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을 희망하는 것은 사람의 많은 능력 중에서도 가장 사람다운 것이라고 말한다. 오직 사람만이 희망할 줄 알고, 이 희망을 통해서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좁혀 나간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희망이란 단어처럼 종잡기 어려운 것도 드물다. 희망은 틀림없이 당장 겪고 있는 고통을 견디고 더 노력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동시에 희망은 한순간에 절망으로 변하는 고통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뜻에서 니체는 희망을 ‘악’이며 ‘재앙’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희망하기 때문에 절망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희망이 가혹한 ‘고문’이 될지라도,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현재의 고통을 이겨 내야 할 의미와 이유가 없다. 미래는 현재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우리를 견디게 하고 강하게 한다. 그러나 희망이 단순히 강박적 습관이거나 게으른 기다림에 불과하다면, 희망은 절망으로 건너가는 다리에 지나지 않는다. 희망을 말하기 너무나 어려운 현실이지만 작가 루쉰의 말을 빌어서 희망을 생각해 본다. 그는 ‘고향’이라는 작품에서 희망을 이렇게 말한다.
“생각해 보니 희망이란 본시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거였다. 이는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시 땅 위엔 길이 없다. 다니는 사람이 많다 보면 거기가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1881∼1936)은 ‘광인일기’, ‘아큐정전’을 쓴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이고 동시에 사상가이자 개혁가이다. 루쉰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은 오늘의 중국을 세운 혁명가 마오쩌둥의 말일 것이다. 그는 루쉰을 ‘가장 위대한 사상가요 혁명가이며 중국 문학의 아버지’라고 평가했다. 실제 마오쩌둥이 루쉰을 흠모하며 닮고자 하는 마음으로 루쉰의 글을 늘 읽었던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희망은 아직 나지 않은 길을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루쉰의 생각은 그의 삶 속에서 끊임없는 실천으로 나타난다. 그는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도중에 학업을 중단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우연하게 본 사진 한 장이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변화하는 세상과는 달리 무기력한 잠에 깊게 빠진 중국인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고 큰 충격에 빠진 루쉰은 낡은 사상과 정신을 개혁하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나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행동하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이다. 행동하기보다는 구경꾼에 머무르는 것이 더 쉬운 것도 사실이다. 루쉰이 정신을 고치는 의사가 되는 것이 더 급하다고 생각한 것도 팔짱 끼고 살아가는 ‘구경꾼’ 때문이었다. 구경꾼의 특징은 자신이 처한 위급한 상황마저도 마치 남의 일처럼 그저 구경만 하는 것이다. 무기력한 구경꾼은 마치 희망이라는 단어는 애초에 쓸모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런 구경꾼이 한두 사람도 아니고 대부분이 그렇다면 희망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한 때 뜻을 같이 하기로 한 사람들까지 돌아선 상황이라면 너무나 고통스럽다. 이런 경험을 루쉰은 그 유명한 ‘적막’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있는 힘을 다해서 고함을 쳐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사람들 속에 혼자 있는 적막함 말이다. 힘을 보태 주는 지지는커녕 반대조차 없는, 오직 냉랭한 무관심만이 사방에 가득한 상태가 적막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막막한 적막을 경험한다. 대단한 일이 아니고 소소하고 작은 일에도 어지간해서는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소리를 분명하게 듣기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급한 사람이 나서서 일을 해결할 때까지 구경하며 기다리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믿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결국 적막함은 곁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저 구경꾼에 불과하기 때문에 생기는 절망이다.
