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우리 국민들은 국민주권을 침해하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을 들고 있다. 헌법수호자인 대통령은 헌정질서상 두 번째로 국회에서 헌법 위반과 중대한 법률 위반을 사유로 탄핵 의결되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절차가 진행중이다.

여전히 주말 촛불집회는 계속되고 있고, 대통령을 옹호하는 세력에서는 현재 상황을 부인하거나 외면하는 조직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청문회가 남긴 유행어는 “모릅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이며 ‘공황장애로 출석하지 않겠다’든지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겠다’는 기상천외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변호사인 필자마저도 아연케 하는 후안무치한 상황, 특히 일부 법조인의 궤변 앞에서는 정나미가 뚝 떨어져 더 이상 신문이나 TV를 보고 싶지 않다.

졸지에 구황작물인 ‘고구마’는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을 지칭하는 말로 의미가 달라지고 있고, ‘사이다’라는 말도 고구마에 얹힌 국민의 가슴을 뚫어주는 ‘시원함’으로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미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집단 지성은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행동하여 책임을 지거나 그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도 남아 있지 않다.

올해 대통령선거는 시기의 문제일 뿐 무조건 열리게 되어 있다. 이미 국회에서 원내 교섭단체만 4개의 정당이 되었고, 선거 때까지 이합집산을 할 것이다. 올해는 통합이라는 말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박근혜 정권의 실정이 곧바로 야권의 집권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인이나 정당의 지지도 흐름을 보면 반사적 이익에 가깝고 이마저도 누리지 못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있다.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인되고 있다.

탄핵정국에서 누구도 집권대안세력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크게 인지도가 오르거나 호감이 나타난 이는 있겠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정당이야 정권획득이 최대 목적이고 가치다. 따라서 이를 장기든 단기든 목표로 두지 아니한 정당은 정당도 아니다.

여기에 정권교체라는 말이 또 다른 화두다. 유권자들은 기존 정권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폭넓은 해석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 당이 아니면 제대로 된 정권교체가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분명이 있다.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의 집권만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이들이 올해 과연 목적을 같이 하는 다른 정당이나 정치인의 지지 세력을 어떻게 꼬드기는지, 어떻게 침몰시키려고 하는지도 관전포인트다.

이미 우리 국민은 광장의 정치, 국민주권의 시대임을 천명하였다. 정치인의 화려한 수사에 대해 알아도 모르는 척 넘어가 줄 뿐, 결국 표로 심판할 예정이다.

격변이 예상되는 올해다. 벌써 보름이 지난 새해에서 아직 마음을 다잡지 못하거나 작심삼일한 이들에게는 다가오는 설 연휴가 심기일전의 마지막 기회다. 중학교 졸업을 앞둔 예비 고교생도 방학을 핑계로 더 이상 생각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아니하고 놀기만 한다면 방학이 주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챙기지 못하고 국민이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이 AI나 독감이 우리의 건강을 심각수준으로 위협하고 있다.

누군가 묵묵히 자신의 일을 격렬하게 하고는 있겠지만, 적어도 뉴스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2017년 1월, 이 시점에 대해 후일 역사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고 기록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