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스타일은 사람의 머리 모양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용모와 첫인상까지 좌우한다. 어떤 헤어스타일을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대에도 머리 모양은 패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에 반해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미는 삭발은 아름다움을 포기한 행위로, 결연한 의지의 표출 혹은 세속적인 삶과의 결별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고3 수험생이나 재수생 그리고 고시생들은 머리는 물론 눈썹까지 삭발한 채 공부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공부에만 정진하겠다는 스스로의 각오이자, 주변에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표식인 셈이다.

그럼에도 어른의 삭발은 머리 맨살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승려를 제외하곤 보는 이들에게 부담을 안겨 주는 것도 사실이다. 삭발은 불교에서 승려가 출가할 때 속세를 버리고 불제자가 되는 마음을 표명하기 위한 의식이다. 불교의 출가 수행자가 머리를 깎는 것은 우선 다른 종교의 출가 수행자와 구별하기 위함이고, 또 하나는 세속적 번뇌를 끊기 위한 결단의 상징이다.

출가인이 머리 모양에 신경을 쓰면 출가 의지가 흐려져 번뇌가 자란다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번뇌가 한 번 생기면 순식간에 자란다는 의미에서 머리카락을 번뇌초 또는 무명초(無明草)라고 불렀다. 20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불가에서는 여전히 승려로 입문하는 의식을 치를 때 삭발을 한다. 이후 자격을 제대로 갖춘 승려가 되면 다시 삭발식을 거행한다. 승려가 된 후에도 얼굴과 머리 모두를 깨끗하게 면도한 상태로 유지하면서 수행에 임한다.

서양에서도 중세에는 삭발이 성직자와 세속인을 구별하는 기준이었으며, 사제가 세속적인 죄를 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고대 노예의 밀어 버린 머리를 모방한 것으로, 삭발은 신에 대한 충성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삭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비움과 수행을 위한 삭발이 아닌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나름 단호한 의지의 표명이라는 말일 터인데, 지켜볼 일이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