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현재까지 신문 방송에선 단 하루도 적폐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제는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다. 양승태 대법관의 사법 농단은 나라가 다시 한 번 뒤집어질 내용이지만 나에겐 무디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얼마 전 6·13 지방 선거는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우리 지역의 모든 단체장, 그리고 한 명을 제외한 시의원 모두 민주당의 승리였다. 당선 전에는 시민만 보겠다던 후보들은 당선 이후 의장단 선출과 위원장단 선출, 광주시 업무 보고에서 보여 주었던 추태들은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를 정도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속된 말로 너무 쪽 팔렸다.

우리는 사회 전반적인 적폐 청산과 개혁, 그리고 새로운 세상으로의 출발점에 서 있다. 이를 위해선 정치 개혁이 선행이 되어야 하는데 그 중 가장 핵심은 선거 제도의 개혁일 것이다. 현행 선거 제도는 한 선거구에 한명을 뽑는 소선거구제이다. 이는 51%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당선이 되어 49%의 지지를 해준 유권자의 표심은 사라져버리는 제도이다. 그렇다면 49%의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 제도는 없는 것일까?

소선거구제의 단점인 사표의 민심을 반영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다. 이는 오로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된다. 계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A정당의 정당 득표율이 30%라고 가정한다면, 국회의원 의석수 300석의 30%인 90석을 가져가는 것이다. 지역구에서 50석을 차지했다면 나머지 40석을 채워주는 방식인 것이다.

그럼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가능한 것인가? 선거법은 헌법 개정 사항이 아니다. 즉 국회 의결만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가? 우리나라는 현재 지역구 의원 253명과 47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국회의원으로 두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라면 적어도 비례대표 의원이 100명 이상이어야 민심이 반영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지역구를 줄이는 수밖에 없을 것인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이를 찬성할 리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원 숫자는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 의원의 숫자만 늘리면 어떤가? 이는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하는 일도 없는 국회의원들이 숫자만 늘려 세금만 축낸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예산을 늘리지 않는 범위에서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은 어떤가? 즉 의석 수를 늘리되 예산은 늘리지 않고 1/N을 하는 것이다. 그럼 국민들은 이해해 줄까? 모르겠다. 이는 정치하는 분들 몫으로 돌리고….

국민들이 이해해 주는 것은 별도로 하고, 정치 공학상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있을까? 이는 각 정당의 당론을 살펴봐야 할 것인데, 모든 정당이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의당, 바른미래당 그리고 민주평화당은 적극적인 찬성을 보이고 있으며, 민주당은 오래전부터 당론으로 찬성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럼 자유한국당은 어떠한가? 당론으로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어찌 되었던 실제 속마음들은 잘 모르겠지만 각 당의 이해득실에 따르는 것이 그들의 속마음이라고 가정한다면 분명한 것은 반대하는 정당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즉 국회를 통과시킬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온 것이라 말할 수 있다.

2020년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내년 3월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떤 명분을 대서라도 반대하는 정당을 빼고서라도 개혁을 이루어 사표를 방지하고 민심이 국회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기회가 평등하고 그 과정이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나라로 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찬성하는 정당들은 조속히 이를 추진하여 정치 개혁의 신호탄인 선거 제도 개편을 이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