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19세기는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격변기였다. 유럽 국가들의 제국주의와 식민지 수탈이라는 양면성이 강화됐을 뿐만 아니라 산업혁명으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 중산층 등장과 노동자들의 가난이라는 극과 극의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특히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했던 64년(1837년~1901년)간, 즉 ‘빅토리아 시대’는 산업혁명의 경제 발전이 절정이었던 격동기였던 만큼 변화상도 뚜렷했다. 이 시기 대영제국은 전성기였지만 한편으론 산업화에 따른 각종 부작용과 이에 대한 반발로 민주주의 사상이 태동하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와 민주와 자유사상의 흐름을 타고 사회 전반의 변화가 있었지만 유독 바뀌지 않고 고착화된 것이 여성의 순결과 남성 중심 주의였다. 여성은 패션만 놓고 보더라도 철제 프레임의 크리놀린과 코르셋으로 허리를 잘록하게 보이도록 하는 등 복종을 강요받던 시기였다. 심지어 ‘음란한 생각이 들게 한다’는 이유로 피아노나 책상의 다리에 양말(커버)을 신길 정도였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여성의 사랑과 성에 대해서도 점차 자유사상이 움트기 시작한다. 급기야 1929년 영국 철학자 버트런트 러셀이 ‘결혼과 성’을 출간해 온 세상을 뒤흔든다. 예전에 자식은 가축과 같아 많이 낳을수록 부모에게 이익이 됐다는 것이다. 자식은 곧 노동력인 탓이다. 그래서 태어난 아이의 소유자를 가려야 했고, 이때 소유자인 아버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 여성은 남편하고만 성관계를 맺도록 했다는 것이다. 순결은 남성에 의해 여성에게 강요된 미친 짓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여성들에게 자유연애의 예찬으로 받아들여졌다.

얼마 전 낙태죄의 헌법 불합치 판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낙태죄가 사라지게 됐다. 신체에 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시대적 흐름이다. 다만 순결을 강조한 전통사회보다는 자유연애가 앞선 현대사회의 출산율이 크게 뒤떨어진다는 점이다. 새로운 사랑을 찾아야 하는 탓에 임신을 꺼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낙태죄 폐지가 저출산을 더욱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기우에 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