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서 항상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일한다. 소방직은 그래서 ‘극한 직업’으로 꼽힌다. 2001년 미국 9·11 테러 당시에는 소방관 343명이 순직했다. 중국에선 지난달 30일 쓰촨성 산불로 31명의 소방관이, 그리고 한국에서도 2001년 서울 홍제동 다가구 주택 화재 붕괴 사고로 소방관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소방관들의 순직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소방관들은 ‘어느 소방관의 기도’ 라는 시를 신조처럼 받아들인다.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중략) /제 목숨이 다하게 되거든 / 당신의 은총으로/ 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아 주소서”

지난 5일 새벽 전국에서 800대가 넘는 소방차들이 어둠을 뚫고 강원도를 향해 달리는 장면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하지만 대한민국 소방관들의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 없다. 지방직 신분이다 보니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제대로 대우를 해 주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전남의 경우 소방 현장 인력 부족률이 40%에 가깝고, 광주도 12.5%나 된다. 소방관 없는 119지역대가 전남에만 32곳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광주·전남 소방관 2명 중 1명꼴로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관 1명당 한 해 평균 7.8회의 참혹한 현장 경험을 한다니 그럴 만하다.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겪고 있는 소방관들이 많다. 하지만 소방관의 경우 전문 치료센터가 없어 경찰병원에 위탁하고 있는 게 아픈 현실이다. 군인을 위한 전문치료센터는 전국 19개 병원이 있는 것과 비교된다.

강원도 산불 이후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위한 청와대 청원이 25만 명을 넘어섰다. 여론 조사에서도 국가직 전환 찬성 의견이 78.7%로 나타났다. 소방관의 국가직화는 여야가 5년 전에 합의한 사항이다. 그런데도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통한 처우 개선 법안’은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어떤 극한 상황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도록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에 대한 기도를 국회가 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최권일 정치부장 c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