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는 ‘변신’을 쓴 지 10여 년 후에 20세기를 대표하는 장편소설 ‘성’(城)을 썼다. ‘성’(城)은 K라는 한 측량기사가 정식 ‘측량기사’로 인정받기 위해서 마을 위쪽에 있는 성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끝내 좌절하는 이야기다.
측량기사는 성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천지가 한겨울 눈에 파묻혀 있던 어느 날 성 아래 마을에 도착한다. 하지만 측량기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뿐,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못한다. 측량기사는 매일 성 근처를 맴돌 뿐, “성에서 멀어지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었다”라고 하는 카프카의 표현처럼 성과의 거리는 좁혀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다.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얼음벽 같은 냉대와 무관심 그리고 침묵에 부딪힐 뿐이다.
결국 측량기사는 성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종잡을 수 없는 이 이야기 속에는 ‘성’(城)으로 표현되는 권력 본질과 이를 향한 욕망과 굴종의 모습이 얽혀 있다. 그래서 백여 년 전에 쓴 이 작품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민낯’과 마주친다. 이 민낯은 세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성(城)의 실체는 무엇일까? 성안에 속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특권을 누리며 권력을 행사한다. 즉 성은 권력을 생산하는 공간의 상징이다. 성안의 권력은 성으로 들어 올 수 있는 사람들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관리한다. 성안에 속한다는 것은 곧 자신들의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문은 늘 폐쇄되어 있고, 성으로 가는 길은 아무리 다가가도 좁혀지지 않는다. 성을 대리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마을에 나타나지만 이름만 다를 뿐 하는 일은 똑같다. 자신들의 특권을 강조하고 마음에 드는 것은 강탈하고 일은 서로 미루면서 엄청난 서류 뭉치를 자랑한다. 이들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없지만 이들은 곧 성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그래서 마을 사람은 성안을 본 것은 고사하고, 가는 길조차 분명하게 모르지만 성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성이라고 불리는 곳에 아무도 가까이 갈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는 어쩌면 현실에서 더 많은 불가침의, 가까이 가는 길이 은폐된 권력의 성(城)들을 볼지 모른다. 하지만 이 견고하고 높은 성은 혼자의 힘만으로는 존재하지 못한다. 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문을 닫아걸고 자신들의 몫을 챙기는 하수인과 이에 대한 침묵과 은폐의 카르텔이 있기 때문에 성은 오늘도 견고하게 존재한다. 우리 역시 성문을 열기보다는 오직 성안에 속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을 사람들은 성의 통제와 지시를 받는 피해자이기만 한가? 그렇지 않다. 마을 사람들은 어떤 의심도 없이 성의 존재를 믿는다. 이 믿음이 곧 성의 실체를 만들어 주며 성안의 권력 독점을 허용한다. 성의 실체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사람은 오직 측량기사 한 사람뿐이다. 마을 사람들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침묵과 배제의 공동체를 만든다. 성의 실체에 대한 비밀 유지가 곧 자신들의 생계와 목숨에 대한 ‘보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직 소수의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성의 권력을 감싸며, 저항하는 소수를 마을에서 소외시켜서 기꺼이 권력의 공범자가 된다. 성안과의 연줄을 구걸하며, 얼굴 한 번 보기 어려운 성 안의 대리인들을 지극정성으로 모신다.
모두에게 거부당한 측량기사는 혼자 힘으로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해야 한다. 이때 보여 주는 측량기사의 선택은 우리의 현실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측량기사는 권력의 대리인이며, 실세인 사람의 정부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어떻게든 권력에 가까이 가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애인이 된 실세의 정부에게 ‘다리’를 놔 달라고 애걸하면서도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실세의 정부 또한 과거를 발판으로 자신의 몫을 챙기려고 한다. 측량기사는 ‘안’을 향한 욕망을 위해서 스스로를 권력을 재생산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그럼에도 측량기사는 성안으로 들어가는 대신에 학교의 잡일을 하는 관리인으로 밀려난다. 성에도 마을에도 속하지 못한 것이다. 측량기사의 욕망은 그저 외설스럽기만 하다.
