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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生을 말하다] <7> <제2부> 인생 2막 여는 사람들 ④ 시니어 성악가들
노래하고 연주하라… 음악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
연륜의 미학이자 행복의 무대
“퇴직 후 첫 연주회 멋진 추억”
사회복지시설 찾아 위문공연도
2019년 04월 22일(월) 00:00
수 십 년 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일한 기세관·유창종·임동윤(왼쪽부터)씨는 이제 ‘테너’, ‘바리톤’의 이름을 달고 인생 2막을 연주하고 있다. /최현배 기자 choi@
국내에서 최근 ‘핫’(Hot)한 인물 중 한 명은 ‘할담비’ 지병수(77) 할아버지다.

지 할아버지는 지난달 KBS 1TV ‘전국노래자랑’ 서울시 종로구 편에서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를 자신만의 색깔로 불러 폭발적인 화제가 됐다. 그는 연일 인터넷과 언론 등을 통해 주목을 받다가 같은 달 손담비와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사회복지관 자원봉사일을 하던 지 할아버지는 기세를 몰아 유튜버로 변신했다.

18년 넘게 전통무용을 한 지 할아버지는 “취미로 노래를 옛날부터 좋아했다”며 홍진영, 카라, 티아라, 채연의 팬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영상에서 “(몸을) 흔드는 젊은 노래를 좋아한다. 또 흑인 노래도 좋아한다”며 “전국적으로 경제도 침침한데 이런 노래로 웃겼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할담비’ 신드롬에 빠진 누리꾼들은 “유쾌한 할아버지의 모습에 흥이 난다”며 응원을 보냈다.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음악이 필수적이다. 연륜의 미학이자 행복의 무대를 선보이는 ‘시니어 음악가’ 3인을 만났다.

지난달 28일 오후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김봄소리, 피아니스트 문지영 등 유명 클래식 스타들이 거쳐 간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 무대에는 나비 넥타이에 턱시도를 갖춘 초로(初老)의 연주자들이 나섰다. 이들은 유·스퀘어 문화관이 올해 4번째 열고 있는 ‘금호시니어콘서트’ 참가자들이다.

이날 출연진은 모두 만 40세 이상의 아마추어 연주자와 현직에서 은퇴한 연주자 등 총 10팀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치과의사, 정년 퇴임한 교수, 금융업계 종사자, 음악학과 동문 등 저마다 다양한 삶을 살아왔다.

시니어콘서트의 성악부문 첫 무대는 4년 전 순천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기세관(70)씨가 장식했다. 그는 우리말을 사랑하는 국어학자이다. 지난 1984년 순천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전임강사로 부임해 2015년 같은 대학 교수로 퇴임하기까지 30여 년 동안 우리말을 가르쳐왔다. ‘국어음운론 연구’(2018), ‘광양 방언 사전’(2015) 등 여러 책을 펴내고 30여 편에 이르는 논문을 쓰면서 우리말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우리말의 가치를 보존하고 널리 알리려는 그는 자연스럽게 한국가곡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노래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2년이 됐던 지난 2010년에는 순천대에서 ‘국어학자 기세관 교수와 함께하는 한국가곡 여행’ 연주회를 열어 ‘청산에 살리라’, ‘옛날은 가고 없어도’ 등 주옥 같은 우리 노래를 선보였다. 당시 악보를 볼 줄 모르는 ‘음맹’이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독창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평소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서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왔어요. 독창회 3회 등 10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무대에 서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퇴직 후 제가 좋아하는 음악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이번 무대를 기회 삼아 더욱 많은 활동을 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바리톤 임동윤(68)씨는 가곡 ‘그리운 사람아’와 토스티의 ‘기도’를 부르며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지난 2월 조선대 의대 교수를 정년퇴임했다. 심혈관계 약리학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온 임씨는 초당약사대상, 대한약학회 학술상, 대한고혈압학회 학술연구상 등을 받았다.

임씨와 기씨는 우리 가곡을 함께 배우고 부르는 ‘광주전남 우리가곡부르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달 연주회를 여는 ‘광주전남 우리가곡부르기’ 회원들은 10년 동안 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에서 꾸준히 위문 공연을 열고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임씨의 금호아트홀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열린 2회·3회 금호시니어콘서트에 출연했다.

어릴 적부터 형제끼리 모여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임씨는 학자답게 학구열을 불태웠다. 3년 전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 아카데미아 뮤지칼레 ‘G. 도니제티’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단기 과정을 수료했다. 임씨는 “그동안 크고 작은 연주회에 출연하면서 경험을 쌓으며 배우는 과정에 있다”며 “정년퇴임 후에 맞이한 첫 연주회여서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의 대표 아리아 ‘오묘한 조화’를 호소력 있게 소화한 테너 유창종(66)씨는 1981년부터 전남도와 중앙부처에서 행정공무원으로 근무했다. 지난 2009년에는 자신의 회고록 ‘대나무처럼 살고 싶었다’를 펴내며 30여 년 공직생활을 돌아보기도 했다. 순천부시장, 전남도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낸 그는 공직생활을 하며 음악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청년시절 산에서 공부할 때 한국 가곡을 테이프를 통해 혼자 배우며 모르는 가곡이 없을 정도로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어요. 30년 넘게 공직자로 일한 뒤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에서 3년 동안 성가 발성과 합창 과정을 공부하며 성악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이후 칸타빌레, 광주전남 우리가곡부르기, 광주남구합창단, 담양 성당 성가대 등에서 연주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어요.”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