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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로 띄우는 그림 편지] <16> 스페인-김효삼
예술과 열정 살아있는 스페인의 봄밤에 빠지다
2019년 01월 31일(목) 00:00
헤밍웨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론다의 누에보 다리 풍경.
몇 년 전 봄에 떠난 스페인 여행을 떠올릴 때면 몇개의 단어들이 생각난다. 가우디, 피카소, 고야, 올리브 오일, 와인, 야곱, 하몽, 황영조, 플라멩코, 성당, 기타, 에니시다. 알다미라 동굴벽화, 축구, 투우까지.

계절은 봄이었지만 북쪽 지방은 아직 쌀쌀해 얇은 패딩을 입고 여행에 나섰다. 인상적인 곳 중의 하나는 빌바오였다. 도시를 지탱해왔던 석탄 사업이 쇠락하면서 어둡고 암울해진 도시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활기찬 도시로 변모했다고 한다. 문화가 한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고풍스런 교회 건물이 인상적인 바르셀로나


구겐하임미술관에서는 오노 요코를 비롯한 많은 설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보통 수동적인 역할만 하는 관객들이 자연스레 작품의 일부분이 돼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미술관 관람은 여행 중 오아시스 같은 청량감을 선사했다.

스페인 여행의 백미는 알함신 언덕에서 샹그리아를 마시며 내려다본 알함브라 궁전의 멋진 야경이었다. 궁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대학 시절 클래식 기타를 치던 친구가 들려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은구슬을 뿌려놓은 듯한 트레몰로의 매력적 주법과 우수어린 선율이 나를 추억 속으로 이끌며 뭔가 아련한 마음이 들게 했다. 그 아름다운 멜로디가 탄생한 현장 앞에서 깊은 감동의 전율을 느꼈고, 추억은 언덕에 묻어두고 새벽녘에야 발걸음을 옮겼다.

톨레도의 오래된 문.


여행에서 돌아온 후 당시의 감흥을 화폭에 옮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그렸던 풍경화는 론다의 누에보 다리가 올려다 보이는 그림이었다. 절벽 위에는 소박한 하얀 건물들이 서 있고 헤밍웨이가 소설을 구상하면서 걸었던 산책로가 있던 그 곳! 거장이 걸었던 길을 걸으며 그의 숨결을 느꼈던 장소는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아버렸고, 가장 먼저 화폭에 담고 싶었다.

바로셀로나에서는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를 만날 수 있었다. 1883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인 ‘파밀리아성당’과 ‘구웰공원’을 거닐면서 가우디를 떠올리니 마음이 착잡하고 숙연해졌다. 자기만의 독특한 형태와 색으로 창조해낸 수많은 예술적인 건축물들을 탄생시키고 아무도 찾지 않는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하니, 우리 인간이란 누구나 죽음 앞에선 아무것도 필요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술과 열정이 살아있는 스페인의 봄밤! 와인을 한잔 하면서 그때의 열정을 느껴본다.

톨레도의 오래된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