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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을 ‘반쪽 공항’으로 만들 참인가 항공 수요 감안 정책 마련을
홍행기 편집부국장·정치부장
2019년 01월 23일(수) 00:00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될 판이다. 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건설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추진하면서 전북 새만금에 신공항을 건립하는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새만금에 국제공항이 들어서게 되면 광주공항과 통합을 앞두고 있는 무안국제공항은 말 그대로 ‘반쪽짜리 공항’으로 전락하게 된다.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면 갈 거리를 두고 마주 서게 될 두 공항은 일정 부분 고객이 겹치고, 비행기 노선도 겹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공항의 활성화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불문가지다.

지난 18일 전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북이 원하는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위한 예타 면제가 이달 안에 결정된다.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던 이낙연 국무총리도 그 이전엔 “특정 사안에 대한 예타 면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또 지난해 10월 예타 면제를 요구하는 이용호(전북) 국회의원의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2023년까지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날림 공사’가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사실 호남 발전이라는 대의명분 그리고 지역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광주·전남이 차마 드러내진 못해 왔지만 새만금이 광주전남 발전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이전부터 죽 이어져 왔다. 지난 2006년 4월 광주일보 에는 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다.

“전북 새만금 개발 사업이 전남도에서 추진하는 J프로젝트(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사업)의 성공 여부를 가름할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새만금 개발사업이 J프로젝트처럼 간척지를 활용, 중국과 일본 등지를 겨냥한 대규모 관광·레저 단지를 조성한다는 기본 계획을 갖고 있는 데다, 사업 시기도 서로 겹치는 등 사업 내용이 상당 부분 중복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결과적으로 두 지역 간 경쟁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3년 전 기사지만, 요즘 광주 전남 지역 분위기는 당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던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게 한다. 특히 2008년 11월 광주일보에는 ‘전북 군산공항을 확대, 국제공항으로 신설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으로 인해 개항 1년차인 무안공항이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해 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공항뿐만이 아니다.

해양수산부가 새만금에 추진하고 있는 신항만 건설 사업이 마무리되면 전남 광양항 역시 지리적 위치상 수도권, 충청권, 전북권의 물동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지금은 전국 지자체들이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경쟁하는 시대다. 또 4년마다 지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선출직 시장·지사들로서는 ‘어떻게든 잘살아 보자’는 지역민의 염원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지역이 종합적이고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할 정부가 ‘허술하고 무책임해 보이는’ 정책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24시편의점 간 출점 거리에도 신경을 쓰는 정부가 국가 차원의 항공 수요도 감안하지 않은 채 호남이라는 한 권역에 두 개의 국제공항을 설립하려 드는 것은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무신경한 정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다른 지역 주민들 역시 지역 발전에 대한 열망은 우리와 똑같을 것이다. 그러한 지역민들의 열망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책당국이라면, 전 국토 그리고 전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방안을 좀 더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지역 발전에 목마른 지역민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고, 모두가 상생 발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라는 제목의 기사는 “(중략)이에 따라 불필요한 지역 간 경쟁을 막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이를 통한 차별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로 끝을 맺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격언이 있다. 엄청난 세금과 지역민의 염원을 쏟아 부은 무안공항과 새만금공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아닌 ‘무늬만 공항’으로 전락하기 전에 양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redp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