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아무리 불공평해도 흔히 시간만큼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라고 여긴다.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와 달력이 동일한 의미의 숫자로 채워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기 쉽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인들에 의하면 시간에는 두 종류가 있다. 기계적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간이 언제나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형태의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간을 관장하고 지배하는 신도 둘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사람은 단순히 시간의 지배에 순응하기보다는 스스로 시간의 의미를 만들어 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녹아 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시간의 위력에 저항하며 주어진 시간 속에 자신의 의지와 열정을 새겨 넣는 것이 사람이라는 의미다.
우선 일상적 생활에서 누구나 경험으로 알고 있는 시간이 있다. 정해진 시간에 따라서 규칙적으로 일하고 먹고 잠자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심지어 미덕으로 권장된다. 이 시간이 ‘크로노스’가 관장하는 시간, 즉 연대기의 시간이다. 시계와 달력에서 보는 바로 그 시간이다. 이런 크로노스의 시간은 사람의 의지나 생각과 상관없이 오직 자연의 질서에 따라서 기계적이고 연속적으로 흐른다. 흐르는 방향은 언제나 과거에서 미래다. 이 흐름의 원칙을 거스르거나 흐름의 방향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거나 세상과 단절하고 혼자서 산다고 해도 시간은 정해진 속도로 제 갈 길을 간다.
그저 지속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에 맞춰서 습관적으로 사는 삶, 단지 시간을 채우는 삶에서의 주인은 크로노스다. 크로노스의 시간에서는 어제와 오늘이 구별 없이 흘러가는 무의미한 시간이 삶을 지배한다. 이렇게 크로노스 시간에 길들여진 수동적 삶에는 ‘현재’가 없다. 현재가 없는 시간은 무의미한 시간이다. 오직 ‘현재’를 통해서만 사람은 시간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사람이 마주하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현재뿐이라고 말한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과거는 이미 지난 시간이다. 삶은 오직 현재, 즉 지금 여기에서의 시간을 통해서만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의 의미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크로노스의 시간을 사는 삶은 시간의 공허한 집합일 뿐이다. 크로노스 시간은 오직 시간의 흐름만 있을 뿐, 그 의미와 가치가 결정되지 않은 텅 빈 시간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간의 종류는 모두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새롭게 규정하는 시간이다. 시간을 쓰는 사람에 따라서 시간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지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시간이다. 이런 뜻의 시간을 ‘카이로스’ 시간이라고 한다. 이 시간은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크로노스적 시간과는 달리 같은 시간이라도 길거나 짧게 흘러간다. 사람의 의지와 목적에 따라서 속도와 길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카이로스는 제우스의 막내아들로 ‘새긴다’는 말에서 유래했으며 ‘기회’를 의미한다. 카이로스 시간은 붙잡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특별한 시간이다. 카이로스의 생김새가 곧 기회의 속성과 특징을 보여준다. 그는 앞머리는 무성하고 뒷머리는 머리털이 없는 대머리다. 앞머리로 얼굴을 가려서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지만 먼저 발견한 사람은 쉽게 붙잡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뒷머리에 머리털이 없는 이유는 지나간 기회는 다시 붙잡기 어렵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것도 모자라서 두 발목에는 날개가 달렸는데, 기회가 얼마나 쉽게 달아나는가를 보여준다. 여기에다 손에는 저울과 칼을 들고서 기회를 저울로 달듯이 정확하고 칼같이 예리하게 판단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말한다. 카이로스의 모습에서 보는 것처럼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간이 아니다. 기회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을 보여 줄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시간 속의 시간이다. 카이로스 시간을 결단하는 것은 시간의 가치를 알고 주인으로 사는 능동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과 자신을 바꾼 삶은 얼마나 사는가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카이로스 시간의 결과다.
