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가 화제다. 여러 나라 국가대표들이 만나 악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반가움이나 신뢰의 표시 이상의 다양한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그 중심에 미국 대통령 트럼프(71)가 있고, 프랑스 마크롱(39) 총리, 독일 메르켈(63) 총리, 캐나다 트뤼도(46) 총리, 일본 아베(63) 총리가 출연해서 현재 진행 중인 현대사다.
독일과 무역적자 등 여러 문제로 마음이 불편했던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요청에 메르켈이 악수할까 물었으나 끝내 못들은 척했다. 아베와는 19초 동안 손을 잡아끌면서 흔들거나 손등을 토닥이기도 했다. 언론은 19초의 긴 악수를 두고 여러 의미를 부여했다. 들고 온 조공문서에 만족한 표시라고도 하고, 그만큼 미일관계의 깊고 두터움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악수(幄手)하면서 밀리면 악수(惡手)될 수 있다는 학습효과에 따라 트뤼도와 마크롱은 선제적으로 달리 대처했다. 몸짱인 트뤼도는 악수를 하면서 트럼프의 오른쪽 어깻죽지를 왼손으로 턱 붙잡아 당길 수가 없게 만들었다. 젊은 마크롱은 6초 동안 트럼프의 손가락이 하얗게 될 정도로 세게 붙잡아 역공을 취했다.
상대국의 대표를 자신 쪽으로 확 끌어당겨 자국의 힘과 우월함을 과시하려는 욕망과 이에 끌려갈 수 없다는 방어의 보디랭귀지가 현란한 외교적 수사를 앞지르고 있다. 이 험한 국제외교전을 보면서 조선의 의리있는 외교관 한 사람의 일화를 소개한다.
역관 홍순언(洪純彦)은 선조 때 사람이다. 조선시대 역관은 외교통역과 무역을 담당했다고 한다. 당시 명나라로 보낸 사절단의 가장 큰 임무 중에 하나는 명나라 법전인 ‘대명회전’을 고치는 것이었다. 즉 왕실 계보를 바로 잡는 종계변무(宗系辨誣)였다.
태조 3년(1394년) 이성계는 믿기 어려운 사실을 발견한다. ‘대명회전’에 이성계의 아버지가 이자춘이 아니라 그와 권력을 다투었던 이인임으로 되었다. 왕실의 잘못된 기록은 견딜 수 없는 치욕이었다. 그로부터 200년 동안 계속 사신을 보냈으나 이 오류는 고쳐지지 않았다. 명은 잘못된 줄 알면서도 매달리는 조선 왕들을 보면서 조커 내지는 꽃놀이패로 사용하면서 매번 거절했던 것이다.
홍순언이 북경 도착 하루 전에 통주에서 하룻밤을 묵고자 주막에 들러 목을 축이는데 시중드는 여인이 소복을 입었다. 괴이 여겨 사연을 묻자 부모가 역병으로 죽어 관아에 있는데 고향으로 모실 장례비가 없어 소복차림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순언은 전대에 있는 무역자금을 모두 털어 300금을 주었다. 슬픔과 역경에 처한 상주를 통 크게 도와주고 주막을 나서자 여인이 매달리며 이름을 물었으나 ‘홍’이란 성씨만 알려주고 떠났다. 귀국한 홍순언은 공금횡령으로 투옥됐다.
10년 후 홍순언은 종계변무 임무를 띤 사절단과 함께 다시 북경을 방문했다. 선조는 떠나는 사절단에게 이번에도 바로잡지 못하면 죽인다고 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냉대했던 명나라 조정이었는데 외무차관이 직접 영접을 나왔으며, 그의 부인은 큰절까지 올린 것이 아닌가.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홍순언은 옛날 통주의 주막집 일을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 여인이 명나라 외무차관 석성(石星)의 부인이 된 것이다. 석성과 그의 부인은 조선에서 사신이 올 때마다 홍씨를 찾았다고 한다.
석성의 노력으로 200년 묵은 조선의 한이 두 달 만에 정정되었다. 돌아가는 홍에게 압록강까지 나와서 보은(報恩)이라 수놓은 비단 100필을 선물로 주었다. 건넨 돈도 큰돈이었지만 보은도 지극했다. 조선은 경사였고, 선조는 감격했으며, 순언은 공신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극적인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 다시 한 번 주막집 인연이 외교관계로 발전하여 나라를 구한다. 전쟁 발발 보름 만에 의주로 피난 간 선조는 압록강 비바람 속에 명나라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명나라 조정이 파병 반대의 입장을 바꾼 것은 국방부장관으로 승진한 석성 때문이었다. 석성은 21만명의 보병을 파병하고 은화 900만냥을 지원함으로써 전쟁을 끝내게 된다. 7년 전쟁이 끝난 해에 홍순언은 죽고, 명나라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되는데 석성은 파병과 군비지원의 책임을 물어 투옥되고 옥사했다. 석성은 부인과 아들에게 조선으로 귀화하도록 유언은 남기고, 선조는 이들에게 정착하도록 해주 땅을 주어서 지금 해주 석씨의 시조가 되었다.
