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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문화 예술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
김미은 편집부국장·문화부장
2019년 01월 09일(수) 00:00
공연장에서 이처럼 많은, ‘우는 남자’를 본 건 처음이었다. 옆자리 50대 남자는 공연 내내 눈물을 훔치느라 바빴다. 뒷줄의 20대 남자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1막이 끝나자 뒷 좌석 관객 한 명이 “무슨 작품이 이렇게 틈을 안 주고 몰아치냐”라고 일행에게 말했다. 관객 모두 벌게진 눈으로, 서로 약간은 민망해 하며 자리에 앉아 2막 공연을 기다렸다. 공연 후 배우들이 무대 위로 등장하자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지난해 말 ‘인생 베스트 작품’ 중 하나로 꼽고 싶은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관람했다. 경남 진주에 자리한 경남문화회관에서. 서울과 대전 공연이 매진이라 ‘작품’을 따라 찾아간 곳이다. 1981년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건물은 지난 2009년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로비엔 2018년 공연 라인업이 걸려 있었다. 김선욱과 첼리스트 지안왕 공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과 도이치 방송오케스트라의 만남, 정경화 & 조성진 듀오 콘서트,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 등 막강한 라인업이 눈에 띄었다. 개관 30주년이라는 ‘특별한’ 해를 기념하는 리스트였겠지만 인구 35만 명의 도시에서 진행한 라인업에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올해는 선우예권과 덴마크로얄오케스트라 공연이 대기 중이다.

광주로 돌아오는 길, 자연스레 떠오르는 건 광주문화예술회관이었다. 광주문예회관은 20여 년 동안 시민들에게 다채로운 공연 문화를 전파해 온 ‘유일한’ 공간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관람하며 감동을 받고, 환호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 또한 많았다. 낙후된 시설과 주먹구구식 운영 등의 문제다. 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는 광주문예회관이 거기에 맞는 공연을 보여 주었는가 하는 점에서는 오랫동안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2019년, 광주문예회관이 대대적인 변화 앞에 섰다. 지난 1991년 개관 후 무려 28년 만의 대규모 변신인데, 리모델링과 개방형 관장 제도의 도입이 그것이다. 회관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249억 원을 투입해 그동안 문제가 많았던 음향 시설 교체 등 대규모 리노베이션에 들어간다.

변화의 중심은 개방형 문예회관장이다. 광주시는 최근 민주인권평화국장 등 4개 자리에 대한 개방형 직위 임용시험 시행 계획을 공고했다. 관장은 8개 시립예술단과 공연 관리 등 문화회관 운영 전반을 맡는 자리로 326억원의 예산을 운용하게 된다.

관장의 문화 예술 전문가 입성은 ‘드디어’라는 표현이 딱 맞다. 문화계와 의회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공무원 대신 개방형 공모를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관장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잦은 인사 교체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였다. 개관 후 관장은 모두 시 공무원이 맡아 왔다. 지금까지 23명의 관장이 거쳐 갔고 평균 임기는 1년 2개월에 불과하다. 1년 미만 근무자도 10여 명에 달하며 2015년과 2017년엔 6개월 또는 8개월 머문 사람도 있었다.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특히 퇴직을 앞둔 공무원이 ‘거쳐 가는 자리’로 인식되면서 ‘일 벌이지 않고 조용히 머물다 가는 자리’라는 평도 많았다.

반면 부산·대전 등 대부분의 광역시는 민간 전문가를 임용하고 있으며 두각을 나타내는 도시의 문예회관 역시 전문가들이 사령탑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숙원이었던 전문가 발탁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 공연계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관장 선임이 절실하다. 하지만 문화 예술계뿐 아니라 각종 공모를 둘러싸고 불거지는 게 내정설, 측근 기용설이다. 예전 시장들에 비해 선거 캠프에서 일한 예술인과 문화 관련 측근들이 적다는 사실에 ‘안도 아닌 안도’를 하며 ‘공정한 경쟁’을 기대한다.

하지만 최근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후보 낙마 건 등 시의 인사 행태를 보면 한편으론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철학이 같은’ 이들을 ‘적재적소’에 임명해 시정을 함께 이끌어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능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보은 차원’이나 ‘지인 찬스’ 등으로 자리 하나 챙겨 주는 행위는 시장에게도 지역 문화 예술계에도 독이 될 뿐이다.

앞으로 관장을 필두로 광주비엔날레 사무처장,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공모가 예정돼 있다. 회관 공연지원과장도 3월이면 일단 임기가 끝난다. 내정설이 돌기도 한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은 오늘 합격자를 발표한다. 그 모든 과정은 공정성이 담보돼야 힘을 얻는다.

능력으로 승부하는 유능한 인재들이 공정한 룰 아래서 자유롭게 경쟁하는 것, 그리고 그 결과 광주 문화 예술의 ‘찬란한 미래’를 만들어 갈 예술인들이 발탁돼 1년 365일 근사한 ‘문화 선물’을 전달해 주는 행복한 그날을 기대해 본다.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