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을 개업해 변호사 일을 하다보면 크게 두가지 부류의 의뢰인을 만나게 된다.

첫번째, 상담하러 올 때 안 좋게 될 가능성부터 물어보는 의뢰인이다. 변호사를 선임한 뒤 무죄 주장을 해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변호사를 선임해도 유죄가 나올 수 있는 건 아닌지, 유죄가 나올거면 국선변호인으로 진행하면 되는 것 아닌지, 무죄 주장을 해 재판부에 좋지 않은 인식을 주는 것은 아닌지 등을 묻는다.

변호사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말해줘야 하는 만큼 의뢰인이 부정적인 측면, 어려운 부분을 부각해 물어보면 1∼2%의 가능성이 있는 나쁜 결과에 대해서도 설명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의뢰인과 변호사 모두 사건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갖게 되기 쉽고 사건을 조금씩 포기하게 된다.

두 번째, 무죄 가능성이나 승소 가능성보다도 자신의 억울함을 재판부에 전달해줄 수 있는지, 사건에 대해 궁금한 것이나 어려운 점이 없는지 변호인에게 설명해주고 자료를 갖다 주고 싶어하는 의뢰인이 있다. 이런 사람은 선임비용부터 물어보기보다는 자신의 억울한 입장을 충분히 변호사에게 이해시키려 하는 의뢰인이다. 이와 관련한 실제 사례를 이야기해 보겠다. 먼저 음주 삼진아웃을 당해 상담 전화를 했던 A씨의 경우다. 변호사는 A씨에게 실형 가능성이 낮지만 존재하고, 운전 차량을 처분한다면 집행 유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적극 대응한다면 벌금형이라는 결과도 얻을 가능이 있다고 조언했다.

A씨는 고민 끝에 변호사를 선임했고, 결국 변론에 최선을 다한 결과 집행 유예보다 낮은 벌금형이라는 좋은 결과를 받게 됐다.

A씨와 같은 음주 삼진아웃을 당한 B씨도 변호사 상담을 통해 실형 가능성이 낮고 차량 처분을 하면 집행 유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을 들었다. B씨는 변호사에게 조언해줘 고맙다는 말을 한 뒤 가능성이 낮은 벌금형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국선 변호인을 청구해 집행 유예의 결과를 받았다.

이 사안에서 A씨와 B씨의 차이는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돈도 돈이지만, 자신의 사건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로 최선을 다했느냐의 여부다. 특히 변호사와의 상담시 긍정적인 결과를 받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했느냐의 차이다.

또 다른 사례를 들자면 명예훼손 사건에 휘말린 C씨는 국선 변호사에게 선정된 내게 연락해 상대방에게 명예 훼손 대상 사실을 전파한 사실은 있지만 비밀을 전제로 했으니 무죄 주장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비밀을 전제로 하더라도 명예 훼손이 인정되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상 확고하니 유죄를 인정하고 양형 주장을 해야 한다고 조언해 줬다.

그러나 C씨는 직접 변호사 사무실까지 찾아와 상담을 했고, C씨를 직접 만나 상담한 결과 소송 기록에는 잘 언급되지 않았던 사건의 경위(학원 동업 관계 파탄 및 피해자가 손해 배상 소송에 이용할 목적을 가지고 지인을 통해 명예 훼손 발언을 유도한 사실 등)을 알게 됐다.

나는 전화 상담시 말했던 내용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법정에서 명예 훼손 사실을 들은 당사자와 피해자가 친밀한 관계임을 근거로 공연성이 없다고 주장한 끝에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또한 사건을 접하는 의뢰인의 절실함과 노력, 긍정적인 태도가 변호인을 설득시켰고 재판부까지 설득시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일에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만큼 부정적인 면도 상존한다. 모두가 2018년 새해부터는 컵에 물이 반쯤 있을 때 이를 보고 낙담하기 보다는 물이 반이나 남아있다고 말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긍정적인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