희망이 곧 삶을 지켜 내는 힘이라고 말하지만 실상 희망은 어리석고 헛된 것에 불과한 것일까? 아무도 희망은 부질없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가 보지 않은 길을 없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루쉰은 친구와 함께 ‘철로 만들어진 출구도 창문도 없는 방’에서 잠이 든 사람들에 빗대어 희망을 묻는다. 잠이 든 사람들을 깨울 것인가? 자게 그냥 둬야 할 것인가? 친구는 “그래도 기왕 몇몇이라도 깨어났다면 ‘철방’을 부술 희망이 절대 없다고 할 수야 없겠지”라고 답한다. 이것이 바로 희망이다. 아무것도 당장 보이지는 않아도 이 ‘어쩌면’에서 희망은 시작된다. 한 사람도 철방을 부수고 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처음부터 희망을 갖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희망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할 수 없는 것은 희망이 길과 같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없던 길도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차곡차곡 쌓이면 탄탄한 길이 되는 것처럼 많은 사람이 희망을 함께할 때 희망의 주변을 맴도는 불확실한 안개는 사라진다.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은 사라지듯이 구경만 하는 희망 또한 쉽게 사라진다. 희망이 비로소 진정한 희망이 되는 곳은 함께 가는 길 위다. 희망은 구경하는 대신에 동행하는 것이고 함께하는 것이다. 희망이 거기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니고 가야 하는 길이기에 희망을 갖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희망이란 본시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거였다. 이는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시 땅 위엔 길이 없다. 다니는 사람이 많다 보면 거기가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1881∼1936)은 ‘광인일기’, ‘아큐정전’을 쓴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이고 동시에 사상가이자 개혁가이다. 루쉰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은 오늘의 중국을 세운 혁명가 마오쩌둥의 말일 것이다. 그는 루쉰을 ‘가장 위대한 사상가요 혁명가이며 중국 문학의 아버지’라고 평가했다. 실제 마오쩌둥이 루쉰을 흠모하며 닮고자 하는 마음으로 루쉰의 글을 늘 읽었던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나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행동하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이다. 행동하기보다는 구경꾼에 머무르는 것이 더 쉬운 것도 사실이다. 루쉰이 정신을 고치는 의사가 되는 것이 더 급하다고 생각한 것도 팔짱 끼고 살아가는 ‘구경꾼’ 때문이었다. 구경꾼의 특징은 자신이 처한 위급한 상황마저도 마치 남의 일처럼 그저 구경만 하는 것이다. 무기력한 구경꾼은 마치 희망이라는 단어는 애초에 쓸모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런 구경꾼이 한두 사람도 아니고 대부분이 그렇다면 희망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한 때 뜻을 같이 하기로 한 사람들까지 돌아선 상황이라면 너무나 고통스럽다. 이런 경험을 루쉰은 그 유명한 ‘적막’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있는 힘을 다해서 고함을 쳐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사람들 속에 혼자 있는 적막함 말이다. 힘을 보태 주는 지지는커녕 반대조차 없는, 오직 냉랭한 무관심만이 사방에 가득한 상태가 적막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막막한 적막을 경험한다. 대단한 일이 아니고 소소하고 작은 일에도 어지간해서는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소리를 분명하게 듣기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급한 사람이 나서서 일을 해결할 때까지 구경하며 기다리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믿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결국 적막함은 곁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저 구경꾼에 불과하기 때문에 생기는 절망이다.
희망이 곧 삶을 지켜 내는 힘이라고 말하지만 실상 희망은 어리석고 헛된 것에 불과한 것일까? 아무도 희망은 부질없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가 보지 않은 길을 없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루쉰은 친구와 함께 ‘철로 만들어진 출구도 창문도 없는 방’에서 잠이 든 사람들에 빗대어 희망을 묻는다. 잠이 든 사람들을 깨울 것인가? 자게 그냥 둬야 할 것인가? 친구는 “그래도 기왕 몇몇이라도 깨어났다면 ‘철방’을 부술 희망이 절대 없다고 할 수야 없겠지”라고 답한다. 이것이 바로 희망이다. 아무것도 당장 보이지는 않아도 이 ‘어쩌면’에서 희망은 시작된다. 한 사람도 철방을 부수고 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처음부터 희망을 갖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희망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할 수 없는 것은 희망이 길과 같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없던 길도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차곡차곡 쌓이면 탄탄한 길이 되는 것처럼 많은 사람이 희망을 함께할 때 희망의 주변을 맴도는 불확실한 안개는 사라진다.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은 사라지듯이 구경만 하는 희망 또한 쉽게 사라진다. 희망이 비로소 진정한 희망이 되는 곳은 함께 가는 길 위다. 희망은 구경하는 대신에 동행하는 것이고 함께하는 것이다. 희망이 거기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니고 가야 하는 길이기에 희망을 갖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