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이 한창이다. 지글거리는 염천의 한반도 어디에서도 무궁화는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피어난다. 유월 말쯤부터 피어난 무궁화꽃은 앞으로도 한 달 넘게 계속 피어 우리의 여름을 지켜 주리라. 우심한 더위에 지쳐 말라 가는 나무들이 적지 않지만, 무궁화는 최악의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태를 뽐낸다. 우리의 나라꽃 무궁화가 이 여름을 맞이하는 방식이 놀랍다.
나라마다 그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 있다. 나라꽃, 민족을 상징하는 국화(國花)가 그것이다. 영국의 장미, 프랑스의 붓꽃, 독일의 수레국화 등이 그렇고,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주(州)마다 주화(州花)를 정하기도 한다. 법으로 지정하는 경우도 있고, 명문화한 법과 무관하게 한 나라의 상징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그 민족의 특징과 역사를 잘 드러내는 꽃이 국화로 선택된다.
가까운 일본을 상징하는 꽃나무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벚나무다. 일본은 법에 의해 벚꽃을 국화로 정한 적이 없다. 오래전부터 왕실의 상징으로 벚꽃을 이용했기에 일본의 상징으로 여길 뿐이다. 일본이 국가의 상징으로 여기는 벚나무는 벚나무 종류 가운데에 왕벚나무다. 그런데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일본에 없고, 우리나라의 남해안 일부 지역과 제주도에서 발견된다는 사정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길에 자주 오른다. 거기에는 일본 문화의 뿌리가 우리나라에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다. 가끔은 우리 자연과 문화의 뿌리가 일본에 비해 빼어나고 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벚나무의 자생지를 거론하기도 한다.
바람 따라 혹은 물결 따라 제 삶의 터를 넓혀 가는 나무들에게는 사실 국경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더 세심하게 짚어 보면 최초에 한 종류의 식물이 어느 지역에서 가장 먼저 발견되었는가를 찾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식물의 역사가 사람의 역사를 훨씬 상회하기에 사람의 역사 이전의 사정을 정확히 밝히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우리나라 꽃 무궁화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우리의 무궁화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법에 의해 나라꽃으로 지정한 적이 없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자라면서 민족의 상징으로 여기다가 자연스레 나라꽃으로 삼게 된 것이다. 일본의 경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의 벚나무가 왕실에 의해 이용됐다면, 무궁화는 이 땅의 민중 스스로가 나라의 상징으로 여겼다는 점이다.
왕벚나무의 고향을 이야기한 것처럼 무궁화의 고향도 돌아보아야 한다. 무궁화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우리와 더불어 살아온 나무임은 틀림없다. 이를테면 단군 시대부터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무궁화가 잘 자라는 지역이라 해서 무궁화를 뜻하는 ‘근’(槿)을 써서 근역(槿域)이라고 불렀다. 무궁화가 많은 곳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무궁화의 자생지를 찾을 수 없다. 결국 무궁화의 고향은 인도와 중국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여러 종류의 무궁화꽃 가운데에 어떤 꽃이 국화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무궁화는 세계적으로 300종류가 넘는다. 같은 무궁화이지만, 모양과 빛깔이 천차만별이다. 보랏빛 꽃잎 가운데에 자주색 심이 박힌 무궁화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이지만, 흰색의 무궁화도 있고 가운데에 자주색 심이 박힌 것도, 박히지 않은 것도 있다. 그 가운데 어떤 것이 우리의 나라꽃이냐를 묻는다면 정확히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 나라꽃의 표준을 법으로 정한 적이 없는 까닭이다. 무궁화와 관련한 법으로는 고작 지난 2016년 12월에 개정한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무궁화의 보급 및 관리’라는 제목이 추가된 항목이 전부다.
결국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왕벚나무에 비해 우리의 국화 무궁화에 대한 사정이 그리 나을 게 없다는 이야기다. 나라꽃으로서 무궁화를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굳이 따지고 든다면 국화의 규정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왕에 오랫동안 나라꽃으로 여겨온 꽃이라면 전 국민적인 합의를 얻어 내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나라꽃의 표준이라도 정하기 위해 하루빨리 법적·제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나무 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나라마다 그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 있다. 나라꽃, 민족을 상징하는 국화(國花)가 그것이다. 영국의 장미, 프랑스의 붓꽃, 독일의 수레국화 등이 그렇고,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주(州)마다 주화(州花)를 정하기도 한다. 법으로 지정하는 경우도 있고, 명문화한 법과 무관하게 한 나라의 상징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그 민족의 특징과 역사를 잘 드러내는 꽃이 국화로 선택된다.
이쯤에서 우리나라 꽃 무궁화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우리의 무궁화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법에 의해 나라꽃으로 지정한 적이 없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자라면서 민족의 상징으로 여기다가 자연스레 나라꽃으로 삼게 된 것이다. 일본의 경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의 벚나무가 왕실에 의해 이용됐다면, 무궁화는 이 땅의 민중 스스로가 나라의 상징으로 여겼다는 점이다.
왕벚나무의 고향을 이야기한 것처럼 무궁화의 고향도 돌아보아야 한다. 무궁화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우리와 더불어 살아온 나무임은 틀림없다. 이를테면 단군 시대부터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무궁화가 잘 자라는 지역이라 해서 무궁화를 뜻하는 ‘근’(槿)을 써서 근역(槿域)이라고 불렀다. 무궁화가 많은 곳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무궁화의 자생지를 찾을 수 없다. 결국 무궁화의 고향은 인도와 중국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여러 종류의 무궁화꽃 가운데에 어떤 꽃이 국화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무궁화는 세계적으로 300종류가 넘는다. 같은 무궁화이지만, 모양과 빛깔이 천차만별이다. 보랏빛 꽃잎 가운데에 자주색 심이 박힌 무궁화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이지만, 흰색의 무궁화도 있고 가운데에 자주색 심이 박힌 것도, 박히지 않은 것도 있다. 그 가운데 어떤 것이 우리의 나라꽃이냐를 묻는다면 정확히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 나라꽃의 표준을 법으로 정한 적이 없는 까닭이다. 무궁화와 관련한 법으로는 고작 지난 2016년 12월에 개정한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무궁화의 보급 및 관리’라는 제목이 추가된 항목이 전부다.
결국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왕벚나무에 비해 우리의 국화 무궁화에 대한 사정이 그리 나을 게 없다는 이야기다. 나라꽃으로서 무궁화를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굳이 따지고 든다면 국화의 규정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왕에 오랫동안 나라꽃으로 여겨온 꽃이라면 전 국민적인 합의를 얻어 내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나라꽃의 표준이라도 정하기 위해 하루빨리 법적·제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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