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탓에 대표적 월동채소인 배추의 생산은 늘었으나 소비는 부진하면서 가격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 약세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아 겨울배추 주산지인 해남과 진도 등 전남지역 농업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이례적인 작황에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도 수급정책과 소비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1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3월 농업관측월보’에 따르면 이달 월동배추 재배면적은 전년보다 1.6% 감소한 3757ha로 조사됐으나, 따뜻한 날씨에 작황이 좋아 생산량은 오히려 34만7000t으로 20.8%가 증가했다.

지난해 극심한 한파가 몰아쳤던 것과 달리 올해는 한파도 없었고, 강수량도 적절해 생육이 좋았다는 게 농촌경제연구원 측의 분석이다.

이처럼 생산량이 늘어나고 소비도 줄면서 가격 폭락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달 기준 겨울배추는 가락시장 상품 10㎏(3포기)당 도매가격은 2790원으로, 평년 659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무려 57.7%나 떨어졌다. 지난해 배추 가격인 8150원에 비해서는 65.8%가 감소하는 등 가격 하락이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겨울배추의 경우 주산지가 해남과 진도 등 전남지역이라는 점에서 지역 농업인들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전남지역 겨울배추 출하 진행률은 지난달말 80% 내외로 평년 대비 느린 수준으로 조사됐다. 진도의 경우 출하면적이 684ha로 아직 385ha가 출하를 하지 못해 출하율이 64%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겨울철 따뜻한 날씨에 배추가 꽃줄기를 내는 ‘추대’ 현상도 나타나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출하가 늦어질수록 추대 현상으로 값어치가 떨어지면 가뜩이나 폭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지역 겨울배추 가격이 또다시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례적인 작황 호조에 따른 공급과잉을 해소기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협 등을 통해 지난 12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배추 7만1000t을 시장 격리하고, aT도 수급 관리 강화와 함께 소비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또 aT는 배추를 비롯한 월동 무와 대파 등 가격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월동채소류에 대한 효능과 가격, 선별·손질·보관·레시피 등 소비정보를 제공하는 등 소비를 독려하기로 했다. 이밖에 월동배추를 포함한 82품목 134종류의 농산물에 대한 소매가격을 매일 조사 중으로, 조사 결과는 농산물유통정보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앱을 알리기로 했다.

이번 시장격리 등 가격안정 대책 시행으로 이달 이후 배추 값이 약세에서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aT 측의 설명이다.

aT 관계자는 “월동채소류의 생산량 증가와 소비감소로 농산물 가격이 낮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어 평년보다 적은 비용으로 우리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며 “앞으로 적극적인 수급관리를 통해 우리 농산물이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