지금은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많은 시간을 절약하며 사는 세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모두가 정신없이 시간에 쫒기면서 더 많은 일에 허덕인다. 일하는 시간을 절약해서 남긴 그 많은 시간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잃어버린 자신과 대면하고 자신을 실현하는 데에 쓰는가? 그 시간에 타성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일까?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농담에서 시계의 초침에 따라서 움직이는 ‘영혼 없는’ 크로노스의 시간에 지배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시간은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흘러간다. 다만 주어진 시간을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나눠진다. 천만다행으로 시간은 상속되지도 재생되지도 않는다. 시간의 흐름은 유예되지도 않는다. 누구나 매 순간, 단 한 번 허락된 시간을 산다. 이 시간을 크로노스에서 카이로스 시간으로 만드는 것은 오직 우리 자신의 의지와 태도다. 남아 있는 올해의 시간부터 카이로스 시간으로 결단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새해맞이가 아닐까.
그렇기에 시간을 관장하고 지배하는 신도 둘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사람은 단순히 시간의 지배에 순응하기보다는 스스로 시간의 의미를 만들어 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녹아 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시간의 위력에 저항하며 주어진 시간 속에 자신의 의지와 열정을 새겨 넣는 것이 사람이라는 의미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사람이 마주하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현재뿐이라고 말한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과거는 이미 지난 시간이다. 삶은 오직 현재, 즉 지금 여기에서의 시간을 통해서만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의 의미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크로노스의 시간을 사는 삶은 시간의 공허한 집합일 뿐이다. 크로노스 시간은 오직 시간의 흐름만 있을 뿐, 그 의미와 가치가 결정되지 않은 텅 빈 시간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간의 종류는 모두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새롭게 규정하는 시간이다. 시간을 쓰는 사람에 따라서 시간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지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시간이다. 이런 뜻의 시간을 ‘카이로스’ 시간이라고 한다. 이 시간은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크로노스적 시간과는 달리 같은 시간이라도 길거나 짧게 흘러간다. 사람의 의지와 목적에 따라서 속도와 길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카이로스는 제우스의 막내아들로 ‘새긴다’는 말에서 유래했으며 ‘기회’를 의미한다. 카이로스 시간은 붙잡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특별한 시간이다. 카이로스의 생김새가 곧 기회의 속성과 특징을 보여준다. 그는 앞머리는 무성하고 뒷머리는 머리털이 없는 대머리다. 앞머리로 얼굴을 가려서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지만 먼저 발견한 사람은 쉽게 붙잡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뒷머리에 머리털이 없는 이유는 지나간 기회는 다시 붙잡기 어렵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것도 모자라서 두 발목에는 날개가 달렸는데, 기회가 얼마나 쉽게 달아나는가를 보여준다. 여기에다 손에는 저울과 칼을 들고서 기회를 저울로 달듯이 정확하고 칼같이 예리하게 판단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말한다. 카이로스의 모습에서 보는 것처럼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간이 아니다. 기회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을 보여 줄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시간 속의 시간이다. 카이로스 시간을 결단하는 것은 시간의 가치를 알고 주인으로 사는 능동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과 자신을 바꾼 삶은 얼마나 사는가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카이로스 시간의 결과다.
지금은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많은 시간을 절약하며 사는 세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모두가 정신없이 시간에 쫒기면서 더 많은 일에 허덕인다. 일하는 시간을 절약해서 남긴 그 많은 시간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잃어버린 자신과 대면하고 자신을 실현하는 데에 쓰는가? 그 시간에 타성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일까?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농담에서 시계의 초침에 따라서 움직이는 ‘영혼 없는’ 크로노스의 시간에 지배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시간은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흘러간다. 다만 주어진 시간을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나눠진다. 천만다행으로 시간은 상속되지도 재생되지도 않는다. 시간의 흐름은 유예되지도 않는다. 누구나 매 순간, 단 한 번 허락된 시간을 산다. 이 시간을 크로노스에서 카이로스 시간으로 만드는 것은 오직 우리 자신의 의지와 태도다. 남아 있는 올해의 시간부터 카이로스 시간으로 결단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새해맞이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