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시즌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KBO리그는 아시안게임 휴식기와 들쭉날쭉한 날씨의 영향으로 아직 정규 리그가 진행 중이지만, 태평양 건너 메이저리그는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가려지고, 가을 잔치의 개막만을 기다리고 있다. 류현진이 속한 LA 다저스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콜로라도 로키스와 나란히 91승 71패를 거뒀다. 두 팀은 ‘타이 브레이커’라는 이름의 NL 서부지구 1위 팀을 가르는 단판 승부를 치러야 했고, 결국 승자는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6년 연속 지구 우승을 이루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류현진 또한 커쇼를 제치고 포스트시즌 첫 경기인 디비전시리즈 1차전 선발로 확정됐다.
메이저리그는 총 30개 팀이 자웅을 겨룬다. 이중 가을 잔치에 초대되는 팀은 더도 덜도 말고 딱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의 각 지구 우승 팀 여섯과, 우승 팀을 제외한 최다 승리 팀 넷이 그 초대장을 받아, 열 개 팀이 가을에 야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전체 팀의 3분의 1이다. 최소한 리그의 우등생이 모이는 장소가 포스트시즌인 셈이다. 성적이 처진 팀은 일찌감치 리빌딩을 노리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유망주를 긁어모으기 위해 일부러 시즌을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문제가 되곤 한다.
야구는 돌고 돌기 마련이라 지금의 하위권이 언젠가는 상위권에 오르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올해 하위권을 전전한 캔자스시티도 몇 년 전에는 포스트시즌에서 돌풍을 일으킨 팀이다. 그럼에도 어쨌거나 강팀은 강팀답게 그 탄탄함을 오래 유지한다. 우승을 하든 하지 아니 하든 상관없이 예상 가능한 성적 언저리에서 머물다가, 팀의 내리막을 되도록 완만한 경사도로 우회하게 만들고, 그사이 유망주를 발굴하여 다시 치고 오를 동력을 만든다. 팀의 성공 기준이 되는 포스트시즌의 관문이 좁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순환은 조금 더 정합성을 갖는다. 어쩌다 운 좋게 한번 우승할 수 있는 리그가 아니기에, 우선 강팀이 되는 게 중요한 것이다.
2017년 KIA 타이거즈의 우승은 2009년에 이은 ‘우주의 기운’에 의한 운에 불과했을까?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노력을 운 같은 것으로 폄하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 모든 게 실력이었다면 우승한 다음 시즌인 올해,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타이거즈는 한때 8위까지 처졌고, 시즌이 끝나 가는 지금 겨우 5위다. 이마저도 확정적은 아니어서, 남은 한 게임 한 게임에 사력을 다해야 할 판이다. 이 글을 쓰는 날 밤, 타이거즈는 9위 팀에게 연장전에서 졌고, 마찬가지로 5위를 노리는 롯데 자이언츠는 원정 경기에서 연장 승리를 거뒀다. 아직 모른다. 작년 우승 팀이 지금의 순위표에 있으리라 예상하지 못했듯이, 마지막 날의 순위표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주지하다시피 KBO의 포스트시즌은 10개 팀 중 5개 팀이 진출할 수 있다. 2대 1의 경쟁률을 두고, 팀의 성패가 갈린다. 팀마다 세부적인 목표는 다를 수 있겠지만 일단 절반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럭저럭 성공한 팀처럼 보이는 구조. 한국의 가을 야구는 또한 희한한 방식을 전통으로 삼고 있는바, 마치 사다리 놀이처럼 아래에서부터 점차 윗선에 올라가며 강팀을 만나는 식이다. 5위와 4위, 4위와 3위 그리고 3위와 2위가 경기를 치르는 동안 1위 팀은 푹 쉰다. 그 결과 KBO리그는 최근 수년 동안 정규리그 1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독식했다.
