸쳐 빛고을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되는 월요콘서트 ‘원더풀 바로크 20’은 서상종(65)씨의 해설로 고음악·고악기를 더욱 알기 쉽게 구성했다.

46년 동안을 피아노 조율사이자 제작자로 살아온 서씨는 지난 2011년부터 원전 피아노를 수집해 온 고악기 전문가다. 서울 예술의전당에 있는 자신의 공방에 50여점의 원전피아노를 소장하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 최다 고악기 수집가 중 한명이다.

이번 공연에서 서 씨는 ‘영국식 메커니즘’으로 제작돼 쇼팽, 베토벤 등이 사용했던 ‘에라르 포르테 피아노’와 ‘비엔나 메커니즘’으로 제작돼 모차르트가 주로 활용한 ‘안드레아스 슈타인’ 피아노를 제공했다. 14일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고악기가 가진 매력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포르테 피아노(고악기) 피아노 포르테(현대 피아노)는 구조, 원리, 소리와 주법이 많이 다릅니다. 모던 피아노는 88개 건반으로 7옥타브까지 표현하지만, 지난 콘서트에서 보여드린 모차르트 곡을 연주한 ‘안드레아스 슈타인’ 피아노는 음역대가 5옥타브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모차르트가 현대 피아노의 풍성한 소리를 노리고 곡을 만들었을까요? 작곡 의도,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곡을 연주할 악기도 달라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고악기가 필요해지는 거예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나 볼 법한 원전피아노를 활용하는 공연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서씨는 “서울에서 열린 국제 음악회에서조차 곡에 알맞는 고악기를 구하지 못해 곤란했던 적도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고악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악기를 알면 피아노의 발달사를 알 수 있다”며 고악기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예로부터 음악가들은 자기 음악을 표현할 악기를 찾기 위해 테크니션과 상담하고, 직접 쳐보고, 연구했습니다. 고악기는 그런 과정을 통해 발달해 온 피아노 구조와 원리의 변화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시대적 요건에 맞춰 발달해 온 음악사가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이죠.”

서씨가 고악기를 수집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5년 한국 조율사 협회 회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시아연맹 조율사 협회, 국제 조율사 협회 등을 통해 해외 기술자들과 교류하던 서씨는 유럽 등지에서 고악기 제작·활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

또 지난 2006년부터 12년에 걸쳐 강원대학교에서 피아노 구조와 조율법을 가르치던 때 우리나라에서 고악기를 제공하는 곳이 없어 교육이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국내 수요가 많지 않은 고악기를 수집하게 된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특별히 수요가 있어서 수집하는 게 아니고, 판매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만으로 모으고 있어요. 유럽에선 경매로 판매되기도 하고, 도면도 살 수 있고, 옛 버전을 모사해서 새로 제작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엔 전혀 없었으니까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피아노 관련 기술을 배워 조율사로 나섰던 그는 음악학·음악사를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다. 스스로를 ‘테크니션’이라 부르는 서씨는 자신이 음악 전문가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원전피아노를 매일같이 관리하고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 보니 고음악에 대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도 전문적인 음악학 강의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저 이 시대에 이 작곡가가 어떻게 곡을 만들었는지를 알려줄 뿐입니다…. 그것만 알아도 듣는 힘이 달라집니다. 똑같은 악기, 똑같은 연주가 넘치는 요즘, ‘왜 이건 다르게 들리는지’ 알아볼 수 있는 거죠.”

서씨는 장차 고악기부터 현대의 모던 피아노까지 시대별 구조적 변천사를 한 데 모은 우리나라 유일의 피아노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고악기 연주를 들으며 고음악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이번 공연은 오는 20일 ‘고음악과 성악’을 주제로 진행된다. 서씨의 해설과 함께 피아니스트 최현영의 안드레아스 슈타인 연주와 바로크테너 박승희의 협연이 펼쳐진다. 27일에는 ‘고음악의 역사 Ⅱ’를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석 무료. 선착순 100명. 문의 062-670-7942.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