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일상과 인문학이 아주 친밀한 관계가 된 듯하다. 서로 상관없는 내용에도 인문학이라는 표현을 갖다 붙이는 일이 허다하다. 곳곳에서 수많은 인문학 강좌가 열리고 별별 종류의 인문학 강좌들이 시장에 새로 나온 계절 상품처럼 광고된다. 어디 그뿐인가! 수많은 강좌가 무료여서 강좌를 준비하는 쪽보다 고르는 쪽이 더 힘들고 고단한 처지다. ‘공짜’인 데다 ‘재미있는’ 강좌가 너무 많아서 찾아다니기에 하루가 부족하다고들 한다.
그중에 어떤 것은 인문학 강좌인지 인문학 포장지를 사용한 이벤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인문학이 오랫동안 스스로 채워 왔던 오만한 독백의 족쇄를 풀고 일상 속에 자리를 잡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 다만 모처럼 살아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재미를 넘어서 인문학적 가치 이해로 이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인문학의 가치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것에 있다. 인간다운 삶이란 특별하거나 유별난 것이 아니다. 품위 있는 삶이 인간다운 삶이다. 당장의 생활에 정신없이 끌려다니다가도 어느 지점에 이르면 지나온 시간의 의미와 맞닥뜨린다. 그러면서 많아지는 생각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품위 있는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어떤 삶을 살고자 하며 그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사유하고 성찰하는 것이 품위의 첫걸음이다.
하지만 성찰만으로 품위 있는 삶이 완성될 수는 없다. 성찰의 결과를 실천에 옮기는 방식에 따라서 삶의 품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품위는 하고자 하는 일을 어떻게 실현하느냐의 문제다. 그저 일상의 삶을 위해서 맹목적으로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의미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인문학에 관여하는 방식은 별로 다르지 않다. 단순히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삶도 인문학도 충분하지 않다.
품위 있는 삶에 대해서 가장 위대한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작가 레오 톨스토이(1828-1910)만큼 고민한 사람도 드물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우리 삶의 목적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품위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을 톨스토이는 귀족 출신으로 러시아 최상류층에 속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가졌던 모든 특권을 빼앗기고 30여 년의 유형 생활을 견딘 볼콘스키 공작이라는 노인을 통해서 말한다. 공작은 절대 군주 차르 시대에 농노 해방을 주장하고 입헌 국가를 주장한 죄로 모든 것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이 오히려 공작의 품위를 아무도 빼앗거나 손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 공작이 말하는 삶의 품위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결단과 용기에서 나온 내면의 힘이기 때문이다. 볼콘스키 공작은 톨스토이의 외증조부를 모델로 한 인물이다. 그런 영향 때문일까? 톨스토이 또한 평생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삶의 목적을 고민했다. 그리고 잘 알려진 것처럼 모든 소유를 세상에 환원하는 삶을 선택했다. 삶을 사랑하며 성장하는 삶, 성숙한 삶을 사는 것이 삶의 품위라는 믿음에서 나온 선택이다.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죽음을 보는 것이다. 2년 만에 러시아의 톨스토이 묘를 다시 찾았다. 이 무덤보다 톨스토이의 삶을 잘 보여 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 흔한 비석 하나 세우지 않고 자신의 이름도 남기지 않은 채, 마른 나뭇가지로 둘레를 친 작은 무덤이 전부다. 길을 묻듯이 어쩌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삶의 품위가 어떤 것인가를 말해 주는 듯하다.
톨스토이는 세상에 흔한 ‘지식 자판기’가 되는 유혹을 이기기 위해서 독하게 애를 썼다. 지식보다는 삶 자체를 사랑하는 농부의 삶을 살고자 소망한 탓이다. 그의 마지막 말 또한 ‘농부들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였다. 세상의 역사를 만드는 주체는 위대한 몇 사람이 아니고 이름 없는 보통 사람들이라는 평소의 믿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품위란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나갈 길을 고민할 때 비춰지는 내면의 빛이다. 자신의 길을 가는 의지와 믿음을 지켜 내는 힘이다. 최근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 역시 이러한 ‘품위 있는 삶에 대한 갈망’ 때문일 것이라 믿고 싶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문학의 가치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것에 있다. 인간다운 삶이란 특별하거나 유별난 것이 아니다. 품위 있는 삶이 인간다운 삶이다. 당장의 생활에 정신없이 끌려다니다가도 어느 지점에 이르면 지나온 시간의 의미와 맞닥뜨린다. 그러면서 많아지는 생각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품위 있는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어떤 삶을 살고자 하며 그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사유하고 성찰하는 것이 품위의 첫걸음이다.
품위 있는 삶에 대해서 가장 위대한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작가 레오 톨스토이(1828-1910)만큼 고민한 사람도 드물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우리 삶의 목적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품위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을 톨스토이는 귀족 출신으로 러시아 최상류층에 속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가졌던 모든 특권을 빼앗기고 30여 년의 유형 생활을 견딘 볼콘스키 공작이라는 노인을 통해서 말한다. 공작은 절대 군주 차르 시대에 농노 해방을 주장하고 입헌 국가를 주장한 죄로 모든 것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이 오히려 공작의 품위를 아무도 빼앗거나 손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 공작이 말하는 삶의 품위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결단과 용기에서 나온 내면의 힘이기 때문이다. 볼콘스키 공작은 톨스토이의 외증조부를 모델로 한 인물이다. 그런 영향 때문일까? 톨스토이 또한 평생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삶의 목적을 고민했다. 그리고 잘 알려진 것처럼 모든 소유를 세상에 환원하는 삶을 선택했다. 삶을 사랑하며 성장하는 삶, 성숙한 삶을 사는 것이 삶의 품위라는 믿음에서 나온 선택이다.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죽음을 보는 것이다. 2년 만에 러시아의 톨스토이 묘를 다시 찾았다. 이 무덤보다 톨스토이의 삶을 잘 보여 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 흔한 비석 하나 세우지 않고 자신의 이름도 남기지 않은 채, 마른 나뭇가지로 둘레를 친 작은 무덤이 전부다. 길을 묻듯이 어쩌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삶의 품위가 어떤 것인가를 말해 주는 듯하다.
톨스토이는 세상에 흔한 ‘지식 자판기’가 되는 유혹을 이기기 위해서 독하게 애를 썼다. 지식보다는 삶 자체를 사랑하는 농부의 삶을 살고자 소망한 탓이다. 그의 마지막 말 또한 ‘농부들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였다. 세상의 역사를 만드는 주체는 위대한 몇 사람이 아니고 이름 없는 보통 사람들이라는 평소의 믿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품위란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나갈 길을 고민할 때 비춰지는 내면의 빛이다. 자신의 길을 가는 의지와 믿음을 지켜 내는 힘이다. 최근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 역시 이러한 ‘품위 있는 삶에 대한 갈망’ 때문일 것이라 믿고 싶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