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11월25일 서울 정동의 예배당. 정일형 박사는 예배당에 모인 이들에게 한 사람을 소개했다. 광복군이었던 장준하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여기에 한 위대한 사람이 앉아 계십니다. 장차 이 민족을 이끌고 나갈 참지도자가 이 자리에서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계십니다’라는 정 박사의 말을 전했다. 그로부터 3년 7개월이 지난 1949년 6월26일, ‘그 사람’은 고대하던 자주독립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과 이별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혁명가이자 정치가인 백범 김구 선생이었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백범 서거 70주년을 기념해 ‘비운의 역사현장, 아! 경교장’이 최근 출간됐다. 임시정부와 그 수장이었던 백범의 발자취를 담은 이 책은 항일투쟁을 펼친 27년 동안의 언론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 ‘최초의 남북협상 산실’ ‘백범 암살의 현장’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1945년 11월23일, 임시정부 요인들이 처음으로 조국에서 독립의 밤을 맞이한 곳이 경교장(당시 죽첨장)이었다. 경교장은 백범이 암살 당하기까지 3년 7개월, 1310일간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였으며 백범 암살의 현장이었다.

김인수 (사)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 2001년부터 2년에 걸쳐 국립중앙도서관 등에서 경교장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자료가 집대성된 완성본은 지난 2003년 출간됐지만 대중에 공개되지는 못했다. 그로부터 무려 16년이 지나 이 책은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언론 보도 외에도 책에는 역사적 인물들의 증언이 수록됐다. 송남헌 선생의 남북연석회의 증언과 동행기자 취재기, 광복군 제3지대장 김학규의 백범 암살 상황에 대한 회고, 백범 암살범 안두희의 육성증언 등을 함께 실었다. <멘토프레스·3만원>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