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명성, 명예에 권력까지 이 모두 것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할까? 행복은커녕 더 불행하고 피폐된 삶을 사는 경우도 많다.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손에 쥐고도 보통 사람들보다 더 고갈되고 더 가치 없는 삶을 사는 까닭은 이 조건들이 저절로 행복을 선물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 술 더 떠서 상상조차 어려울 만큼 부당하게 유리한 물질적·사회적 조건들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는 가혹한 무기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에서 하루를 걱정 없이 살기가 어려운 보통 사람들은 분노와 좌절감을 느낀다.
타고난 조건과 과분한 소유가 정작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사람은 요한 볼프강 괴테(1749∼1832)다. 괴테는 세계 최고의 작품에 속하는 ‘파우스트’를 쓴 작가로 과학자이자 철학자이며 동시에 정치가이기도 한 독일의 자부심이다.
그는 82년이라는 긴 삶의 여정을 통해서 사후에나 겨우 평가받았던 많은 천재들과 달리 생전에 세상의 추앙과 환호를 받았다. 그럼에도 누구에게나 불시에 찾아오는 삶의 위기는 괴테 그마저도 비껴가지 않았다.
괴테는 성공의 정점에 있을 때 지독한 위기감과 맞닥뜨렸다. 그는 이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둬 작가로 유명해졌고, 바이마르 공국(公國)의 재상으로 10년째 일하면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오른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그를 ‘주피터’에 비유하며 한번 만나 보기를 간청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을까. 젊은이들은 베르테르가 입었던 옷을 따라 입었으며 ‘베르테르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바로 이런 때 괴테는 더 이상 자신이 행복하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밖으로는 눈부신 성공을 거뒀지만 자신의 내면은 피폐해졌고 쌓여 가는 것은 공허와 정신의 무기력함이었다. 결국 괴테는 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기로 결심한다. 여기에 탁월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의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렵사리 외적 성공을 거둔 뒤에는 이 성공을 지키고 더 높이 쌓아 올리기 위해서 자신을 기꺼이 포기한다. 괴테는 반대로 세상의 기준으로 쌓아 올린 성공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결단을 내리고 새로운 길을 시작했다. 이 여정의 기록이 바로 유명한 ‘이탈리아 여행기’다.
당시 재상직을 맡고 있던 괴테는 1786년 37세 되던 생일날이었던 9월 3일 새벽 세 시에, 모든 것을 뒤로하고 조용히 이탈리아로 떠났다. 그의 여행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새벽 세 시에 나는 카를스바트를 몰래 빠져나왔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이 나를 놔주지 않았을 것이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모여든 사람들이 잠든 사이에 말 한마디 없이 배낭 하나 달랑 챙겨 들고 길을 떠났다. 그는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고 쓰고 있다. 자신이 성장을 멈추고 정체되어 있음을 절감했던 것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결행하는 것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변화를 독하게 결심하고도 늘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익숙한 것, 편한 것들을 내려놓는 일은 지금까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경계의 얼굴은 두 개다. 안과 밖을 나누고 안을 보호하는 울타리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나가는 길을 막는 한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경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의 한계도 가지고 있다. 괴테가 넘어선 것은 자신을 구속하는 한계였다. 그는 작가로서 누리는 드높은 명성과 10여 년의 정치가 생활이 행복과 성숙 대신에 ‘육체적, 도덕적 폐해’를 가져왔다고 고백한다. 성공에 익숙해지면서 삶은 차츰 타성에 젖은 매너리즘에 빠지고 정신의 에너지는 바닥이 드러나게 고갈되었으며, 내적 혼란은 더 커졌다. 한마디로 사는 것이 새로운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재미없는 반복일 뿐이라는 뜻이다.
이 위기에 직면한 괴테는 무기력하고 피폐된 모습을 감추는 대신 ‘다시금 살아가는 법을’을 배우기 위해서 이탈리아 여행을 결행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갈망하던 ‘제 2의 탄생’에 도달한다. 그의 ‘이탈리아 여행’이 삶에서 한순간 방향을 잃은 많은 사람에게 필독서인 이유다.
