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본성상 대화적이다. 산다는 것은 대화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철학자, 인문학자이며 비평가인 미하일 바흐친(1895~1975)이 한 말이다. 그는 뛰어난 도스토예프스키의 연구가이기도 하다. 산다는 것은 다름 아닌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이 짧고 간결한 문장이 혼란스러움과 더불어 부끄러움을 일으킨다.삶을 대화로 바라보는 이 시선은 우리가 사는 방식과는 얼마나 다르고 낯선 것인가! 그러면서 바흐친은 “존재한다는 것은 소통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대화적인 삶과 소통하는 관계는 바흐친의 사유체계를 이루는 핵심으로 그가 평생 동안 일관되게 추구한 가치다. 그런데 대화가 가장 근본적인 삶의 본질이라는 생각 때문에 바흐친은 정작 가장 비인간적이고 ‘반대화적’인 탄압을 받았다. 당시 스탈린 정권으로부터 반동으로 낙인찍혀서 6년이라는 긴 세월을 카자흐스탄에서 유형생활을 한 것이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후에 다리까지 절단하는 고통을 겪었지만 그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대화, 이 말처럼 쉽게 쓰지만 실제 행하기 어려운 것도 정말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는 마치 힘없는 사람이 뭔가 ‘꿀리고’ 아쉬운 상황에서 쓰는 수단처럼 여긴다. 그러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틀렸다고만 할 수도 없다. 강하고 힘센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 대화 대신 먼저 큰소리를 치거나 우기고 윽박지르는 것을 흔하게 경험한다. 이런 모습에 익숙한 탓에 삶은 대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적지 않게 당혹스러움 속에서 동시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큰 소리부터 내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정치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대화의 무능력이 정치판에만 한정된 현상은 결코 아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에서는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대화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곳곳에서 대화니 소통이니 하는 것이 말 뿐이지 불가능한 것임을 어려서부터 몸으로 배운다. 결국, 서로가 목청을 높여서 큰 소리를 내지만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하지만 사실 대화한다는 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다. 서로 묻고 귀를 기울이고 대답하고 동의하는 것이다. 대화는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먼저 귀를 열고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대화라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가? ‘나’와 동등하게 말할 권리를 다른 사람 역시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귀를 연다는 것은 듣고 싶은 말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말하게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있는 사진 한 장이 실렸다. 장애 자녀를 위한 학교를 짓기 위해서 동네 주민들에게 눈물로 간청하는 모습이었다. 이 부모들은 감히 대화는커녕 가는 곳마다 자신들을 스스로 죄인 취급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무도 들어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화를 거부당하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형벌인가.
대화는 ‘나’와 타자 사이에 있는 차이를 논리로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차이를 옳고 그름을 통해서 따질 때 논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폭력을 휘두르는 수단이 된다. 힘의 균형이 없는 곳에서 논리란 언제나 근본적으로 자기 합리화를 위한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 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가 무릎을 꿇고 간청하는 사회는 무서운 이기적 독백만이 있는 곳이다. 바흐친에 따르면 삶의 방식은 크게 대화와 독백으로 나누어진다. 독백은 아무리 대화처럼 위장하고 가면을 써도 오직 하나의 목소리만 들리는 관계다. 우리가 사는 방식은 과연 대화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비위를 거스르거나 고분고분하지 않은 사람, 자신의 이익에 방해가 되는 사람, 바른말을 하는 사람들의 말문을 막아버리는 것은 대화가 아니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모든 관계에서 대화가 불가능한 것은 억압과 분열, 고립으로 나가는 독백주의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대화의 힘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것에 있다. 다시 말하면 대화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나’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다. 우리가 누구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자신이 아니고 다른 사람, 즉 타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화하는 것은 곧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와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며, 그것은 곧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저 혼자서 스스로 완전한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누구나 단 하루도 서로 의존하는 관계를 벗어나서는 살 수 없으며 작은 어려움도 서로 돕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 “하나의 목소리는 아무 것도 종결시키지 않으며,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최소한 두 개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타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진정한 대화는 결코 완결되지 않는 과정이다. 끝없이 이어지고 새로워지면서 다성의 소리를 들음으로써 진리를 독점하려는 폭력과 싸우는 것이다. 삶에 필요한 진리는 언제나 “대화라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태어난다. 어느 때보다 긴 이번 명절 연휴는 오랜 동안 익숙해진 독백주의를 벗어나서 대화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다. 입보다 먼저 귀를 크게 여는 것이다.