소설가 이병주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함께 임진왜란을 겪은 이순신은 햇빛에 바랬고, 홍순언은 달빛에 물들었는가. 오늘 트럼프의 악수는 어떻게 기록될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는데.
독일과 무역적자 등 여러 문제로 마음이 불편했던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요청에 메르켈이 악수할까 물었으나 끝내 못들은 척했다. 아베와는 19초 동안 손을 잡아끌면서 흔들거나 손등을 토닥이기도 했다. 언론은 19초의 긴 악수를 두고 여러 의미를 부여했다. 들고 온 조공문서에 만족한 표시라고도 하고, 그만큼 미일관계의 깊고 두터움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악수(幄手)하면서 밀리면 악수(惡手)될 수 있다는 학습효과에 따라 트뤼도와 마크롱은 선제적으로 달리 대처했다. 몸짱인 트뤼도는 악수를 하면서 트럼프의 오른쪽 어깻죽지를 왼손으로 턱 붙잡아 당길 수가 없게 만들었다. 젊은 마크롱은 6초 동안 트럼프의 손가락이 하얗게 될 정도로 세게 붙잡아 역공을 취했다.
태조 3년(1394년) 이성계는 믿기 어려운 사실을 발견한다. ‘대명회전’에 이성계의 아버지가 이자춘이 아니라 그와 권력을 다투었던 이인임으로 되었다. 왕실의 잘못된 기록은 견딜 수 없는 치욕이었다. 그로부터 200년 동안 계속 사신을 보냈으나 이 오류는 고쳐지지 않았다. 명은 잘못된 줄 알면서도 매달리는 조선 왕들을 보면서 조커 내지는 꽃놀이패로 사용하면서 매번 거절했던 것이다.
홍순언이 북경 도착 하루 전에 통주에서 하룻밤을 묵고자 주막에 들러 목을 축이는데 시중드는 여인이 소복을 입었다. 괴이 여겨 사연을 묻자 부모가 역병으로 죽어 관아에 있는데 고향으로 모실 장례비가 없어 소복차림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순언은 전대에 있는 무역자금을 모두 털어 300금을 주었다. 슬픔과 역경에 처한 상주를 통 크게 도와주고 주막을 나서자 여인이 매달리며 이름을 물었으나 ‘홍’이란 성씨만 알려주고 떠났다. 귀국한 홍순언은 공금횡령으로 투옥됐다.
10년 후 홍순언은 종계변무 임무를 띤 사절단과 함께 다시 북경을 방문했다. 선조는 떠나는 사절단에게 이번에도 바로잡지 못하면 죽인다고 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냉대했던 명나라 조정이었는데 외무차관이 직접 영접을 나왔으며, 그의 부인은 큰절까지 올린 것이 아닌가.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홍순언은 옛날 통주의 주막집 일을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 여인이 명나라 외무차관 석성(石星)의 부인이 된 것이다. 석성과 그의 부인은 조선에서 사신이 올 때마다 홍씨를 찾았다고 한다.
석성의 노력으로 200년 묵은 조선의 한이 두 달 만에 정정되었다. 돌아가는 홍에게 압록강까지 나와서 보은(報恩)이라 수놓은 비단 100필을 선물로 주었다. 건넨 돈도 큰돈이었지만 보은도 지극했다. 조선은 경사였고, 선조는 감격했으며, 순언은 공신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극적인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 다시 한 번 주막집 인연이 외교관계로 발전하여 나라를 구한다. 전쟁 발발 보름 만에 의주로 피난 간 선조는 압록강 비바람 속에 명나라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명나라 조정이 파병 반대의 입장을 바꾼 것은 국방부장관으로 승진한 석성 때문이었다. 석성은 21만명의 보병을 파병하고 은화 900만냥을 지원함으로써 전쟁을 끝내게 된다. 7년 전쟁이 끝난 해에 홍순언은 죽고, 명나라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되는데 석성은 파병과 군비지원의 책임을 물어 투옥되고 옥사했다. 석성은 부인과 아들에게 조선으로 귀화하도록 유언은 남기고, 선조는 이들에게 정착하도록 해주 땅을 주어서 지금 해주 석씨의 시조가 되었다.
소설가 이병주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함께 임진왜란을 겪은 이순신은 햇빛에 바랬고, 홍순언은 달빛에 물들었는가. 오늘 트럼프의 악수는 어떻게 기록될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