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참으로 전문가의 시대다. 별로 대단하지 않은 일에도 ‘전문가에 따르면…’하는 어구가 곁들여진다. 크고 작은 일에 각양각색 전문가들의 의견과 설명들이 줄을 잇는 이유는 전문성이라는 것에 대한 과한 믿음에 있다. 이런 현상은 개인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을 미친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전문가에 기대는 정도가 커질수록 개인들의 사고 능력이 약해진다는 사실이다. 실제 육아와 교육, 주변과의 갈등, 심지어 취향과 취미 등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까지도 전문가에게 기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심각한 전문가 의존증이다.

전문가란 한 분야에 있어서 오랫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이 빈번하게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전문성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는 ‘고용된’ 사람들이다. 전문가가 처한 고용된 상황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조금도 오류가 없는 절대적인 진리로 강조함으로써 소용 가치를 높이는 태도를 통해서 반증된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보여 주는 더 심각한 모습은 세상에 필요한 지식과 가치에 대한 결정권을 독점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식과 경험의 쓸모는 본래 아무도 독점할 수 없는 것이어서 독점하려고 할수록 독단과 독선의 길로 빠지게 된다. 최근에 사회 곳곳에서 불거지는 많은 문제들은 우리가 얼마나 전문가 주의에 빠져 있으며 전문가 의존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체육계에서부터 문화계, 교육계는 물론이고 심지어 학계에서도 몇 사람이 모든 결정권을 독점하는 구조를 당연시하면서 불행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전에 만난 한 ‘전문가’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자문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질책만 할 뿐 설명이나 대화는 없었다. 화근은 전문가의 취향에 맞지 않는 어구와 표현들이었다. ‘전부 다 바꿔라’라는 말로써 상황은 정리되었지만, 질책 당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무능함만 여지없이 드러낸 꼴이었다. 그런 와중에 안타깝게도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으니, 이들은 앞으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변화는 전문가의 일방적인 지시와 질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서툴지만 자율적이며, 고용되지 않은 개인들의 자유 의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에 대한 이반 일리치(1926~2002)의 비판은 새겨들을 만하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일리치는 “전문가가 늘어날수록 개인은 무력해진다”라고 일갈한다. 전문가들은 이해관계에 따라서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 없는가를 결정하고 그 필요의 가치를 독단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전문가들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필요한 것이라고 결정해야 유리한 것을 ‘필요한 것’으로 둔갑시킨다. 우리가 경험한 4대강 개발 사업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 좋은 예다. 이렇게 해서 전문가는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강화하고, 권력을 키우는 고질적인 구조는 굳어진다. 그 결과,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사람들은 전문가를 찾게 되고, 개인은 점점 미성숙한 ‘고객’이 된다.

이런 전문가 주의에 대항하는 것이 아마추어 정신이다. 아마추어는 흔히 수준에 못 미치는 미숙함과 부족한 능력에 대한 표현으로 쓰인다. 하지만 어원을 보면 아마추어는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에서 나온 말이다. 권위, 이익, 명예 때문이 아니라 계산 없는 사랑과 열정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마추어다. 바로 이런 자유로운 즐거움과 기쁨, 순수한 열망과 감수성이 독단적인 전문가 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다.

아마추어는 이익과 권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진실을 위한 열망으로 존재하기에 가능하다. 그렇다고 모든 전문직 직업인이 무조건 아마추어와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진실을 위한 자유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아마추어다. 문제는 한 줌도 안 되는 전문성을 팔아서 사람들 눈을 가리고 무능하게 만드는 독단적 전문가들이다. 아마추어의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곳곳에 퍼져 있는 맹목적인 전문가 주의를 넘어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