러시아의 철학자, 인문학자이며 비평가인 미하일 바흐친(1895~1975)이 한 말이다. 그는 뛰어난 도스토예프스키의 연구가이기도 하다. 산다는 것은 다름 아닌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이 짧고 간결한 문장이 혼란스러움과 더불어 부끄러움을 일으킨다.삶을 대화로 바라보는 이 시선은 우리가 사는 방식과는 얼마나 다르고 낯선 것인가! 그러면서 바흐친은 “존재한다는 것은 소통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화, 이 말처럼 쉽게 쓰지만 실제 행하기 어려운 것도 정말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는 마치 힘없는 사람이 뭔가 ‘꿀리고’ 아쉬운 상황에서 쓰는 수단처럼 여긴다. 그러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틀렸다고만 할 수도 없다. 강하고 힘센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 대화 대신 먼저 큰소리를 치거나 우기고 윽박지르는 것을 흔하게 경험한다. 이런 모습에 익숙한 탓에 삶은 대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적지 않게 당혹스러움 속에서 동시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그런데 대화라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가? ‘나’와 동등하게 말할 권리를 다른 사람 역시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귀를 연다는 것은 듣고 싶은 말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말하게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있는 사진 한 장이 실렸다. 장애 자녀를 위한 학교를 짓기 위해서 동네 주민들에게 눈물로 간청하는 모습이었다. 이 부모들은 감히 대화는커녕 가는 곳마다 자신들을 스스로 죄인 취급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무도 들어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화를 거부당하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형벌인가.
대화는 ‘나’와 타자 사이에 있는 차이를 논리로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차이를 옳고 그름을 통해서 따질 때 논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폭력을 휘두르는 수단이 된다. 힘의 균형이 없는 곳에서 논리란 언제나 근본적으로 자기 합리화를 위한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 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가 무릎을 꿇고 간청하는 사회는 무서운 이기적 독백만이 있는 곳이다. 바흐친에 따르면 삶의 방식은 크게 대화와 독백으로 나누어진다. 독백은 아무리 대화처럼 위장하고 가면을 써도 오직 하나의 목소리만 들리는 관계다. 우리가 사는 방식은 과연 대화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비위를 거스르거나 고분고분하지 않은 사람, 자신의 이익에 방해가 되는 사람, 바른말을 하는 사람들의 말문을 막아버리는 것은 대화가 아니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모든 관계에서 대화가 불가능한 것은 억압과 분열, 고립으로 나가는 독백주의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대화의 힘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것에 있다. 다시 말하면 대화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나’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다. 우리가 누구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자신이 아니고 다른 사람, 즉 타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화하는 것은 곧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와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며, 그것은 곧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저 혼자서 스스로 완전한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누구나 단 하루도 서로 의존하는 관계를 벗어나서는 살 수 없으며 작은 어려움도 서로 돕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 “하나의 목소리는 아무 것도 종결시키지 않으며,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최소한 두 개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타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진정한 대화는 결코 완결되지 않는 과정이다. 끝없이 이어지고 새로워지면서 다성의 소리를 들음으로써 진리를 독점하려는 폭력과 싸우는 것이다. 삶에 필요한 진리는 언제나 “대화라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태어난다. 어느 때보다 긴 이번 명절 연휴는 오랜 동안 익숙해진 독백주의를 벗어나서 대화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다. 입보다 먼저 귀를 크게 여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