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과 방송을 보노라면 그동안 눈에 씌었던 콩깍지가 ‘툭’하고 떨어져 나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재치 있는 입담과 감칠맛 나는 노래, 심금을 울리는 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 왔던 연예인들이 자고 일어나면 구속되는 세상이 됐다. 혐의도 음주 운전이나 도박처럼 비교적 ‘익숙한’ 것들이 아니라 마약, 성매매 알선, 불법 동영상 유포와 같이 ‘낯선’ 것들이 많다. 그러니 ‘포토라인에서 고개 숙인 그들이 tv 화면 속에서 춤추고 노래하던 그 연예인들이 정말 맞나?’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연예인들뿐만이 아니다. 거물 정치인과 고위 경찰·검찰 간부, 그리고 돈 많은 재벌들의 추락도 익숙한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전두환에 이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전직 국가수반이 국민의 존경을 받기는커녕 온갖 혐의로 재판을 받고 심지어 투옥되는 것이 오늘날 우리 한국의 일상이다. 전·현직 국회의원과 장관들도 채용 비리, 권한 남용 등의 의혹을 받으며 매일 같이 신문지상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재벌 기업의 총수들 가운데서도 국민의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며 법정을 드나드는 이가 적지 않다.

사회 지도층의 권위가 무너지고, ‘유명인’에 거는 기대 또한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그들의 ‘오만’이 빚어낸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영화 ‘오만과 편견’에선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돈과 권력과 명성에 기대어 작동해 온 기존의 권위와 사회 시스템의 본격적인 몰락은 지난 2016년 촛불 시민혁명에 의해 비로소 가능해진 것임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 눈에 완강하게 씌어 있던 콩깍지가 떨어져 나가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제대로 작동되기 시작한 것도 촛불 혁명이 불러온 효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대하고 집착하며 애정을 느껴 왔던 ‘가슴 속 별’들이 자고 나면 져 버리는 요즘, ‘사람들마다 유전자는 다르지 않으며, 누구나 가슴속에 어두운 비밀을 감춰 놓고 있다’는 세간의 이야기들이 틀리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