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고 사람 사이의 일은 진실이 문제다. 진실이 ‘진실’이 되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도 없지만, 사실 이 일만큼 어렵고 힘든 일도 드물다. 진실이란 단순히 사실들의 확인이 아니고 사실 너머에 있는 힘의 관계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이런 이유에서 진실에 대처하는 우리의 태도는 우리 자신의 현주소다. 이 진실의 힘은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그렇기에 진실의 무게와 의미가 무거울수록 불신과 왜곡의 힘 또한 강력하다. 이렇게 아무도 믿지 않은 진실이 얼마나 큰 고통과 불행을 가져오는가를 신화를 통해서 볼 수 있다. 바로 그리스 신화의 카산드라다.
카산드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의 공주다. 카산드라의 아버지는 현명한 통치자로 존경받는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이며 남동생이 파리스다. 이 파리스가 그리스의 왕비 헬레네를 납치해서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카산드라는 뛰어난 총명함과 아름다움으로 신들 가운데서 최고의 신이라는 아폴론의 구애를 받는다. 하지만 아폴론의 사랑보다는 신전 지키는 일을 하고 싶었던 카산드라는 아폴론의 선물만 받고 정작 그의 사랑은 거부한다. 아폴론이 카산드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건넨 선물이 예언하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일을 미리 내다보고 예언하는 능력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신들의 특성이다.
이렇게 특별한 선물을 성급하게 주고 나서 다시 빼앗는 것도 ‘모양 빠지는’ 일이어서 아폴론은 아주 잔인한 복수를 계획한다. 자신의 사랑을 거절한 카산드라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아폴론이 내린 저주는 카산드라의 예언을 아무도 믿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진실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카산드라가 말하는 진실이 ‘진실’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최고 권력자 아폴론을 거절한 대가로 약자의 위치에 있던 인간 카산드라가 겪어야 할 가장 두렵고 불행한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카산드라는 예언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 동생 파리스가 불행을 가져 올 것이며, 그리스와 전쟁을 하다가 트로이는 몰락할 것이고, 절대로 트로이 목마를 성 안으로 들여와서는 안 된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이 말을 믿고 따르는 사람은 없었다. 왕이자 아버지에게 간곡하게 간청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야단과 질책뿐이었다. 제발 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라는 아버지의 명령에 카산드라는 ‘예’라고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 보지만 다시 ‘아니요’라고 대답하고 만다. 그리고 마침내 “증인이 되리라. 내 ‘증언’을 요구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을지라도 끝까지 증인이 되리라” 라고 굳게 마음먹는다. 카산드라의 진실을 끝내 믿지 않았던 트로이는 멸망하고 카산드라 자신은 노예가 되어서 죽음을 맞이한다.
트로이 사람들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각하거나 무거운 일보다는 잠시 후면 잊어 버려도 좋을 만큼 가볍고 즐거운 사실만을 듣고 싶어 한다. 오랫동안 마음을 누르거나 외면하기 어려운 정보에 대해서는 우선 거부하거나 부정하려고 한다. 마음에 갈등을 일으키거나 고통을 주는 현실에 맞닥뜨리면 먼저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 본능이 작동한다.
이런 태도를 ‘카산드라 콤플렉스’라고 한다. 진실임을 알지만 외면하거나 혹은 애써 믿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그럴 리가 없다’라고 부정하거나 ‘그럴 만한 숨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고 합리화한다. 카산드라 콤플렉스는 세상이 혼란스럽고 불안할수록 강한 힘을 발휘한다. 카산드라가 단순히 그리스 신화에만 등장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더 많은 카산드라의 절규가 들려온다.
그럼에도 세상의 모든 진실은 필연적으로 드러난다. 다만 고통스럽게도 세 단계의 문을 거쳐야 한다. 진실은 예외 없이 첫 번째 단계에서 세상의 온갖 조롱을 겪는다. “아이고! 별 볼 일도 없는 사람한테 그런 일이 생긴 것이 외려 영광 아닌가!” 등으로 웃음거리를 만든다. 그 다음은 부정의 단계다. “분명히 뭔가 얻을 것이 있어서 그랬을 거다. 이런 사람을 먼저 법으로 심판해야 해!”처럼 본질을 부정하는 단계다.
이 힘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세 번째 단계에서야 비로소 진실은 진실이 된다. 세 번째 문이 열리면 사람들은 진실을 자명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믿는다. 이렇게 참된 진실은 비록 조롱과 은폐를 겪지만 결국은 모두의 진실이 된다는 의미다. 이 세 단계의 원리를 말한 사람은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다.
