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민주주의는 인간만의 전유물일까? 꿀벌 사회는 흔히 여왕벌이 통치하는 왕정체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꿀벌 사회는 놀라울 만큼 민주주의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꿀벌들이 미래의 보금자리를 결정할 때의 과정을 보자. 먼저 정찰대 벌들이 나서서 새 둥지에 알맞은 곳을 알아보러 다닌다. 그리고 돌아와서 일벌들에게 후보지들을 안내한다. 그러면 일벌들은 후보지들을 방문해 보고 마음에 드는 최적의 집터를 선택한다.
그 수많은 벌떼들이 과연 어떻게 한 군데를 고르는 것일까? 꿀벌들은 마음에 드는 곳이 나타나면 날갯짓이나 엉덩이의 움직임 등 춤을 통해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결국 후보지들 중에서 자연스럽게 가장 많은 꿀벌들이 춤을 추는 곳이 생기기 마련이다. 집단적인 선택이 이루어지면 다른 후보지를 선호하는 벌들도 그 곳에 합류한다. 민주적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우리가 투표를 하는 것과 너무 흡사하다. 비록 내장된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하지만 놀랍지 않은가!
민주주의는 영어로 ‘데모크라시’(democracy)라 한다. 이는 ‘데모스’(‘demos: 시민, 인민)라는 말과 ‘크라시’(cracy: 체제, 권력)라는 말이 합쳐져서 이루어졌다. 즉, 왕정이나 귀족정과 달리 권력의 주체가 극소수가 아니라 바로 절대다수인 시민임을 의미한다.
다만 복잡한 현대사회는 직접민주주의의 한계로 인해 시민들이 자신의 대표에게 그 권력을 위임하는 대의민주주의로 운영되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대의제의 가장 큰 문제는 엄밀히 말하면 시민의 대리인에 불과한 정치인들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기 쉽다는 것에 있다. 대표성이 클수록 시민을 위한 봉사자가 아니라 통치자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치인들은 시민과 공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이나 특권층 그리고 로비력을 갖춘 자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특히 시민의식이 약한 사회일수록 더욱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거꾸로 된 세상’이다. 형식적으로만 민주주의 제도를 갖추었을 뿐 내용상으로는 왕정이나 귀족정과 다를 바가 없다. 언론의 자유는 침해되고, 시민의 참여는 막히고, 부의 급격한 편재는 가속화되고, 온갖 특권과 불공정한 편법이 난무하며, 사회적 안전망은 무너져 내리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거꾸로 된 세상에 살다 보면 마치 이 불합리한 사회가 바꿀 수 없는 현실처럼 느껴지고 시민은 자신이 주권자라는 사실을 잊고 만다는 것이다.
몇 년 전에 꿀벌을 키우시는 분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여왕벌의 산란율이 떨어져 꿀벌 사회에 위기가 찾아오면 일벌들이 혁명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눈치 빠른 여왕벌은 다른 벌집을 찾아 도망치지만 그렇지 못한 여왕벌은 일벌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그 분은 이러한 꿀벌들의 혁명을 ‘공살’(共殺)이라고 표현했다. 일벌들이 모여 여왕벌을 빽빽하게 에워싸게 되면 그 내뿜는 열과 압력에 의해 여왕벌은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일벌들이 나서서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한 여왕벌을 제거하고 공동체를 위해 기여할 건강한 여왕벌을 새로 뽑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존속살해라고 볼 수 있는 잔인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관점이다. 꿀벌들은 혈연이 아니라 공동체의 안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길 뿐이다.
이렇게 공동체를 위하는 집단적 선택이 있었기에 꿀벌들은 1억 년 가깝게 지구상에서 번성해 왔다. 그렇게 보면 일벌들은 평생 일만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노예처럼 살아가는 피지배자가 아니다. 그리고 여왕벌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절대군주가 아니라 출산의 기능만을 맡은 몸집이 큰 ‘전문 대리모’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꿀벌사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주인은 바로 수많은 일벌들인 것이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면서도 공동체의 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감시하는 일벌들이야말로 공동체를 지키는 ‘깨어 있는 시민’이 아니겠는가!
이제 19대 대통령 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지난 촛불 혁명을 통해 우리 사회가 민주공화국이고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온 세상에 천명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다시 품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번 대선은 공석에 있는 여왕벌을 뽑는 단순한 의미일 수가 없다. 거꾸로 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지혜의 향연이며, 건강한 공동체를 함께 건설해 가자는 착공식의 자리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이 공동체를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가는 주체적인 일꾼인 것이다. 마치 일벌들처럼!
민주주의는 영어로 ‘데모크라시’(democracy)라 한다. 이는 ‘데모스’(‘demos: 시민, 인민)라는 말과 ‘크라시’(cracy: 체제, 권력)라는 말이 합쳐져서 이루어졌다. 즉, 왕정이나 귀족정과 달리 권력의 주체가 극소수가 아니라 바로 절대다수인 시민임을 의미한다.
특히 시민의식이 약한 사회일수록 더욱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거꾸로 된 세상’이다. 형식적으로만 민주주의 제도를 갖추었을 뿐 내용상으로는 왕정이나 귀족정과 다를 바가 없다. 언론의 자유는 침해되고, 시민의 참여는 막히고, 부의 급격한 편재는 가속화되고, 온갖 특권과 불공정한 편법이 난무하며, 사회적 안전망은 무너져 내리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거꾸로 된 세상에 살다 보면 마치 이 불합리한 사회가 바꿀 수 없는 현실처럼 느껴지고 시민은 자신이 주권자라는 사실을 잊고 만다는 것이다.
몇 년 전에 꿀벌을 키우시는 분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여왕벌의 산란율이 떨어져 꿀벌 사회에 위기가 찾아오면 일벌들이 혁명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눈치 빠른 여왕벌은 다른 벌집을 찾아 도망치지만 그렇지 못한 여왕벌은 일벌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그 분은 이러한 꿀벌들의 혁명을 ‘공살’(共殺)이라고 표현했다. 일벌들이 모여 여왕벌을 빽빽하게 에워싸게 되면 그 내뿜는 열과 압력에 의해 여왕벌은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일벌들이 나서서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한 여왕벌을 제거하고 공동체를 위해 기여할 건강한 여왕벌을 새로 뽑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존속살해라고 볼 수 있는 잔인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관점이다. 꿀벌들은 혈연이 아니라 공동체의 안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길 뿐이다.
이렇게 공동체를 위하는 집단적 선택이 있었기에 꿀벌들은 1억 년 가깝게 지구상에서 번성해 왔다. 그렇게 보면 일벌들은 평생 일만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노예처럼 살아가는 피지배자가 아니다. 그리고 여왕벌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절대군주가 아니라 출산의 기능만을 맡은 몸집이 큰 ‘전문 대리모’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꿀벌사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주인은 바로 수많은 일벌들인 것이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면서도 공동체의 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감시하는 일벌들이야말로 공동체를 지키는 ‘깨어 있는 시민’이 아니겠는가!
이제 19대 대통령 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지난 촛불 혁명을 통해 우리 사회가 민주공화국이고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온 세상에 천명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다시 품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번 대선은 공석에 있는 여왕벌을 뽑는 단순한 의미일 수가 없다. 거꾸로 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지혜의 향연이며, 건강한 공동체를 함께 건설해 가자는 착공식의 자리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이 공동체를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가는 주체적인 일꾼인 것이다. 마치 일벌들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