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정책, 조금 더 좁혀 보면 아파트 정책은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듯하다. 약발이 듣지 않는 대책을 내놓은 것인지, 아파트 불패의 벽이 너무 두터운 것인지 알 수 없다. 여하튼 아파트는 여전히 부의 상징이며 원천이다. 미래 가장 믿을 만한 재산 증식 수단인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경기 부양과 연동해 아파트 정책을 펴 왔다. 도시에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하면, 토목·건축·전기·인테리어·가전 등 관련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일자리도 늘어난다. 정부 입장에서 아파트 공급은 손쉬운 경기 부양책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공급 위주 아파트 정책의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났다. 비싼 민간 아파트는 실수요자에게 공급되지 못하고, 소수의 부유층이 독점해 부의 증식·세습에 악용되고 있다. 거액의 프리미엄이 판을 치면서 ‘투기’가 일상화됐고, 지나치게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이나 청년들은 주택 구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아파트 관련 정책은 크게 세 가지다. 아파트 공급, 세제 개혁, 금융 규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공공 임대 아파트는 턱없이 낮은 주거의 질로 인해 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민간 아파트는 앞서 언급한대로 비싸고, 거침없이 가격이 상승해 ‘그림의 떡’과도 같다. 종합부동산세나 보유세는 아파트 투자로 얻을 수익에 비해 미미하기 때문에 부유층들의 ‘물욕’을 억제할 수 없다. 광범위한 금융 규제는 오히려 실수요를 막아설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6월 19일부터 2018년 10월 12일까지 쏟아 낸 12차례의 주택 정책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잠시 붙들어 매 놓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최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어려움이 있더라도 주택 시장을 경기 부양용 수단으로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듣고 보니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하지 않겠다는 속내가 보이는 듯하다. 아파트는 투기의 대상이 아니며, 실주거용이 아닌 주택을 보유하면 그만큼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분명하고도 확실한 ‘신호’가 있었으면 했는데, 많이 아쉽다. /윤현석 기자 chad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