성안에 속하고자 하는 욕망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가 우리의 크고 작은 권력과 특권을 위한 것이라면 공허하다. 끝내 성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측량기사는, 권력의 실체와 안과 밖의 경계가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보여 준다. 권력의 독점은 권력을 향한 맹목적이고 무기력한 집단적 미신이 만드는 그림자일 뿐이다. 행여 우리는 이 미신에 현혹되거나 이를 이용하지는 않는가?
해마다 한 해가 저무는 것을 의미 있게 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더 나은 새해를 희망하는 것이다. 이 희망은 하나의 질문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측량기사와 결별할 용기가 있는가?
측량기사는 성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천지가 한겨울 눈에 파묻혀 있던 어느 날 성 아래 마을에 도착한다. 하지만 측량기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뿐,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못한다. 측량기사는 매일 성 근처를 맴돌 뿐, “성에서 멀어지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었다”라고 하는 카프카의 표현처럼 성과의 거리는 좁혀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다.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얼음벽 같은 냉대와 무관심 그리고 침묵에 부딪힐 뿐이다.
성(城)의 실체는 무엇일까? 성안에 속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특권을 누리며 권력을 행사한다. 즉 성은 권력을 생산하는 공간의 상징이다. 성안의 권력은 성으로 들어 올 수 있는 사람들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관리한다. 성안에 속한다는 것은 곧 자신들의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문은 늘 폐쇄되어 있고, 성으로 가는 길은 아무리 다가가도 좁혀지지 않는다. 성을 대리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마을에 나타나지만 이름만 다를 뿐 하는 일은 똑같다. 자신들의 특권을 강조하고 마음에 드는 것은 강탈하고 일은 서로 미루면서 엄청난 서류 뭉치를 자랑한다. 이들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없지만 이들은 곧 성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마을 사람들은 성의 통제와 지시를 받는 피해자이기만 한가? 그렇지 않다. 마을 사람들은 어떤 의심도 없이 성의 존재를 믿는다. 이 믿음이 곧 성의 실체를 만들어 주며 성안의 권력 독점을 허용한다. 성의 실체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사람은 오직 측량기사 한 사람뿐이다. 마을 사람들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침묵과 배제의 공동체를 만든다. 성의 실체에 대한 비밀 유지가 곧 자신들의 생계와 목숨에 대한 ‘보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직 소수의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성의 권력을 감싸며, 저항하는 소수를 마을에서 소외시켜서 기꺼이 권력의 공범자가 된다. 성안과의 연줄을 구걸하며, 얼굴 한 번 보기 어려운 성 안의 대리인들을 지극정성으로 모신다.
모두에게 거부당한 측량기사는 혼자 힘으로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해야 한다. 이때 보여 주는 측량기사의 선택은 우리의 현실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측량기사는 권력의 대리인이며, 실세인 사람의 정부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어떻게든 권력에 가까이 가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애인이 된 실세의 정부에게 ‘다리’를 놔 달라고 애걸하면서도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실세의 정부 또한 과거를 발판으로 자신의 몫을 챙기려고 한다. 측량기사는 ‘안’을 향한 욕망을 위해서 스스로를 권력을 재생산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그럼에도 측량기사는 성안으로 들어가는 대신에 학교의 잡일을 하는 관리인으로 밀려난다. 성에도 마을에도 속하지 못한 것이다. 측량기사의 욕망은 그저 외설스럽기만 하다.
성안에 속하고자 하는 욕망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가 우리의 크고 작은 권력과 특권을 위한 것이라면 공허하다. 끝내 성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측량기사는, 권력의 실체와 안과 밖의 경계가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보여 준다. 권력의 독점은 권력을 향한 맹목적이고 무기력한 집단적 미신이 만드는 그림자일 뿐이다. 행여 우리는 이 미신에 현혹되거나 이를 이용하지는 않는가?
해마다 한 해가 저무는 것을 의미 있게 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더 나은 새해를 희망하는 것이다. 이 희망은 하나의 질문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측량기사와 결별할 용기가 있는가?
