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훌륭하다면 작가가 누구인들 무슨 상관이 있는가? 로맹 가리 혹은, 에밀 아자르가 한 말이다. 어떤 것이 훌륭한 가치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그 이상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것이다. 작품의 수준과 완성도보다 작가의 유명세에 따라서 다르게 보거나 값을 정하려는 속물적인 시선에 대한 비판이고 질타다.
로맹 가리는 ‘하늘의 뿌리’(1956)를 써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콩쿠르 상을 받은 작가이고, 에밀 아자르는 ‘자기 앞의 생’이라는 소설로 1975년에 같은 콩쿠르 상을 받은 작가다. 이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이다. 두 사람이 한 사람이라는 믿기 어려운 사실은 로맹 가리가 직접 글을 써서 스스로 밝힐 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로맹 가리(1914~1980)는 한 사람의 행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하고 화려한 이력을 가진 프랑스 소설가다. 나치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활동에다 공군으로 프랑스 최고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무공 훈장을 비롯해 많은 훈장을 받았고 전쟁 후에는 유엔에 파견된 프랑스 대표단과 로스앤젤레스의 총영사직을 맡았다. 이것도 모자라서 ‘하늘의 뿌리’로 유명해지면서 소설가로서 승승장구하며 영화감독 경력까지 추가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변덕스러운 입맛을 계속해서 맞추기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로맹 가리도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사람들은 슬슬 로맹 가리에게 싫증을 내며 재능이 바닥났다고 험담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찬사도 열광도 보내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신을 흔들어 대자 로맹 가리는 조용하고 천연덕스럽게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작품 하나를 세상에 내밀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자기 앞의 생’이었다. 누구나 한 번은 읽어야 한다는 바로 그 소설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에밀 아자르가 콩쿠르 상을 받는다. 콩쿠르 상은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고 할지라도 두 번 받을 수 없다는 원칙이 있다. 물론 로맹 가리가 아니고 에밀 아자르가 상을 받았지만,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사람이니 콩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작가로는 유일하다.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사후에 그가 남긴 글을 통해 밝혀졌지만, 생전에는 에밀 아자르와 관련해서 로맹 가리에게 더 많은 공격과 비난이 쏟아졌다. 세상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천재적인 작가 에밀 아자르를 환호하며 어떤 사람인지, 누구인지를 밝혀내려고 안달을 했다. 그러자 로맹 가리의 조카가 자신이 에밀 아자르라며 나타났고 상황은 더 나빠졌다.
사람들은 두 작가를 노골적으로 비교하며 로맹 가리에게 문학적 재능이 바닥이 난 것은 물론이고 알코올 중독자에다 정치적으로는 노망난 노인네라는 꼬리표를 붙여주었다. 더 치명적인 것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의 문체를 표절했다는 것이었다.
한때 최고의 작가로 찬사를 받았던 로맹 가리는 이제 글발이 바닥나자 염치도 없이 조카를 표절하는 무능하고 한심한 삼촌이 된 것이다. 자기가 자기를 표절했다는 이 ‘웃픈’ 비난에 대해서 로맹 가리는 어떤 표정을 했을까? 참으로 궁금하다.
새로운 작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은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밑바닥 사람들의 이야기다. 키워 줄 사람이 없는 창녀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맡아서 키우는 로자라는 나이 많은 ‘늙은 창녀‘가 승강기도 없는 7층에서 산다. 주인공 모모는 10살인 줄 알았던 자신의 나이가 14살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에 대해서 더 혼란스러워 하고, 로자는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히틀러 사진 앞에서 벌벌 떤다. 하나같이 자신이 누구인지, 진짜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 채 모질고 독한 삶을 견디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으며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다시 궁금해진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자기 앞의 생’은 누가 쓴 것인가? 로맹 가리인가, 에밀 아자르인가? 그리고 이내 민망해진다. 그렇다. 이 쓸데없는 궁금증이야말로 가치의 가치를 볼 줄 모르는 어리석음에 대한 증거가 아닌가. 작품이 훌륭하다면 작가가 누구인들 무슨 상관인가? 자신의 결핍과 변덕을 위장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제멋대로 비난하고 손가락질해 대는 사람들에게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의 숨바꼭질은 정말이지 대단한 한 방이었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로맹 가리는 ‘하늘의 뿌리’(1956)를 써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콩쿠르 상을 받은 작가이고, 에밀 아자르는 ‘자기 앞의 생’이라는 소설로 1975년에 같은 콩쿠르 상을 받은 작가다. 이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이다. 두 사람이 한 사람이라는 믿기 어려운 사실은 로맹 가리가 직접 글을 써서 스스로 밝힐 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변덕스러운 입맛을 계속해서 맞추기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로맹 가리도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사람들은 슬슬 로맹 가리에게 싫증을 내며 재능이 바닥났다고 험담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찬사도 열광도 보내지 않았다.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사후에 그가 남긴 글을 통해 밝혀졌지만, 생전에는 에밀 아자르와 관련해서 로맹 가리에게 더 많은 공격과 비난이 쏟아졌다. 세상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천재적인 작가 에밀 아자르를 환호하며 어떤 사람인지, 누구인지를 밝혀내려고 안달을 했다. 그러자 로맹 가리의 조카가 자신이 에밀 아자르라며 나타났고 상황은 더 나빠졌다.
사람들은 두 작가를 노골적으로 비교하며 로맹 가리에게 문학적 재능이 바닥이 난 것은 물론이고 알코올 중독자에다 정치적으로는 노망난 노인네라는 꼬리표를 붙여주었다. 더 치명적인 것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의 문체를 표절했다는 것이었다.
한때 최고의 작가로 찬사를 받았던 로맹 가리는 이제 글발이 바닥나자 염치도 없이 조카를 표절하는 무능하고 한심한 삼촌이 된 것이다. 자기가 자기를 표절했다는 이 ‘웃픈’ 비난에 대해서 로맹 가리는 어떤 표정을 했을까? 참으로 궁금하다.
새로운 작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은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밑바닥 사람들의 이야기다. 키워 줄 사람이 없는 창녀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맡아서 키우는 로자라는 나이 많은 ‘늙은 창녀‘가 승강기도 없는 7층에서 산다. 주인공 모모는 10살인 줄 알았던 자신의 나이가 14살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에 대해서 더 혼란스러워 하고, 로자는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히틀러 사진 앞에서 벌벌 떤다. 하나같이 자신이 누구인지, 진짜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 채 모질고 독한 삶을 견디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으며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다시 궁금해진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자기 앞의 생’은 누가 쓴 것인가? 로맹 가리인가, 에밀 아자르인가? 그리고 이내 민망해진다. 그렇다. 이 쓸데없는 궁금증이야말로 가치의 가치를 볼 줄 모르는 어리석음에 대한 증거가 아닌가. 작품이 훌륭하다면 작가가 누구인들 무슨 상관인가? 자신의 결핍과 변덕을 위장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제멋대로 비난하고 손가락질해 대는 사람들에게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의 숨바꼭질은 정말이지 대단한 한 방이었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