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 가운데 ‘외로움부’라는 행정 부처가 있는 나라가 있다. 한때는 산업 혁명을 이끌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영국의 얘기다. 지난해 1월 영국 총리 테레사 메이는 이색적인 각료를 임명했다. “외로움부 장관으로 트레이시 크라우치를 임명합니다. 그녀는 영국 정부가 주요 의제로 삼은 ‘외로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영국 정부가 외로움을 사회적 문제로 규정하고 대책을 강구하게 된 데는 조 콕스라는 하원 의원의 노력이 있었다. 그녀는 의원 생활을 하며 고립된 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을 만났는데, 그 과정에서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2016년 브렉시트 투표를 독려하는 캠페인에 참가했다가 극우 성향의 남성에게 피살되고 만다. 이후 영국은 그녀의 뜻을 살리기 위해 ‘조 콕스 외로움 위원회’를 결성하고 외로움 문제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취한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내년부터 1만 명씩 감소할 전망이라고 한다. 이후 감소 폭이 확대돼, 2067년에는 3365만 명까지 줄어 1972년 수준으로 회귀하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올해 합계출산율이 0.87명으로 떨어져, 본격적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초월하는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출산율 저하와 맞물려 무연고 사망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2013년 1200명에서 2017년 2000명을 선회할 만큼 홀로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 가운데 50대와 60대 무연고 사망이 절반을 넘는다. 인구 고령화와 맞물린 사회 문제다.

영국이 외로움부 장관을 임명한 것은 ‘외로움이 개인적 불행에서 사회적 전염병으로 확산되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급증과 출산 기피 또한 향후 외로움이 감정 차원 이상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인구 대책 못지않게 다가올 무연(無緣) 사회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중세 명언으로 ‘혼자인 사람은 신이거나 아니면 악마다’라는 말이 있다. 외로움은 견디기 힘든 ‘사회적 질병’이라는 의미가 아닐는지.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