자기 성장과 발전은 우리를 둘러싼 경계를 보는 눈에 달렸다. 경계를 보호막 삼아서 안주하는 삶에 성찰과 성숙이 있을 수 없다. 남 보기에는 제아무리 좋은 조건도 자기도취와 오만, 그리고 나태의 늪에 빠져서 사는 사람에게는 기껏해야 파멸로 가는 계단일 뿐이다. 요즘에 믿기 어렵게 야만적인 ‘갑질’로 떠들썩한 재벌 일가의 모습에서 보듯이 말이다,
반면에 분단 이후 우리 모두의 정치·사회적 정체성을 규정하며 결코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남북의 경계선을 얼마나 쉽고 유쾌하게 넘을 수 있는가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기쁨을 누리는 시절이 바로 요즘이다. 결코 무너질 수 없을 것 같던 엄청난 경계를 이렇게 넘어설 수 있다니! 그렇다면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거미줄 같은 한계의 선(線)들이 사실은 착각에 불과하며, 머릿속에만 있는 허상의 그림자였던 것일까. 온몸을 누르는 타성의 짐들을 일단 내려놓고 배낭 하나 둘러메고 우리 안의 경계를 넘어 보자. 거기에서 분명 새로운 길이 시작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한 술 더 떠서 상상조차 어려울 만큼 부당하게 유리한 물질적·사회적 조건들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는 가혹한 무기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에서 하루를 걱정 없이 살기가 어려운 보통 사람들은 분노와 좌절감을 느낀다.
그는 82년이라는 긴 삶의 여정을 통해서 사후에나 겨우 평가받았던 많은 천재들과 달리 생전에 세상의 추앙과 환호를 받았다. 그럼에도 누구에게나 불시에 찾아오는 삶의 위기는 괴테 그마저도 비껴가지 않았다.
괴테는 성공의 정점에 있을 때 지독한 위기감과 맞닥뜨렸다. 그는 이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둬 작가로 유명해졌고, 바이마르 공국(公國)의 재상으로 10년째 일하면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오른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그를 ‘주피터’에 비유하며 한번 만나 보기를 간청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을까. 젊은이들은 베르테르가 입었던 옷을 따라 입었으며 ‘베르테르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당시 재상직을 맡고 있던 괴테는 1786년 37세 되던 생일날이었던 9월 3일 새벽 세 시에, 모든 것을 뒤로하고 조용히 이탈리아로 떠났다. 그의 여행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새벽 세 시에 나는 카를스바트를 몰래 빠져나왔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이 나를 놔주지 않았을 것이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모여든 사람들이 잠든 사이에 말 한마디 없이 배낭 하나 달랑 챙겨 들고 길을 떠났다. 그는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고 쓰고 있다. 자신이 성장을 멈추고 정체되어 있음을 절감했던 것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결행하는 것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변화를 독하게 결심하고도 늘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익숙한 것, 편한 것들을 내려놓는 일은 지금까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경계의 얼굴은 두 개다. 안과 밖을 나누고 안을 보호하는 울타리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나가는 길을 막는 한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경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의 한계도 가지고 있다. 괴테가 넘어선 것은 자신을 구속하는 한계였다. 그는 작가로서 누리는 드높은 명성과 10여 년의 정치가 생활이 행복과 성숙 대신에 ‘육체적, 도덕적 폐해’를 가져왔다고 고백한다. 성공에 익숙해지면서 삶은 차츰 타성에 젖은 매너리즘에 빠지고 정신의 에너지는 바닥이 드러나게 고갈되었으며, 내적 혼란은 더 커졌다. 한마디로 사는 것이 새로운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재미없는 반복일 뿐이라는 뜻이다.
이 위기에 직면한 괴테는 무기력하고 피폐된 모습을 감추는 대신 ‘다시금 살아가는 법을’을 배우기 위해서 이탈리아 여행을 결행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갈망하던 ‘제 2의 탄생’에 도달한다. 그의 ‘이탈리아 여행’이 삶에서 한순간 방향을 잃은 많은 사람에게 필독서인 이유다.
자기 성장과 발전은 우리를 둘러싼 경계를 보는 눈에 달렸다. 경계를 보호막 삼아서 안주하는 삶에 성찰과 성숙이 있을 수 없다. 남 보기에는 제아무리 좋은 조건도 자기도취와 오만, 그리고 나태의 늪에 빠져서 사는 사람에게는 기껏해야 파멸로 가는 계단일 뿐이다. 요즘에 믿기 어렵게 야만적인 ‘갑질’로 떠들썩한 재벌 일가의 모습에서 보듯이 말이다,
반면에 분단 이후 우리 모두의 정치·사회적 정체성을 규정하며 결코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남북의 경계선을 얼마나 쉽고 유쾌하게 넘을 수 있는가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기쁨을 누리는 시절이 바로 요즘이다. 결코 무너질 수 없을 것 같던 엄청난 경계를 이렇게 넘어설 수 있다니! 그렇다면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거미줄 같은 한계의 선(線)들이 사실은 착각에 불과하며, 머릿속에만 있는 허상의 그림자였던 것일까. 온몸을 누르는 타성의 짐들을 일단 내려놓고 배낭 하나 둘러메고 우리 안의 경계를 넘어 보자. 거기에서 분명 새로운 길이 시작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