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무릇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애써 배우지 않고도 저절로 알게 되는 상식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사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사회적 존재라고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과정은 늘 불편함과 고통스러운 일에 직면하는 일이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지나치거나 부족한 타인의 시선이다.
모든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관계에는 언제나 다른 사람의 시선이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벗어나서 온전히 혼자일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설령 방 안에 혼자 있다고 해도 이미 우리 안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타인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은 혼자 있어도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이 어느새 스스로의 시선이 되어서 자신을 통제하고 검열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투명인간이 되는 방법밖에 없다. 사실 투명인간으로 변해서 통제받지 않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는 자유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그런데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절대 자유를 가진 투명인간에게는 남다른 고통과 절망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공상과학 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영국의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1866∼1946)다. 공상과학 소설의 고전으로 불리는 그의 소설 ‘투명인간’(1897)에서 작가는 그리핀이라는 투명인간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존재’의 괴로움을 말한다.
온갖 실험을 거쳐서 천신만고 끝에 주인공은 마침내 투명인간이 되어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리핀은 보이지 않는다는 권력을 이용해서 심지어 공포정치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야망까지 갖는다. 하지만 그는 뜻밖에도 투명인간으로서 누리는 무제한의 자유와 권력에 대한 만족보다는 ‘보이지 않는 자’가 겪고 감당해야 하는 좌절과 슬픔에 휩싸인다.
투명인간이 된 그리핀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스러움을 겪는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참거나 억제할 일과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는 없다. 반면에 투명인간이 누리는 권력과 자유가 정작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면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을 수 없는 권력과 능력이란 무의미하다. 이런 뜻에서 투명인간이 되는 것은 타인의 시선을 벗어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이다.
그리핀은 투명인간이 되고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허망한 탐욕을 부렸는가를 깨닫는다. 결국, 그는 “나는 인간이 욕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던 거야”라고 고백과 함께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자 한다.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는 사람’이 다시 되고 싶은 것이다. 이런 그리핀에 대해서 사람들은 “무자비하고, 완전히 이기적이에요. 자신의 이익과 안전밖에는 생각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그리핀을 기다리는 것은 비참한 죽음뿐이었다.
웰스의 투명인간 이야기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혐오가 함축되어 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다시 말하면 익숙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거부감과 혐오감을 드러낸다. 누군가가 낯설거나 조금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것을 용인할 수 없는 일로 여긴다. 이러한 시선은 보고 싶은 모습이 아닌 모든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확신에서 나온다. 이 확신은 자신과 다른 사람은 해롭거나 무의미한 존재라는 흑과 백의 논리로 세상을 보는 태도다. 그래서 그리핀의 투명성은 공동체로부터 추방되어야 하는 죄인이라는 명분이 되고 모두에게 위험한 존재라고 낙인찍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소설처럼 자신의 욕망과 의지로 투명인간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부족한 눈길로 인해서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에 충분하지 못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 모습이 다르거나 능력이 떨어지거나 또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보는 시선에는 혐오와 무관심이 얼마나 가득한가. 처음부터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철저한 무시의 시선이다. 무시, 즉 시선을 주지 않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태도는 없다. 지나친 시선만큼이나 시선을 주지 않는 것 역시 견디기 힘든 고통이고 형벌인 것은 마찬가지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타인의 시선이 지옥이라면 시선조차 주지 않는 것 또한 지옥이다.
서로에 대한 통제와 무관심만 있는 곳에서 함께 어울려서 살아간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함께한다는 것은 서랍에 놓인 물건들처럼 이유 없이 그저 함께 놓여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함께’라는 단어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말한다.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삶에서만 일어나는 특별한 ‘사건’이다. 관계는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접촉을 경험하고 공유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통제의 시선 대신 신뢰하고 기다리는 것을 배우며, 무관심으로 감은 눈 대신 지지하며 차분하게 바라보는 것에서 관계는 시작된다. 삶이 문득 팍팍하게 느껴질 때 타인을 향한 ‘나’의 시선이 행여 지나치거나 모자란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관계에는 언제나 다른 사람의 시선이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벗어나서 온전히 혼자일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설령 방 안에 혼자 있다고 해도 이미 우리 안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타인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은 혼자 있어도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이 어느새 스스로의 시선이 되어서 자신을 통제하고 검열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투명인간이 되는 방법밖에 없다. 사실 투명인간으로 변해서 통제받지 않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는 자유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투명인간이 된 그리핀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스러움을 겪는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참거나 억제할 일과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는 없다. 반면에 투명인간이 누리는 권력과 자유가 정작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면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을 수 없는 권력과 능력이란 무의미하다. 이런 뜻에서 투명인간이 되는 것은 타인의 시선을 벗어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이다.
그리핀은 투명인간이 되고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허망한 탐욕을 부렸는가를 깨닫는다. 결국, 그는 “나는 인간이 욕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던 거야”라고 고백과 함께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자 한다.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는 사람’이 다시 되고 싶은 것이다. 이런 그리핀에 대해서 사람들은 “무자비하고, 완전히 이기적이에요. 자신의 이익과 안전밖에는 생각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그리핀을 기다리는 것은 비참한 죽음뿐이었다.
웰스의 투명인간 이야기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혐오가 함축되어 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다시 말하면 익숙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거부감과 혐오감을 드러낸다. 누군가가 낯설거나 조금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것을 용인할 수 없는 일로 여긴다. 이러한 시선은 보고 싶은 모습이 아닌 모든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확신에서 나온다. 이 확신은 자신과 다른 사람은 해롭거나 무의미한 존재라는 흑과 백의 논리로 세상을 보는 태도다. 그래서 그리핀의 투명성은 공동체로부터 추방되어야 하는 죄인이라는 명분이 되고 모두에게 위험한 존재라고 낙인찍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소설처럼 자신의 욕망과 의지로 투명인간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부족한 눈길로 인해서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에 충분하지 못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 모습이 다르거나 능력이 떨어지거나 또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보는 시선에는 혐오와 무관심이 얼마나 가득한가. 처음부터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철저한 무시의 시선이다. 무시, 즉 시선을 주지 않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태도는 없다. 지나친 시선만큼이나 시선을 주지 않는 것 역시 견디기 힘든 고통이고 형벌인 것은 마찬가지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타인의 시선이 지옥이라면 시선조차 주지 않는 것 또한 지옥이다.
서로에 대한 통제와 무관심만 있는 곳에서 함께 어울려서 살아간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함께한다는 것은 서랍에 놓인 물건들처럼 이유 없이 그저 함께 놓여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함께’라는 단어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말한다.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삶에서만 일어나는 특별한 ‘사건’이다. 관계는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접촉을 경험하고 공유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통제의 시선 대신 신뢰하고 기다리는 것을 배우며, 무관심으로 감은 눈 대신 지지하며 차분하게 바라보는 것에서 관계는 시작된다. 삶이 문득 팍팍하게 느껴질 때 타인을 향한 ‘나’의 시선이 행여 지나치거나 모자란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