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술 마신 후에는 라멘(라면)이 당길까?(중략) “지금까지의 설명은 이해하기 어려울 거예요. 쉽게 말해, 술을 마시면 간과 창자의 에너지가 부족해지는 것입니다. 술을 마시면 당을 만드는 원료가 부족해져서 혈당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뭔가 먹고 싶어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술을 마셨기 때문에 혈당치가 떨어지고, 저혈당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당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단것이나 탄수화물을 먹고 싶어지는 거예요.” 술을 마신 후에 라멘이 당기거나 많은 여성이 그러는 것처럼 아이스크림이 당기는 이유는 저혈당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일본 음식 가운데 국민 음식이 있다. 바로 라멘(라면)이다. 일본 전역에 약 5만 개의 전문점이 있으며 연간 생산되는 인스턴트 라멘은 56억 개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라면 사랑’도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2015년 세계라면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약 75개 라면을 먹는다. 다음으로 인도네시아가 50개, 3위는 43개의 일본, 4위가 중국 순이었다.
전 세계에서 1년 동안 소비되는 라면의 연간 소비량은 977억 개에 달한다. 이쯤 되면 라면은 세계인의 근사한 식품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라면이 이토록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사이언스뉴스’의 편집장인 가와구치 도모카즈가 라면에 담긴 ‘과학 미식’을 탐구했다. 면과 국물에 숨은 과학적 원리를 통해 라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밝힌다.(책은 저자의 관점에 따라 일본 라멘에 대한 분석임을 밝힌다)
저자가 라면에 대해 가졌던 의문은 이런 것이다. 재료를 많이 사용하면 국물 맛이 좋아질까? 꼬들꼬들한 면과 푹 삶은 면 가운데 어느 쪽이 국물과 맞는지, 술을 마시면 왜 라면이 당기는지 등이다. 이러한 질문은 결국 근본적으로 ‘라면은 왜 맛 있는가’로 수렴된다.
저자는 답을 구하기 위해 유명 라면 가게와 라면 박물관을 방문해 맛을 보았다. 제조 회사와 제면 회사도 찾아가 직접 만들어 보았다. 또한 수십 년 경력의 식당 사장, 영양사, 연구원, 칼럼니스트 등 각계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저자는 국물 맛을 결정하는 제5의 감각, 감칠맛의 비밀에서 찾는다. 푸짐한 라면 한 그릇이 놓였을 때 면부터 먹는 이도 있지만 국물부터 맛보는 이도 적지 않다. 라면은 국물 맛이 생명이다.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최대한의 감칠맛을 내는 것”이 포인트다.
“단맛은 에너지원이 되므로 살아가는 데 중요합니다. 신맛은 상한 음식일지 모르고 쓴맛은 독일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갓난아이는 신맛이나 쓴맛을 싫어하죠. 감칠맛은 단백질이 몸 안에 들어왔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단맛과 감칠맛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거죠.”
면발은 반죽과 숙성 정도, 제면 방식에 따라 식감, 색감이 달라진다. 심지어 향까지 달라진다. 익힌 정도에 따라 꼬들꼬들한 면을 선호하기도 하고 익힌 면을 좋아하기도 한다. 대부분 꼬불꼬불한 면이 국물이 잘 밸 거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저자는 “유체 역학적으로 살펴보면 곧은 면이 꼬불거리는 면보다 국물을 더 잘 흡수한다는 견해”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면이 국물을 흡수하는 정도는 면발의 꼬불거림, 반죽 재료 배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결정적 요인은 면을 얼마나 익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1분 동안 삶아야 하는 면을 30초만 덜 익히면, 그 면은 국물을 깊이 빨아들인다. 대신 면에 함유돼 있는 간스이(탄산칼륨이나 탄산나트륨이 주 원료)나 첨가물이 국물에 녹아 나온다. 달리 말하면 꼬들꼬들한 면에 국물이 잘 배어 있을지 몰라도 국물 맛은 첨가물에 의해 변질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왜 후루룩거리며 먹는 라면이 맛있을까? 이 부분은 사회문화적 배경과 연관돼 있다. 대부분 나라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을 비매너라고 생각한다. 젓가락이나 포크에 말아 먹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면을 먹을 때 ‘면치기’를 한다. 면을 입에 넣은 뒤 빨아들이듯 먹는 방법을 면치기라 하는데 ‘즈루즈루’라는 소리로 표현한다. 한국의 ‘후루룩’과 같은 의미다. <부키·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문학박사·소설가>
우리나라의 ‘라면 사랑’도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2015년 세계라면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약 75개 라면을 먹는다. 다음으로 인도네시아가 50개, 3위는 43개의 일본, 4위가 중국 순이었다.
전 세계에서 1년 동안 소비되는 라면의 연간 소비량은 977억 개에 달한다. 이쯤 되면 라면은 세계인의 근사한 식품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라면이 이토록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사이언스뉴스’의 편집장인 가와구치 도모카즈가 라면에 담긴 ‘과학 미식’을 탐구했다. 면과 국물에 숨은 과학적 원리를 통해 라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밝힌다.(책은 저자의 관점에 따라 일본 라멘에 대한 분석임을 밝힌다)
저자는 답을 구하기 위해 유명 라면 가게와 라면 박물관을 방문해 맛을 보았다. 제조 회사와 제면 회사도 찾아가 직접 만들어 보았다. 또한 수십 년 경력의 식당 사장, 영양사, 연구원, 칼럼니스트 등 각계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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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은 에너지원이 되므로 살아가는 데 중요합니다. 신맛은 상한 음식일지 모르고 쓴맛은 독일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갓난아이는 신맛이나 쓴맛을 싫어하죠. 감칠맛은 단백질이 몸 안에 들어왔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단맛과 감칠맛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거죠.”
면발은 반죽과 숙성 정도, 제면 방식에 따라 식감, 색감이 달라진다. 심지어 향까지 달라진다. 익힌 정도에 따라 꼬들꼬들한 면을 선호하기도 하고 익힌 면을 좋아하기도 한다. 대부분 꼬불꼬불한 면이 국물이 잘 밸 거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저자는 “유체 역학적으로 살펴보면 곧은 면이 꼬불거리는 면보다 국물을 더 잘 흡수한다는 견해”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면이 국물을 흡수하는 정도는 면발의 꼬불거림, 반죽 재료 배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결정적 요인은 면을 얼마나 익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1분 동안 삶아야 하는 면을 30초만 덜 익히면, 그 면은 국물을 깊이 빨아들인다. 대신 면에 함유돼 있는 간스이(탄산칼륨이나 탄산나트륨이 주 원료)나 첨가물이 국물에 녹아 나온다. 달리 말하면 꼬들꼬들한 면에 국물이 잘 배어 있을지 몰라도 국물 맛은 첨가물에 의해 변질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왜 후루룩거리며 먹는 라면이 맛있을까? 이 부분은 사회문화적 배경과 연관돼 있다. 대부분 나라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을 비매너라고 생각한다. 젓가락이나 포크에 말아 먹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면을 먹을 때 ‘면치기’를 한다. 면을 입에 넣은 뒤 빨아들이듯 먹는 방법을 면치기라 하는데 ‘즈루즈루’라는 소리로 표현한다. 한국의 ‘후루룩’과 같은 의미다. <부키·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문학박사·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