찬찬히 보면 진실을 불신하게 하는 아폴론의 권력 뒤에 우리 모습이 어른거린다. 아폴론의 저주가 통하는 이유는 우리가 원하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운 진실과 대면하고 싶지 않아서 이런저런 많은 이유로 우리를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카산드라의 신화는 진실을 말하는 것만큼 진실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금 당장 진실의 문이 한 번에 열리기는커녕 형편없이 느리거나, 조롱과 거부 단계에서 길게 머뭇대는 진실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제, 수많은 카산드라의 ‘상처 받은 진실’을 마주 보는 용기, 그 진실을 믿는 용기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진실에 대처하는 우리의 태도는 우리 자신의 현주소다. 이 진실의 힘은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그렇기에 진실의 무게와 의미가 무거울수록 불신과 왜곡의 힘 또한 강력하다. 이렇게 아무도 믿지 않은 진실이 얼마나 큰 고통과 불행을 가져오는가를 신화를 통해서 볼 수 있다. 바로 그리스 신화의 카산드라다.
그럼에도 카산드라는 예언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 동생 파리스가 불행을 가져 올 것이며, 그리스와 전쟁을 하다가 트로이는 몰락할 것이고, 절대로 트로이 목마를 성 안으로 들여와서는 안 된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이 말을 믿고 따르는 사람은 없었다. 왕이자 아버지에게 간곡하게 간청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야단과 질책뿐이었다. 제발 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라는 아버지의 명령에 카산드라는 ‘예’라고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 보지만 다시 ‘아니요’라고 대답하고 만다. 그리고 마침내 “증인이 되리라. 내 ‘증언’을 요구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을지라도 끝까지 증인이 되리라” 라고 굳게 마음먹는다. 카산드라의 진실을 끝내 믿지 않았던 트로이는 멸망하고 카산드라 자신은 노예가 되어서 죽음을 맞이한다.
트로이 사람들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각하거나 무거운 일보다는 잠시 후면 잊어 버려도 좋을 만큼 가볍고 즐거운 사실만을 듣고 싶어 한다. 오랫동안 마음을 누르거나 외면하기 어려운 정보에 대해서는 우선 거부하거나 부정하려고 한다. 마음에 갈등을 일으키거나 고통을 주는 현실에 맞닥뜨리면 먼저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 본능이 작동한다.
이런 태도를 ‘카산드라 콤플렉스’라고 한다. 진실임을 알지만 외면하거나 혹은 애써 믿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그럴 리가 없다’라고 부정하거나 ‘그럴 만한 숨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고 합리화한다. 카산드라 콤플렉스는 세상이 혼란스럽고 불안할수록 강한 힘을 발휘한다. 카산드라가 단순히 그리스 신화에만 등장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더 많은 카산드라의 절규가 들려온다.
그럼에도 세상의 모든 진실은 필연적으로 드러난다. 다만 고통스럽게도 세 단계의 문을 거쳐야 한다. 진실은 예외 없이 첫 번째 단계에서 세상의 온갖 조롱을 겪는다. “아이고! 별 볼 일도 없는 사람한테 그런 일이 생긴 것이 외려 영광 아닌가!” 등으로 웃음거리를 만든다. 그 다음은 부정의 단계다. “분명히 뭔가 얻을 것이 있어서 그랬을 거다. 이런 사람을 먼저 법으로 심판해야 해!”처럼 본질을 부정하는 단계다.
이 힘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세 번째 단계에서야 비로소 진실은 진실이 된다. 세 번째 문이 열리면 사람들은 진실을 자명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믿는다. 이렇게 참된 진실은 비록 조롱과 은폐를 겪지만 결국은 모두의 진실이 된다는 의미다. 이 세 단계의 원리를 말한 사람은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다.
찬찬히 보면 진실을 불신하게 하는 아폴론의 권력 뒤에 우리 모습이 어른거린다. 아폴론의 저주가 통하는 이유는 우리가 원하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운 진실과 대면하고 싶지 않아서 이런저런 많은 이유로 우리를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카산드라의 신화는 진실을 말하는 것만큼 진실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금 당장 진실의 문이 한 번에 열리기는커녕 형편없이 느리거나, 조롱과 거부 단계에서 길게 머뭇대는 진실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제, 수많은 카산드라의 ‘상처 받은 진실’을 마주 보는 용기, 그 진실을 믿는 용기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