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중 항쟁 당시 광주에 투입돼 사망한 계엄군들의 이름이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 전사자 명비에 새겨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80년 5월 24일, 주남마을에서 광주 공항으로 이동하는 11공수여단과 송암동을 방어하던 전투교육사령부 보병학교 교도대 간 오인 사격으로 인해 숨진 11공수 부대원 8명을 포함해 모두 22명이다.

그동안 광주 시민들을 학살한 계엄군을 한국전쟁 등에서 산화한 호국 영웅과 함께 추모할 수 있도록 해 왔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전두환 신군부는 5·18 직후에 아군 간 오인 사격 등으로 숨진 계엄군 22명을 ‘순직자’가 아닌 ‘전사자’로 뒤바꾸어 화랑 무공훈장 등 훈장을 각각 수여한 바 있다.

이러한 포상은 ‘군 인사법’에서 정한 전사자와 순직자의 구분을 명백하게 무시한 것으로, 신군부의 잘못된 인식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들에게 광주 시민은 ‘적’이었으며 그들은 시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것이다.

‘충정작전 유공 포상’ 자료에 따르면 5월 24일 같은 장소에서 오인 사격으로 숨진 계엄군의 전사·순직 구분도 자의적이었다. 11공수부대 차 모 대위는 ‘전사’로, 같은 소속 박 모 중사는 ‘폭도의 흉탄에 순직’이라고 기록했다. 또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 폭도 차량에 치여 사망한 걸로 돼 있는 권 모 일병이 실제로는 11공수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5월단체 관계자들은 “전쟁기념관을 비롯해 전국 현충 시설을 전수 조사해 5·18과 관련된 잘못된 표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연한 얘기다. 전사자 명비에 잘못 새겨진 계엄군 이름은 당장 삭제해야한다. 5·18 민중항쟁 39주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진실 규명과 왜곡된 역사 바로잡기는 요원하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