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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 씨뿌리기와 먹거리 의병 운동
2018년 11월 07일(수) 00:00
[류동훈 더하기지구운영협의회 사무국장]
필자가 살고 있는 광주 광산구 본량동은 광역시 관내에 있는 농촌동이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아름답고 왕동 저수지에서 저수지 너머 용진산을 바라보는 풍경이 무척 매력적인 곳이다. 요즘 누런 황금 들녘의 벼를 베어 내고 난 자리에 논 바닥 벼 밑둥을 태우고 다시 겨울 농사를 위해 논을 갈고 있는 중이다. 이곳은 우리밀 주산지로서 우리밀 싹이 겨울눈 속에서도 자라고, 3월이면 푸른 밀밭이 넓게 펼쳐진다.

그런데 요즘 농민들의 말을 들어 보면 금년에는 밀 재배를 하지 않고, 보리를 뿌리거나 겨울 농사를 포기하겠다는 분들이 많다. 우리밀의 소비가 적어 재고량이 창고에 많이 남아 있고, 우리밀 수매 대금도 제대로 지급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식량 중 쌀 다음으로 두 번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밀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우리밀 한 주먹으로 시작했던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넓은 우리밀밭을 만들었으나, 최근 소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렵게 되살린 우리밀의 희망은 다시 꺼질 우려가 있다. 몇 달전 ‘인랑’이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다. 통일 한국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실질적인 통일을 이루어 갈 때 민족 자주 경제를 이루지 않으면 외세의 경제적 압박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게 되어 오히려 반통일 운동이 시민운동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스토리다.

지금은 북한의 핵무기 위협 제거라는 이유가 있어서 미국을 비롯한 외세 강대국들이 남북 화해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핵무기 위협이 제거 된 이후에 구체적인 통일의 로드맵이 진행될 때 한반도 통일에 대해 과연 주변 강대국들이 우호적으로 협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동안 역사의 흐름을 보았을 때 주변 열강들은 한반도가 강대국이 되는 것을 방해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 왔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따라서 통일 한국을 위해서는 민족자주 경제가 중요하고, 특히 식량은 안보 차원에서 자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우리밀이 수입 밀에 밀려서 재배를 포기하게 되는 지금 이 상황은 수입 밀의 공격으로 식량의 ‘안시성’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며, 임진왜란 때 밀려오는 왜선들에 의해 남해 한산도 앞바다가 뚫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사 속에서는 민족이 위기에 닥칠 때 항상 의병들이 나서서 그 어려움을 이겨내었다.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내린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는 이름 없는 의병들을 조명했었다. 의병들은 보안 유지를 위해 이름을 ‘김 아무개’, ‘ 이 아무개’ 이렇게 서로 불렀다고 한다.

지금 농촌 들녘에서 어렵게 살려 놓은 우리밀의 희망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 우리밀을 지켜내기 위한 ‘아무개’라는 이름을 가진 의병들이 나서주어야 한다. 일제 강점기 때 민족을 지키기 위해 일어섰던 의병처럼 가장 중요한 민족 먹거리, 건강 먹거리를 지키는 ‘먹거리 의병 운동’이 시작돼야 한다. ‘먹거리 의병’중 생산자 의병은 토종 종자를 지키며 친환경 농사를 보급하고, GMO(유전자 변형) 농작물 퇴치 운동을 한다. 소비자 의병들은 우리 농산물, 지역 로컬 푸드 농산물 소비 운동을 펼치고 친환경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며 도시 농업과 농촌 체험 등을 하며 생활 속에서 생태적인 먹거리 운동을 펼쳐 가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본량동 농촌에서는 폐교를 리모델링한 더하기센터에서 지역 사회단체들이 힘을 합해 도농 교류를 촉진하는 ‘도농 더하기 축제’를 오는 17일 연다고 한다. 이날 오전 10시에 더하기센터 앞 들녘에서는 우리밀 씨뿌리기 체험이 있다. 우리밀 씨를 뿌리는 장등 마을은 항일 의병장이신 이기손 장군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의병 정신의 기를 받아 직접 손으로 뿌린 우리밀 밭에서는 내년 3월 푸른 밀 싹 위에서 밀밭 밟기 행진이 진행되고, 5월이면 밀 수확해서 밀 사리를 구워먹는 체험이 진행된다.

그리고 이날 더하기센터에서는 우리밀 피자도 만들고 강강술래, 용진산 가요제, 마을 영화 상영 등 도시민과 농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행사들이 준비돼 있다. 이렇게 직접 손으로 뿌리고, 밟고 쓰다듬어서 길러 놓은 우리밀을 시민들은 애정을 가지고 소비해 건강도 지키고 식량 안보도 지켜낼 것이다. ‘먹거리 의병’의 진군의 북소리에 맞추어 내년에는 천 명, 그 다음해에는 이천 명의 시민들이 들녘에서 ‘학익진’을 펼치며 우리밀 씨를 손으로 뿌리고, 북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며 밀밭 밟기를 한다면 단언컨대 먹거리 운동은 판이 뒤집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