우승하는 팀이 거의 정해진 가을 야구에 올라가기 위해 다들 애를 쓴다. 타이거즈의 경우 그중 끄트머리 한 자리를 잡기 위해 더욱 애를 쓴다. 오늘도 애를 쓰다. 투수는 투수대로 다 쓰고 결국 졌다. 이렇게 5위 안에 들어서 그걸 ‘어따’(어디에다) 쓸까? 물론 6위보다 5위가 낫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딱 그 정도다. 운 좋아 우승한 팀의 겸연쩍은 체면치레. 팬들이 원하는 것은 폭죽놀이 같은 우승 한 번이 아니다. 언제든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용광로 같은 팀을 원한다. 늘 안정적인 전력의 아랫목 같은 팀이면 더 좋다. 작년 이맘때에는 그렇게 될 줄로만 알았는데, 2009년이랑은 다를 줄 알았는데, 맨날 속으면서 또 속았다. 그리고 또 속기 위해 내일 야구를 보겠지. 조금은 짜증 섞인 설렘을 안고 다른 구장 결과까지 챙겨 가면서. 5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절반 안에 겨우 드는 그깟 가을 야구……라고 해 놓고, 그럼에도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이런 마음이 야구 좋아하는 사람의 ‘찌질함’이려니 싶은데.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씨는 더욱 쌀쌀해져만 가고 있을 뿐이다. <시인>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야구는 돌고 돌기 마련이라 지금의 하위권이 언젠가는 상위권에 오르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올해 하위권을 전전한 캔자스시티도 몇 년 전에는 포스트시즌에서 돌풍을 일으킨 팀이다. 그럼에도 어쨌거나 강팀은 강팀답게 그 탄탄함을 오래 유지한다. 우승을 하든 하지 아니 하든 상관없이 예상 가능한 성적 언저리에서 머물다가, 팀의 내리막을 되도록 완만한 경사도로 우회하게 만들고, 그사이 유망주를 발굴하여 다시 치고 오를 동력을 만든다. 팀의 성공 기준이 되는 포스트시즌의 관문이 좁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순환은 조금 더 정합성을 갖는다. 어쩌다 운 좋게 한번 우승할 수 있는 리그가 아니기에, 우선 강팀이 되는 게 중요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KBO의 포스트시즌은 10개 팀 중 5개 팀이 진출할 수 있다. 2대 1의 경쟁률을 두고, 팀의 성패가 갈린다. 팀마다 세부적인 목표는 다를 수 있겠지만 일단 절반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럭저럭 성공한 팀처럼 보이는 구조. 한국의 가을 야구는 또한 희한한 방식을 전통으로 삼고 있는바, 마치 사다리 놀이처럼 아래에서부터 점차 윗선에 올라가며 강팀을 만나는 식이다. 5위와 4위, 4위와 3위 그리고 3위와 2위가 경기를 치르는 동안 1위 팀은 푹 쉰다. 그 결과 KBO리그는 최근 수년 동안 정규리그 1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독식했다.
우승하는 팀이 거의 정해진 가을 야구에 올라가기 위해 다들 애를 쓴다. 타이거즈의 경우 그중 끄트머리 한 자리를 잡기 위해 더욱 애를 쓴다. 오늘도 애를 쓰다. 투수는 투수대로 다 쓰고 결국 졌다. 이렇게 5위 안에 들어서 그걸 ‘어따’(어디에다) 쓸까? 물론 6위보다 5위가 낫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딱 그 정도다. 운 좋아 우승한 팀의 겸연쩍은 체면치레. 팬들이 원하는 것은 폭죽놀이 같은 우승 한 번이 아니다. 언제든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용광로 같은 팀을 원한다. 늘 안정적인 전력의 아랫목 같은 팀이면 더 좋다. 작년 이맘때에는 그렇게 될 줄로만 알았는데, 2009년이랑은 다를 줄 알았는데, 맨날 속으면서 또 속았다. 그리고 또 속기 위해 내일 야구를 보겠지. 조금은 짜증 섞인 설렘을 안고 다른 구장 결과까지 챙겨 가면서. 5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절반 안에 겨우 드는 그깟 가을 야구……라고 해 놓고, 그럼에도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이런 마음이 야구 좋아하는 사람의 ‘찌질함’이려니 싶은데.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씨는 더욱 쌀쌀해져만 가고 있을 뿐이다. <시인>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